아리조나 타임즈




아리조나 문인협회

 감나무 있는 동네

조회 수 32 추천 수 0 2017.04.26 19:30:16
이오덕 *.231.6.149  

 Image result for 5월 감나무골 그림

감나무 있는 동네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이오덕·아동문학가, 1925-2003)


댓글 '2'

이경화

2017.05.13 10:28:54
*.242.226.136

이오덕 선생의 동시를 아리조나 타임즈에서 읽게 될줄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반가웠습니다. 

최혜령

2017.05.13 11:13:21
*.231.6.149

이오덕 선생님도 존경스럽지만 

그분의 시가 더 좋아서 

올려 보았는데

님께서 공감해 주시고 반가워해 주시니

행복합니다.

좋아하시는 시가 있으시면

포스팅해 주세요.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맛보도록요.

 

아침 햇빛 - 이오덕


아침 햇빛은
맨 처음 분홍색으로
어질게 솟아오른 산의 이마를
물들이고,

다음엔 나뭇가지 위에서
밤새도록 별들의 노래를
꿈속에 수놓던
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주고,

차츰 산기슭에 내려와
시래기가 매달린 토담집
찌그러진 방문을
빨갛게 비추고,

그 흙내 나는 방안
밥상 위에 놓인 된장 찌개에서
모락모락 서려 오르는 김을,
둘러앉은 식구들의 검붉은 얼굴들을,
그 가슴속까지
환히 밝히고,

그리고,
길가에 굴러 있는
자그만 조약돌
조약돌마다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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