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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민 무단 탈주로 폐허가 된 신도시
오나테가 지치고 실의에 빠진 병사들과 함께 산가브리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리오브라보 강변 계곡은 완전 초겨울이었다. 모두들 떠나 황폐한 광장 주변은 버려진 연장이나 생활용품들이 차가운 강바람에 날리고 빈 광장에는 초겨울 잔설이 하얗게 깔려 있었다. 쉬지않고 흐르는 리오브라보 강물이 지나는 계곡은 이미 누렇게 퇴색한 들풀들이 강바람에 몸을 숙이고 몇 마리 철새들은 유유히 하늘을 나는 차가운 오후였다. 주검처럼 정적에 빠진 산가브리엘에 들어선 오나테는 참담한 주변 풍경에 경악했다.
오나테가 전설 속의 황금도시 퀴비라를 찾아 해뜨는 동쪽 대평원을 지날 무렵, 오나테가 힘들여 세운 뉴멕시코의 수도 산가브리엘에는 엄청난 반역이 움트고 있었다. 병사들이나 정착민들이 틈만 보이면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토착민들에 둘러싸인 외진 변방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은 일확천금과 신분상승을 바라고 그 머나먼 죽음의 길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했다.
그처럼 바라던 노다지는 도착한 지 4년이 지나도 어디에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다. 또한 신분상승과는 달리 정착민들은 부족한 식량과 열악한 환경속에서 야만인같은 토착민과 어울려 신도시 개발에 땀을 흘려야 했다. 또한 일년내내 리오브라보 강물에 젖은 너른 계곡은 온갖 곤충을 비롯한 벌레나 두더지 그리고 도마뱀같은 파충류가 들끓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현실이 몇 년째 계속되자 이들의 분노는 점차 끓어 올랐다. 이러한 분노를 오나테는 엄한 규율로 다스리는 한편 탈주자는 끝까지 추격하여 참수하는 등 절대복종을 강요했다. 오나테는 불만에 찬 이주자들에게 그의 아버지도 스페인 변방 자카테스카스에서 멕시코의 치치메카스토족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면서 동업자 후앙디톨로사와 함께 라루사산에서 단 한방의 은광개발로 부와 신분상승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때를 기다리라고 욱박질렀다.
정착민 부추기는 사제와 불평분자 관료들
이러한 오나테에 대한 불만은 토착민 마을에 상주하면서 전교하는 사제들간에도 널리 퍼졌다. 사제들은 오나테가 토착민들을 대하는 태도에 극심한 혐오감을 보였다. 특히 아코마 부족 징벌시 오나테가 취한 지중해식 징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많은 포로들을 산가브리엘까지 끌고와 일부 포로들의 발목을 자르고 노예로 삼은 후 농장에 보내 강제노역을 시키는 행동은 감히 기독교도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인근 토착민에 대한 오나테의 징벌도 용서할 수 없었다. 사제들 중에서 산미구엘 신부는 공개적으로 정착민들에게 오나테의 처사를 비난하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을 떠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선동했다. 그러나 수석사제 에스칼로나 (Escalona) 신부는 이미 가톨릭으로 전교한 수많은 토착민을 버리고 떠날 수가 없다고 선동하는 사제들을 만류했다.
오나테가 황금도시를 찾아 해뜨는 동쪽 대평원에서 사나운 아파치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일 때 불평불만에 가득 찬 정착민들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산가브리엘에는 그간 오나테에게 충성을 보이던 빌라그라를 비롯한 역전의 노장들도 보이지 않은 지가 오래였다. 일부는 사망하고 개스퍼 빌라그라는 오나테의 서신을 총독에게 전달하고 추가 보충병 모집차 멕시코를 방문했다. 그러나 빌라그라는 보충병을 모병한 후 총독의 명에 따라 뉴멕시코에 돌아가지 못하고 멕시코시티에 강제체류하게 되었다. 이제 오나테의 충복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재무관 아론 조산체스와 그의 사위 디에고 디주비나와 오나테의 신임과 거리가 먼 까사스, 그레고리 오세자르 등 고급장교들이 주동이 되어 반역을 꾀했다. 산가브리엘을 지키던 부총독 소사 페나로사는 이들의 선동과 반역을 알면서도 제압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없었다. 반역자들은 자신들의 반역을 정당화하기 위해 오나테가 얼마나 정착민들에게 신망과 통솔력이 없고 토착민에 잔인한가를 세세히 기록한 연판장에 정착민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오나테가 수도로 세운 리오브라보 주변 뉴멕시코의 수도 산가브리엘은 얼마나 열악한 곳인가를 기록했다. 또한 뉴멕시코 주변에는 그토록 찾아헤매도 노다지같은 지하자원은 찾을 수 없고 사나운 토착민만 사는 황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원시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탄원서를 준비했다.
말과 일용품 탈취 후 탄원서를 들고 집단탈주
반역자들은 창고를 뒤져 길 양식과 일용품을 그리고 무기고에서는 화승총을 탈취한 후 마굿간에서 꺼낸 말을 타고 떼를 지어 함성을 지르며 500여 리이그(*1500 마일) 거리인 뉴스페인 최북단에 위치한 산타바아바라를 향해 떠났다. 산가브리엘을 지키던 부총독 소사 페나로사와 25명정도 잔류자들은 겁에 질린 채 이들의 반역을 지켜보기만 했다.
1601년 10월 중순경 일이었다. 이무렵 오나테는 퀴비라를 떠나면서 아파치들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면서 산가브리엘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일행중 에는 토착민 아파치들과 전투 중 부상당한 병사들 때문에 그만큼 발걸음은 느렸다. 어렵사리 오나테가 11월 24일 지친 병사들과 함께 산가브리엘에 도착했을 무렵 너른 리오브라보 계곡은 완전 초겨울 날씨였다. 여름내 길게 자란 초원은 누렇게 황금바다를 이루었고 그 위로 잔설이 휘날리는 을씨년스런 초겨울이었다.
오나테가 산가브리엘에 도착하자 그를 반기는 것은 주눅으로 어깨가 쳐진 부총독 페나로사와 에스카로나 신부를 포함한 25명의 정착민과 병사들뿐이었다. 탈주자들의 약탈로 창고와 마굿간은 망가진 채로 남아있었다. 경악한 오나테에게 부총독 페나로사는 이들의 반란을 어쩔수가 없었다고 길게 설명했다. 그리고 오나테나 탈주자나 모두에게 운이 없어 일어난 사건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오나테는 남아있는 행정관료나 병사는 이들을 제압할 용기가 없었고 탈주자들은 반역자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산가브리엘 주변 토착민 마을은 유럽산 곡물을 재배하여 그 어느때보다 풍작을 이루어 풍요롭고 토착민 사이에는 신부들의 전교로 신자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실제 오나테는 반역이 아니면 토착민들을 아버지의 입장에서 자애롭게 대했다고 생각해 왔다. 토착민들도 열악한 주위 환경때문이라며 대거 탈주한 반역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도 남아있는 신부들과 함께 오나테가 얼마나 자신들을 자애롭게 대했는가를 총독에게 알리는 탄원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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