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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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눈은 새벽이 되어도 그칠 줄 몰랐다.
파르팡은 새벽부터 병사들과 함께 노새에 실은 짐을 점검했다. 그리고 서둘러 시중을 들어줄 용인과 병사들을 이끌고 모호퀴 부족의 이티네라리오 (Ytinerario: 오늘의 버어디강 상류, 야바파이 카운티에 있는 작은 촌락) 마을을 떠나 광석이 있다는 서서남쪽에 있는 오늘의 빅샌디강 (모하비 카운티 근방을 흐르는 강. 피닉스에서 약 180마일 거리) 쪽을 향해 서서남쪽으로 말을 몰았다. 주위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눈발로 길 떠나는 파르팡 일행의 모습은 하얀 눈속에 검은 점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1598년 11월 17일 금요일 이른 새벽이었다.
새벽 눈발 속에 노다지 찾아나선 병사들
파르팡과 8명의 용감한 병사들은 12년전 뉴스페인 탐험가 에스페호( Antonio de Espejo: 1540~1585 쿠바의하바나에서 사망)가 확인했다는 광산을 찾아 낯설고 물설은 외지로 목숨을 걸고 길을 나선 것이다. 에스페호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광산을 개발하려고 스페인황실과 연을 맺을 실력자를 찾으려 스페인으로 가던 중 1585년 쿠바의 하바나에서 열병으로 사망했다.
오늘 파르팡이 찾아가는 광산은 뉴스페인 정착민에게는 일찍부터 소문이 자자한 곳이기도 하다. 파르팡은 안내겸 보조원으로 동행한 다수의 호피부족을 앞세우고 칼바람에 폭설이 어지럽게 날리는 황야를 묵묵히 전진했다. 길을 나설 때 오나테는 이곳에서부터 20 리이그 거리에 노다지가 있다고 했으나 실제 어디쯤에 노다지가 있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에스페호의 보고서에 나오는 길을 추측하고 현지인에게 안내를 맡긴 후 따라가야할 뿐이었다.
일행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황야를 묵묵히 전진했다. 얼마만큼 시간이 흐르자 희끄므레하게 어둠이 가시고 먼 데서는 짐승의 울음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코마와 모호퀴를 복속시킨 오나테는 서둘러 이곳에서 그리 멀지않다는 에스페호가 발견한 노다지를 확인하려 서둘렀다. 그러나 폭설이 며칠째 계속되자 많은 대원을 이끈 장거리 탐험은 오나테에게 무리였다. 직접 탐험을 포기한 오나테는 역전의 노장이며 신임하는 파르팡에게 정예병사 8명을 이끌고 서남쪽 20 리이그 근방 토착민부락 근처에 있다는 노다지를 확인하도록 명령했다. 이날 파르팡은 후배장교인 퀘사다와 로메오, 그리고 실전경험이 풍부한 비도, 헤레라, 마아틴, 가르시아, 로드리게즈와 이사스티 등과 함께 탐험에 나선 것이다.
호피부족 안내인은 지칠 줄 모르고 앞서갔다. 병사들을 따라 양식과 여러가지 일용품을 실은 노새를 모는 호피족 보조원들이 허연 입김을 뿜으며 뒤따랐다. 일행은 나무 한 그루 서있지 않고 백색의 바다처럼 너른 황량한 황야를 하루내내 지났다.
첫날 파르팡 일행은 목적지를 향해 6리이그를 전진했다. 그리고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자 물 웅덩이가 보이는 황야 한 모퉁이에 야영장을 마련하고 추위를 피했다. 눈은 계속 쌓이고 먼 데서는 간간이 짐승의 처절한 울음소리만이 바람을 타고 전해왔다.
파르팡과 8명의 병사 백설의 황야를 가다
날이 밝자 일행은 서둘러 길을 줄였다. 쉬지않고 3리이그 가량 전진하여 북쪽으로 흘러드는 작은 강을 만났다. 아마도 오늘날 리틀콜로라도강으로 추정된다. 강주변에는 잘 자란 목초지가 눈에 하얗게 덮혀있고 강둑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일행은 다시 안내를 따라 말을 몰았다. 하루내내 길을 달려도 토착민들의 초막하나 보이지 않는 황야를 일행은 묵묵히 앞만 보고 지났다. 얼마쯤 길을 지나자 제법 모습을 갖춘 산줄기가 희끄무레하게 모습을 들어냈다. 아마도 오늘의 프래그스태프 근방을 지나는 샌프란시스코산으로 추정된다. 그날 밤 일행은 마실 물조차 보이지 않는 산등성이에 바람을 피할 야영장을 마련했다. 
길을 나선 지 3일째 되는 날 아침, 서둘러 길을 떠난 파르팡 일행은 2리이그 길을 지나 잔소나무 사이에 물 웅덩이가 보이는 야산에 이르렀다. 군데군데 보이는 물웅덩이에는 물이 넉넉하게 고여있었다. 지친 말도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지고 따라온 노새도 마음껏 물을 마셨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은 다시 눈덮힌 야산을 지났다. 그리고 날이 어둡자 야영장을 차리고 주위에는 보초를 세웠다. 말들은 부지런히 눈을 헤치며 풀을 뜯었으나 주위에는 어디에도 물을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호피부족 보조원은 물웅덩이가 있는 곳을 안다고 말했다. 바스켓을 주면 물을 담아오겠다고 나섰다. 퀘사다는 혹시 보조원이 달아날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보조원을 따라 물이 있다는 산비탈 아래로 함께 내려갔다.
야산 아래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다
어느만큼 어두움을 헤치고 산 아래로 내려가자 마침 초막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보였다. 퀘사다는 파르팡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경계하라는 신호로 화승총 3발을 발사했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은 주마노스 부족의 초막이었다.
곧이어 짐승가죽으로 몸을 싼 주마노스 전사들이 활과 몽둥이를 들고 달려와 퀘사다와 보조원을 포위했다. 퀘사다는 둘러싼 전사들에게 전혀 해를 끼칠 의사가 없음을 몸짓으로 말했다. 곧이어 파르팡 일행이 달려오고 일행은 전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초라한 초막 4, 5개가 늘어선 부락으로 향했다. 부락에는 원로 2명이 많은 여인네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추장을 본 파르팡과 퀘사다는 몸짓발짓으로 '우리는 적이 아니고 친구다'라고 설명한 후 유리구슬과 간단한 선물을 전했다. 이어 많은 여인네와 아이들이 광석가루가 어지럽게 묻어있는 초막에서 몰려나와 처음보는 기이한 선물을 다투어 받아갔다.
양편 사이에 어느정도 경계심이 풀어지자 파르팡은 지니고 있던 광석을 추장에게 보여주고 '일행은 이 광석을 찾아 이 곳까지 왔다'고 자신들의 신분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시 보자고 말한 후 용기에 담은 물을 가지고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파르팡 일행이 다시 주마노스 부락을 찾았을 때 4, 5채의 초막은 비어있고 많던 여인네와 전사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난 후였다. 이들은 외지인에게 자신들의 거처를 보여 부정을 탔다는 풍속에 따라 초막을 버리고 떠난 것이다.
외지인에 거처 노출되자 전 부족 타지로 이전
그 자리에는 원로 2명과 나이 든 여인 한 명만이 조는 듯 앉아 일행을 맞았다. 다시 만난 원로는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 사슴고기와 주식인 대추열매가루로 접대했다. 파르팡은 다시 고운 광석을 원로에게 보여주고 광석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달라고 정중하게 청했다. 원로 중 한 명이 기꺼이 응하고 앞장섰다. 파르팡 일행은 원로를 따라 길을 나섰다. 원로는 완만한 산등성이로 올랐다. 주위는 온통 무릎까지 빠지는 눈으로 가득했다. 호피족 보조원들과 노새가 가쁜 숨을 쉬며 뒤따랐다. 산등성이는 눈에 덮힌 잔솔이 가득했다. 일행은 아마도 오늘의 빌위리암스산을 쉬지않고 약 6리이그 가량 원로를 따라 걸었다. 산등성이를 지나자 더 이상 눈은 보이지 않고 목초지가 무성한 계곡이 나왔다. 그리고 물 웅덩이도 보였다. 원로는 이곳에서 머지 않은 곳에 쿠르자도스 부족의 부락이 있다고 했다. 이 곳에서 밤을 보낸 후 일행은 다음날 아침 연기가 보이는 부락을 향하는 원로를 따라 나섰다.
파르팡은 3명의 대원과 함께 원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섰다. 그 곳에는 초라한 초옥주위에 왜소한 추장과 함께 전신을 갖가지 색깔로 장식한 30여 명의 여인이 보였다. 그리고 10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파르팡이 반갑게 인사하고 말에서 내리자 왜소한 추장이 다가와 반갑게 포옹했다. 여인네들도 환하게 웃어보였다. 파르팡은 친선의 표시로 가지고 온 구슬을 선물했다. 쿠르자도즈 토착민은 답례로 갖가지 광석 부스러기를 일행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추장은 갖가지 광석가루로 얼룩진 초막을 향해 '모두 나와서 인사하라'고 소리쳤다.
사슴가죽, 오소리가죽 등 갖가지 동물가죽으로 몸을 가린 30여 명의 여인네들이 나와 반갑게 인사하고 파르팡 일행에게 사슴고기 등 음식을 대접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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