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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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서 노예로 전락한 조난자들은 주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질긴 목숨을 지켰다. 기상이변 탓으로 1528년 겨울과1529년 초 1월과 2월은 유난히 추웠다.
조난자들이 머무는 갈베스톤섬에도 강한 바닷바람과 며칠이고 쉬지않고 차가운 눈이 내렸다. 집채만큼 쌓인 눈때문에 먹이를 구하지못한 토착민들은 며칠씩 끼니를 걸렀다. 조난자들도 토착민들처럼 굶었다. 땅바닥에 깔아놓은 조개껍데기에 힘없이 늘어져 바람이 새는 거적대기만 바라보았다.
폭설로 먹이를 못구해 며칠씩 굶는 조난자들
눈이 그치면 벌거벗은 조난자들은 허기진 몸으로 등에 나무둥치를 지고 땔감을 날랐다. 며칠씩 내리는 눈은 가슴까지 찼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눈은 내리고 불쌍한 조난자의 등은 나무등걸에 쓸려 피가 흘렀다. 날씨가 조금 빤하면 조난자들은 바닷가로 끌려가 쇠뜨기 뿌리를 캐야했다. 얼어붙은 바닷물을 깨고 바다속 뻘에 깊숙히 자라는 쇠뜨기 뿌리를 손가락으로 후비면서 컜다. 조난자들의 손은 추위에 얼고 손가락에는 언제고 피가 흘렀다. 그래도 토착민 주인들은 조난자들의 일이 서툴고 느리다고 나무가지로 때리고 뺨을 내리쳤다.
토착민 아이들의 하루중 가장 즐거운 놀이는 조난자들을 괴롭히는 일이다. 어린 아이들은 조난자들의 마음대로 자란수염을 갑자기 나꿔채고 조난자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겼다. 어른들도 조난자들의 길게 자란 금발머리를 잡아채고는 조난자들이 놀라 지르는 비명소리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낄낄대며 즐거워했다.
등과 손가락에서 언제고 피가 흐르는 조난자들
조난자들에게 주는 음식도 점점 적어졌다. 추위가 계속되자 며칠이고 음식이 전혀 나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중노동과 제대로 먹지못한 조난자들은 거처를 두른 거적대기를 뚫고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맞아가며 바닥에 깐 조개껍데기 위에서 하나 둘 세상을 떴다. 고향을 그리며 감은 눈에 한 방울 눈물을 매달은 채.
양식을 구할 수 없는 토착민들은 조난자 중 일부를 해안가로 분산시켰다. 우선 시에라, 디에고 로페즈, 코랄, 파라치 오스와, 곤자로 루이즈 등 5명이 바닷가 초막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겨울을 나도록 했다. 조난자들은 혹시나 토착민들이 외딴 곳에서 자신들을 잡아먹지나 않나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겨울동안 양식을 전혀 구할 수 없던 5명의 조난자들은 서로 죽은 동료를 먹으면서 버텼다. 토착민들이 이들을 발견했을 때 훼손되지 않은 시신이 한 구 있었다. 더 이상 먹을사람이 없자 이 시신만은 그대로였다. 이 사실을 안 토착민들은 크게 화를 내고 언젠가는 조난자들을 모두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질 전염병으로 토착민 절반이 사망
조난자들이 죽어가면서 시체가 부패했다. 날이 풀리면서 오염된 식수를 사용하던 토착민 촌락에 이질 전염병이 번졌다. 촌락에 거주하는 토착민 반 정도가 죽어갔다. 토착민들은 외지인 조난자들이 끔직한 재앙을 몰고왔다고 믿었다. 무장한 토착민들이 18명 정도 살아남은 조난자들을 죽이겠다고 몰려왔다. 겁에 질린 조난자들은 거처한 모퉁이에 웅크린 채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재무관 '디바카'가 기세등등한 토착민에게 다가갔다. '디바카'는 그간 익혀 온 토착민 말로 '우리가 당신네를 죽일 초능력이 있다면 당신네를 살릴 수 있는 초능력도 있다.'고 강변했다. 토착민들은 '디바카'의 논리에 굴복하고 모두 돌아갔다.
토착민들의 조난자에 대한 학대는 계속 되었다. 어느 토착민 여인네는 간밤 꿈에 아들이 죽었다고 했다. 나쁜 꿈을 예방한다고 조난자 한 명이 무참히 살해되었다. 대원 6명은 거처를 옮기라는 토착민 명령에 불손했다고 본보기로 3명이 살해되었다. 나머지 3명은 처형을 기다렸다. 이렇게 살아남은 대원은 18명에서 15명, 그리고 10명으로 계속 죽어갔다. 살아남은 대원들은 갈베스톤섬을 스페인어로 "MALHADO"즉 "죽음의 섬"이라고 부르며 저주했다.
살아남은 조난자들, 갈베스톤섬을 "죽음의 섬"이라 명명
어이없이 죽어가는 조난자들은 플로리다 탐험에 참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가 스페인 사회에서 내노라하는 상류층 자제들이었다. 일부 대원은 하류귀족인히달고 출신으로 시종을 대동하고 탐험에 참가했다. 기마병들도 말을 돌보는 하인들을 대동했다. 거의가 신대륙에서 신분상승을 바라고 참가한 청년들이었다. 고생이나 험한 일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곱게 자란 젊은이들이었다. 황실 재무관 '디바카'의 할아버지도 젊은 날 카나리아 일대의 섬을 정복한 무인이었다. 집안 대대로 저명한 무인의 가문에서 태어난 '디바카'의 피에는 언제고 용감한 무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 겨울철에 벌거벗은 몸으로 토착민의 노리개가 되고 얼어붙은 바닷물에서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쇠뜨기 뿌리를 캐는 한심한 노예로 전락했다.
'한' 부족에 의탁중인 도란테스 대위도얼굴에 칼자죽이 있는 역전의 용사로 그는 아프리카 무어족 출신 노예 에스테바니코를 대동하고 탐험에 참여할 정도의 신분이었다.
조난자 대부분, 험한 일 모르던 상류층 자제들
지겹던 엄청난 추위가 물러가면서 "저주의 섬" 갈베스톤에도 서서히 봄이 왔다. 두껍게 얼었던 바다도 서서히 녹았다. 바닷가 뻘의 쇠뜨기 뿌리에 싹이 돋으면 토착민들은 개나리 봇짐에 간단한 이삿짐을 꾸리고 본토 연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 산딸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을 때까지 굴이나 조개, 쉽게 잡히는 물고기로 연명했다. 그리고 여름이 오면 들판에 무진장 널려있는 사슴, 그리고 어쩌다 잡히는 들소를 잡아 생활했다. 이 때가 되면 토착민들은 도마뱀이나 뱀, 그리고 쥐, 거미같은 것은 잡지않아도 되었다. 토착민들의 이같은 생활은 태초이래 변하지 않는 연례행사였다.
'한' 족에 의탁하여 천대를 받던 도란테스와 까스티요 대위는 어떻게 하든 이 섬을 탈출하여 스페인 정착지가 있다는 '파누코'로 가기로 결심했다. 마침 봄이 왔다. 겨울을 나면서 살아남은 대원은 고작 12명정도. 도란테스와 까스티요이 외에 도란테스의 사촌 디에고, 또 다른 사촌 페드로, 그리고 에스트라다, 토스타도, 차베스, 구티레즈, 사제인 아스투리아노, 디에고 디후엘바, 도란테스의 노예인 무어족 출신 에스테바니코, 베니테즈 등이었다. 갈베스톤과 본토연안과의 거리는 5.4마일. 그러나 생존자중 대부분은 수영이 능하지 못했다. 커누가 필요했다.
최고급 담비망토와 바꾼 커누로 죽음의 섬을 탈주
마침 생존자중에는 최고급 담비모피로 만든 망토를 가지고 있었다. 멀리서도 사향 향기가 나는 최고급 망토였다. 총독 '나르바에즈'와 연안을 떠돌 때 일행은 어느 토착민 촌락에 상륙했다. 추장의 집에서 잠을 자던 총독과 모래밭에서 야영을 하던 대원들은 갑작스런 토착민의 공격을 받았다. 이때 도망가던 어느 대원은 재빨리 초막에 있던 최고급 망토를 들고튀었다. 이 대원은 뗏목이 가라앉을 때도 이 망토만은 목숨처럼 챙겼다. 도란테스는 이 망토를 커누주인에게 건네고 본토까지 갈 수 있는 커누를 부탁했다. 담비망토가 탐이 난 커누주인은 탈주자들에게 커누를 내주었다. 무사히 본토에 상륙한 도란테스와 대원들은 파누코가 있다는 서쪽을 바라보고 강과 늪을 건너고 또 황량한 들판을 지나 무작정 걸었다.
지겹던 겨울추위가 가고 죽음의 섬 갈베스톤에도 봄이왔다. 10명이던 생존자들은 한명씩 죽어갔다. 그리고 타지역으로 강제로 분산되었던 대원들의 소식은알 길이 없었다.
1529년 봄 재무관 '디바카'는 주인을 따라 본토에 올랐다. 처음 몇 달은 바닷가에서 굴과 조개나 게를 잡아 연명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그는 숲속의 검은 산딸기를 먹고 사냥에서 잡은 작은 토끼나 사슴으로 살아갔다. 토착민과 어울려 살면서 재무관은 어느정도 토착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디바카'는 숲속에 살고있는 차루코(Charruco)부족을 유심히 살폈다. 가을이 오자 텍사스 연안에 찬 바람이 몰아쳤다. 산과 숲에 많이 달려있던 나무열매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들판에 흔하던 짐승들도 찬 바람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재무관의 토착민 주인은 다시 쇠뜨기 뿌리로 겨울을 나려고 갈베스톤섬으로 돌아왔다.
'디바카'는 그간 교류할 수 없이 지내던 도란테스가 생존한 대원들과 함께 죽음의 섬을 탈주했다는사실을 알았다. 외톨이가 되었다는 현실에 '디바카'는 스스로 절망했다. 그리고 갑자기 몰아치는 고독감에 며칠이고 몸져 누웠다가 간신히 몸을 털고 일어섰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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