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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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좋아 


봄을 재촉하는 날씨인가 땅을 충분히 적신 것 같은데도 아직도 끝내기가 아쉬운 양 이슬비가 내리는둥 마는둥 뿌리고 있다. 저녁을 같이 하자는 젊은 부부가 오기로 되있어 먼곳에서 오는 그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싫어 미리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쁘게 흩뿌리는 이슬비가 좋아서 일부러 비를 맞아보니 가냘프게 내리는 비가 그래도 머리를 적신다.  아주 상쾌하다. 비 뿌린 다음이라 그런지 공기도 상큼하고 날씨도 쌉사름 한 것이 쾌적한 기분이 더 없이 좋다. 


저녁 5시에 도착한다는 사람들이 아직 못 오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교통체증인가 보다. 피닉스에서 우리집까지 도착하려면 퇴근하는 자동차들이 말이 아닐텐데 괜스리 이곳까지 오느라 어렵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대단한 일 해준 것도 아닌데 마음 쓰지 않아도 되요"하고 사양했다. 

"아닙니다.  선생님을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도 있고 일부러 이곳까지 오지 않아도 되요."

"선생님, 인연이 만들어졌으니 제 가족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젊은이의 생각은 단호했다.  사실 젊은이가 자랑하는 아내(미국학교  교사)도 만나보고 싶기는 했다.  그것보다도 조그만 일을 감사할 줄 아는 이 젊은이의 마음이 더 기특해서다.

"그럼 조심해서 오세요."  

이렇게 말하고는 젊은이의 고집에 양보했다. 


이렇게 상큼한 공기인데 기다리는 동안에 동네 길을 걸어보자. 빗줄기가 연하지만 한동안 걸으려면 꽤 젖겠다 싶어 우산 쓰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걸어 본다.  젖은 날씨 때문일까 사람들이 하나도 나와 있지를 않았다.  하늘만 컴컴하고 인적은 없고 이런 날씨에 걷는 것 조차도 사치가 아닐까 할 정도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혼자서 괜히 멋있는 척 걷고 또 걷고 있었다. 


"아, 정말 기분 좋네.  이렇게 홀가분하게 이슬비 맞으며 걷는 기분 얼마만이던가." 학창시절, 단짝 친구와 음악 감상실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싫컷 떠들던 것도 모자라 "우리 비 맞으면서 걷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던진 한 마디에 마냥 걸었던 때 이후 처음이 아닌가!  "무심한 세월 같으니라고.  이렇게 빨리 흘러 가서 뭐 좋은게 있다고 꿈 많던 소녀들을 이렇게 허물어지게 만들어 놓을게 뭐냐?!!." "세월아, 아무 것도 모른 척 그렇게 빨리 흘러 가는 것이 그리도 좋아?"

이만큼 살아와 놓고는 새삼 빠른 세월에 반항하고 싶어졌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우면서 먼 나라 


천천히 이슬비 내리는 동네길을 걸으 면서 생각에 잠겨본다.  일본의 지진 피해를 보면서 한국민들의 열성적인 성금 모금에 자랑스러운 반면 너무 지나친 면은 없는가 돌아보게 한다.  어느 일본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읽었다. "우리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피난처 필요하고, 재난 현장에서 도와줄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 정도면 한국민들의 열성 모금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일본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교과서를 내일 발표한다고 알려지자 한국민들은 일본의 두 얼굴에 당한 것 같아 또 서운해 한다. 우리가 얼마나 도와 주었는데. "돈은 우리도 많아." 결국 자기들 힘으로 다 할 수 있는 일에 지나친 열성을 보였나.  


쌍스럽고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일본인들이 군화로 왕과 왕비가 자리하고 있는 조선의 궁전을 겁없이 드나들던 무례한 일본인들이 어찌 곱게 기억될까. 1912년 조선을 이미 손아귀에 넣고 미국에게는 온갖 환심사는 일을 하려고 워싱턴 디씨에 벗꽃을 선물했다는 뉴스만은 빠지지 않고 귀에 들어왔다.  

미국도, 세계 여러 나라들도 자신들(일본)이 힘없고 낙후한 조선을 위해 보호해 주어야 겠다는 주장에 어느 누구도 일본을 방해하는 나라가 없었다. 외부세계와 문을 굳게 닫고 우리는 그렇게 당해야만 했다.  

그 일본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예절바른 나라로 칭송을 받고 있다.   


그래서 힘을 키워야  해.   


3. 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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