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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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땅 '보스크 레돈도'로 떠나는 나바호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오랜 세월 조상들이 남겨준 너른 황야에서  바람과 구름과  하늘을 노래하던 나바호들, 자칭 "디네(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이 몰던 가축처럼  백인병사들에게 이 끌려 "왜, 어디로 , 얼마나 가야되는지" 조차 모른 채 끌려갔다. 너른 황야를  달려온 바람은 세이협곡에  늘어선 수천척 바위를  휘돌아 칼바람이 되어 들이칠 때 마다 "디네"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못하고 비척거리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갔다. 3월의 아리조나 북쪽 보니토 계곡의 회색빛 하늘은 흩날리는 눈으로 가득하고 걸음을 재촉하는 백인 병사들의 고함은 메아리되어 너른 황야를 달렸다. 그리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서럽게 죽은 채  하얗게 눈이 덮힌 나바호들은 저 멀리 300 마일 보스크 레돈도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었다. "디네"들의 이처럼 서러운 이야기는 대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져 오늘에 이르렀다. 


나바호들이 처음으로 보스크 레돈도의 섬너 요새로 강제 이주되기 시작한 것은  1863년 9월이다. 리오 그란디 남쪽 지역에서 메스칼레오 아파치 틈에 섞여 살던 나바호 51명은 백인 병사들의 일제 소탕작전 때 포로가 되어 아파치 425명과 함께 칼튼 장군에 의해 섬너 요새로 강제 이주되었다. 이렇게해서 캔비 요새와 윈게이트 요새로 투항해온 나바호들은300 마일 거리의 페코스 강변 13,000 스퀘어 마일즈의 보스크 레돈도에 자리잡은 40 스퀘어 마일즈의 섬너 요새로 강제 이주되었다.


나바호 51명 아파치에 섞여 처음 이주

대규모 이주는 1864년 2월26일 시작되었다. 캔비 요새를 떠난 나바호 1445 명은 15일 만인 3월13일 섬너 요새에 도착했다. 이송도중 10명의 나바호가 오염된 음식과 익숙하지 않은 병사들의 음식으로 배탈과 설사로 사망하고 어린이 3명은 호송대에 끼어있는 뉴 멕시칸 보조병 중 누군가가 훔쳐갔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 어린이는 벌써 노예로 팔렸을 것이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나바호 투항자가 예상보다 늘어나자 이미 캔비 요새에는 양식이 동이나고 몸을 가려줄 담요조차 남아나지 않았다. 얼마 후 126명의 나바호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나갔다.

식량이 바닥난 캔비 요새는 섬너 요새로 출발 예정인 2,400여 명의 나바호들에게 음식대신 밀가루를 지급했다. 조리법에 대해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나바호들은 처음보는 말가루를 그대로 먹거나 일부는 물에 타서 죽처럼 마셨다.


걷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처치

3월4일 나바호들은 473 마리의 말과 3,000 마리의 양떼를 몰고 요새에서 제공한 30대의 마차를 따라 섬너 요새로 향했다. 보니토 협곡의 3월,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멀리 하늘 끝에 닿은 산봉우리에는 눈이 하얗게 쌓였고 눈과 함께 황야를 달려온 바람은 간신히 몸을 가리거나 제대로 가리지도 못한 나바호들을 사정없이 들이쳤다. 배고픔과 함께 밀려드는 절망감과 추위에 지친 나바호들은 호송하는 병사들의 욕설과 조롱을 받아가며 간신이 발걸음을 옮겼다. 출발 전 밀가루를 먹은 나바호들은 도중 배탈이 났다. 심한 설사와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나바호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길가로 기어갔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또한 걸을 수 없는 나바호들은 병사들로부터 욕설을 들어가며 걷기를 강요받았다. 그러나 더이상 걸을 수 없을 경우에는 잠시후 총소리가 들리고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3월20일 800여 명의 나바호가 캔비 요새를 출발했다. 대부분 부녀자와 노인 그리고 어린이들이었다. 이들은 요새에서 제공한 23대의 마차가 삐걱대는 바퀴소리를 따라 길을 나섰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광야의 바람은 거셌다. 눈보라는 거의 4일간이나 계속되고 제대로 몸을 가리지못한 나바호들의 신음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일행이 알부퀘키 근방 리오 그란디의 로스 피노스에 도착하자 병사들은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면서 마차를 모두 징발했다. 마차를 모두 빼았긴 나바호들은 빈 땅에서 캠프를 치고 야영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출발하려하자 어린이 5,6 명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밤새 누군가가 어린이를 훔쳐간 것이다. 요새로 행군하는 중간에 146 명이 추가로 합류하여 모두 946 명이었던 일행이 5월11일 요새에 도착했을 때는 110명이 사망하거나 사라져버렸다. 


걷지못하는 만삭의 여인은 죽어가고 

어느 나바호 노부는 만삭의 딸과 함께 섬너 요새로 끌려갔다. 4월의 날씨는 을씨년스럽게 음산하고 추웠다. 노부부는 힘에 겨워 비틀거리는 딸을 부축한 채 간신히 발자욱을 옮기고 있었다. 순간 딸이 분만할 기미가 보이자 노부부는 병사에게 잠시만 쉬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병사는 "이제 네 딸은 죽어가니 필요없다"고 소리치고 노부부에게 계속 걸으라고 채찍을 휘둘렀다. 이 광경을 지켜본 딸은 힘없는 눈초리로 노부부를 바라보며 "자, 이제되었습니다. 때가 되었군요. 어서 가세요"라고 말했다. 노부부가 일행에 밀려 얼마쯤 갔을때 총소리가 났다. 섬너 요새로 가는 300 마일 희미한 오솔길에는 이처럼 덧없이 죽어가거나 하얗게 눈에 덮힌 채 얼어죽은 시체가 이정표처럼 이어졌다. 

1868년 섬너요새에서 옛 보호구역 세이 협곡으로 살아 돌아온 어느 전사는 "보스크 레돈도로 가는 멀고도 먼 길은 얼음과 바위투성이 뿐인 고행의 길이었다. 우리들은 어디로 왜 끌려가는 지도 모른 채 부식을 실은 마차 뒤를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걸어야했다. 누구든 아프다거나 걸을 수 없다고 말하고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면 그는 그 자리에서 총격을 받았다. 그곳에는 자비라고는 애초에 없었다. 또 많은 동족들이 행군중 병들고 설사로 죽어가면서 가족을 잃은 많은 동족들의 비탄은 결코 지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낙인되었다"라고 후손에게 전했다. 

1863년 9월부터 1867 년까지 모두53 차례에 걸쳐 나바호들이 무리지어 섬너 요새로 끌려갔다. 이들에 대한 강제 이주는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이건 숨이 턱에 차도록 무더운 여름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처음 칼튼 장군은 투항해온 5천여 명의 나바호들을 강제이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나바호들의 투항으로 1864년 12월31일 현재 섬너 요새에는 8,354명이, 그리고 1865년 3월에는 9,022명으로 늘어나 요새는  양식과 식수부족, 땔감부족 그리고 아파치와의 갈등과 같은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나바호족 53무리를 강제 이주

캔비 요새와 윈게이트 요새에서 섬너 요새로 향하는 노선은 7개였다. 병사들은 이중 1개 노선을 택했다. 나바호들은 선대로부터 "절대 큰강 3개를 넘지말라. 만약 이를 어기면 재앙이 온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나바호들은 캔비 요새를 떠나 푸에르토 강, 리오 그란디, 페코스 강 같은 3개의 큰 강을 건너면서 조상의 경고대로 엄청난 재앙을 겪게되었다.

나바호들의 길고 긴 무리는 하루13마일 가량 걸어 보통 18일 만에 보스크 레돈도에 도착했다. 그러나 테일러 산 근방에 위치한 윈게이트 요새에서 출발한  나바호들은 그만큼 일찍 섬너 요새에 도착했다.

나바호들이 집단 수용된 섬너 요새주변의 땅은 염분이 많아 처음 계획과는 달리 농사가 불가능했다. 또한 무기질이 많은 페코스 강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미국 정부는 한해 150만 달러를 투입하여 나바호 보호구역을 설정하려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나바호들을 다시 본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1868년 6월18일 보스크 레돈도를 휘돌라 흐르는 황토빛 페코스 강 물에도 햇빛은 찬란하게 빛났다. 죽음의 땅에서 근 4년 이상을 버티며 모진 목숨을 버텨온 7,304 명의 나바호들은 유유히 흘러가는 페코스 강물에 마지막 눈길을 주고 조상이 내려준 옛 땅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끌려 올 때와는 다르게 말과 노새 1,500 마리,양 2,000 여 마리에 50개의 군용마차와 4개 기마중대의 호위를 받으며 10 마일에 달하는 큰 무리를 지어 환성을 지르며 고향으로 향했다. 보스크 레돈도의 비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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