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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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초반을 달리고 있는 현대생활에서 옛 것을 말한다는 것이 겨우 7080 콘서트, 7080 경양식, 7080 경제 투쟁 등 이 때의 이야기가 그나마 옛날의 향수를 불러 온다고 그리워하지만 나의 세대는 60년대였으니 그야말로 고리타분한 시대가 아닌가. 4.19 학생혁명과 박정희 대통령의 5.16 혁명을 학창시절에 다 겪어 보았고 새마을운동과 "잘살아 보세"하는 힘찬 노래가 방방곡곡에 퍼지던 시절이었다. 1960년대에 학창생활, 취미생활, 직장생활로 바쁘게 지내다가 사랑에 눈멀어 결혼까지 해서 신혼살림까지 하다가 미국에 왔으니 그 10년이란 세월이 흔히들 말하는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가 아니고 그 당시에도 벌써 화살처럼 빨리 지나갔다.



6.25 전쟁의 아픔에서 겨우 벗어나려고 힘들게 버티던 때, 1960년도의 국민 개인소득이 $79이던 시절, 한국의 가난을 아프리카의 가나와 비교하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같은 젊은 청년들의 가슴이 끓어도 어디가서 호소할 곳도 없고, 반듯한 직장 하나 구하기도 힘든 고난의 시대였다. 나라의 어려움은 물론 부모님 세대의 힘들게 견디어 내는 희생을 보고 자라 온 세대였다. 그 어려운 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고국의 모습은 진정 기적을 만들어 낸 자랑스러움이 배어나온다. 



지금의 시대를 그것도 미국이라는 세계최강의 국가에서 최고의 문명혜택을 누리고 살면서도 지나온 가난했던 세월들이 그리워진다. 명동성당 바로 밑에 위치한 YWCA에 나가 기타도 배우고, 꽃꽂이도 배우고, 영어배우러 다닌다고 미국 선교사가 가르쳐 준다는 퇴계로의 침례교회도 찾아 다녔다. 당시에는 영문과 학생들이라면 남들보다 빨리 영어회화를 배우고 싶어 돈 들이지 않고 영어를 배울 만 한 곳이 있다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찾아 다녔다. 그렇게해서 찾아 다닌 곳이 영국문화원, 지금 생각해 보니 부모님께 참으로 많은 죄를 지은 것 같다. 다소곳이 어머니를 도와 살림이나 배우지 무얼 그리 배우겠다고 찾아 다녔는지. 그 시간에 연탄불(당시에는 연탄불이 부엌살림의 기본이었다) 잘 피우는 것이나 좀 배우지.  


신혼초의 살림이 옛날식 한옥에서 시작되었다. 부엌에 있는 연탄 아궁이는 들여다 보기도 싫었다. 제대로 한번 불을 붙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붙었는가 하면 또 꺼져있고, 이번에는 틀림없다 싶으면 또 실패. 어느정도 자신이 붙을만 하니 가정용 개스랜지(gas range)로 바꾸게 되었다. 연탄 아궁이와는 영원히 이별.  감사, 감사.



그리운 시절을 떠 올리며 잊을 수 없는 것은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놓으신 실내 화원.  한참 추운 날에도 그 안에 만 들어가면 따뜻한 화롯가에 온 것 같다. 안방의 창가 바로 밖에 비닐 하우스를 만들어 2명 정도 겨우 들어가 다닐 만한 규모가 작으마한 화원이었지만 온갖 화초들이 아버지의 손길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 손을 잡고 이꽃 저꽃을 보면서 좋아하면 흐뭇해 하시던 아버지의 인자하신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를 위해서 뒷뜰에 만들어 놓으신 텃밭은 토마토, 고추, 가지, 호박 등 온갖 야채들을 다 심어 놓으시고, 또 그보다 더 뒷쪽 담장을 만들어서 거기에는 옥수수 밭을 만들어 놓아 언니와 나, 그리고 나의 남동생은 그 속을 헤메며 술래잡기를 하면서 뛰어 놀았다


텃밭과 실내화원 사이에는 탁구대를 놓아서 언니와 오빠는 늘 내기를 하고 어린  나하고는 겨우 놀아주는 정도밖에 안하는 언니와 오빠가 미웠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흘렀나. 우리에게 정성을 쏟으시던 부모님은 벌써 아득한 옛날이 되었고, 그 어린 풋풋했던 우리들은 이제는 흰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얼굴에 얼룩진 잡티와 피할 수 없는 주름살만 남은 지금 그 시절이 그리워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을 덧칠해 보니오붓한 추억의 장면들이 영화장면들 처럼 흘러간다.



살다보니 때로는 인생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래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다고 하니 주어진 날들 감사히 받으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인생의 한 단편이 아니겠는가. 누구를 미워하며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은 것임을 알면서도 아끼며 쓰는 것은 실천할 줄을모른다.  



산다는 것이 미운 사람도,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 별것도 아닌 일에 자신의 시간을 헛되게 보낸다는 것을 깨달을 때면 후회가 오지 않을까.


6월 19일 2016년

미셸 김/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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