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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처럼 구르는 죽어간 800명 아코마 전사와 부족
용감한 황야의 전사 아코마 전사들도 신무기로 무장하고 대륙에서 전투로 잔 뼈가 굵은 스페인 병사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처절한 전투가 끝나갈 무렵 너른 평지는 죽어 넘어진 전사와 토착민들이 흘린 비릿한 피의 냄새뿐이었다. 그리고 달아나다 잡힌 포로들은 먼지와 연기가 매캐한 부서진 아도비 사이에서 굴비처럼 묶인 채 모여 있었다. 용케 달아난 몇몇 아코미 전사들은 아직도 불타고 연기가 자욱한 부서진 아도비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스페인 전사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전투는 저녁 어스름이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루내내 하늘아래 너른 아코마 평지에는 비명과 함성이 일고 부상당한 채 널부러진 아코마 전사와 부락민들의 신음소리와 처참한 울음소리는 바람과 함께 거친 황야를 지났다.
이같은 스페인 병사들의 처절한 보복은 24일까지 3일간 계속되었다. 피붙이를 잃은 빈센트는 살인자들에게 절대 관용을 베풀지 말라고 '폭풍우 속에서 함선을 지휘하는 선장'처럼 병사들을 다그쳤다. 이때마다 아코마 전사와 아코마 여인네를 포함한 토착민들은 불타는 아도비 사이를 도망치다 처절하게 죽어가고 포로가 되었다.
사흘간의 전투 끝에 아코마 전사들은 근 500여 명이 일방적으로 죽어갔다. 여인네를 포함하여 어린이 300여 명도 목숨을 잃고 500여 명은 포로가 되었다. 빈센트가 부하들과 함께 처참한 죽음의 현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아코마 여인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한 여인이 빈센트에게 "이 모든 살육은 주투카판의 간교한 입놀림 때문에 비롯된 일입니다. 아무런 죄가 없는 백성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요"라고 울부짖었다. 그리고 몽둥이로 널부러진 전사들의 시체를 뼈가 부셔지도록 내리치고 내리쳤다.
다행히 목숨을 구하고 포로를 면한 토착민들은 몸을 피해 너른 황무지 속에 몸을 숨겼다. 이제 아코마에는 비릿한 피비린내만 바람결에 날릴 뿐 생명이라고는 주인없이 떠도는 강아지 몇 마리와 포승줄에 묶인 포로들뿐이었다.
전쟁은 원로 춤보가 빈센트에게 정식으로 항복하면서 3일간의 전투는 800여 명의 희생자를 내고 막을 내렸다. 그리고 춤보는 빈센트로 부터 간신히 살아남은 부족을 이끌고 눈이 하얗게 깔린 황무지에서 살아남은 부족들과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기고만장하여 전사들을 싸움터로 몰아넣은 주투카판은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평지 한 구석에서 죽어 넘어진 이름없는 전사들과 함께 누워있음이 분명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아코마들은 이제는 폐허가 된 아도비 한편에 수용되어 스페인 병사들의 신문을 받았다. 그 중에는 몸집이 우람하고 길고 흰 수염에 머리가 벗겨진 전사가 있었다. 그는 전사들의 선두에서 용감하게 칼을 휘둘러 눈에 띄던 전사였다. 싸움이 끝나갈 무렵 흰 수염을 한 전사는 추종자와 함께 바위 틈에 몸을 피했다. 싸움이 끝나고 일단의 수색대가 그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수색대에게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자 두사람은 개같은 이방인에게 죽기보다는 단도를 던져주면 자결하겠다고 소리쳤다. 그는"그리스도인들이여! 그대들이 흘린 피에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는가. 내가 내 목을 베어 피를 흘린다면 만족하겠는가. "라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수색대는 단도대신 포승줄을 던져주었다.
신문과정에서 그들을 아는 토착민은 거의 없었다. 이후 두사람은 아코마의 용감한 전사 템팔(Tempal)과 코톰보(Cotombo)로 밝혀져 교수형에 처해졌다. 아코마 부족 사이에 아코마가 위급할 때 하늘은 아코마를 도우려 흰 수염에 불붙은 칼을 휘두르는 장수가 많은 전사와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아코마를구하러 내려온다는 전설이 전해져 왔다. 부족들은 아마도 그 두 사람이 하늘이 보낸 장수일 지도 모른다고 수군댔다.
전쟁이라기보다는일 방적인 살육전은 끝났다. 아코마를 완전 정복한 빈센트는 처절한 전투의 뒤 끝을 정리했다. 이제 너른 평원은 산산히 부서진 아도비와 아직도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아도비뿐이었다. 죽어 넘어진 이교도 아코마 전사 500여 명과 부녀자와 어린이 300여 명 등 모두 800여 구의 시체는 함께 매장되었다.
발목절단형을 선고 받고 발목잘린 포로들
사로잡힌 500여 명의 포로는 포승에 묶인 채 40여리이그 거리에 있는 '산가브리엘'로 끌려갔다. 아코마 일대의 한 겨울 날씨는 코 끝에 흰 김이 묻어날만큼 차가웠다. 길게 늘어선 포로들은 감시를 받아가며 한 겨울의 황야를 걷고 또 걸었다. 어린 아이들은 맥없이 끌려가는 여인네의 손목에 매달려 배가 고프다고 칭얼댔다. 그래도 길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먼 길을 가던 포로 중 기력이 다한 노인네는 더 이상 걷지를 못하고 주저앉으면 이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이었다.
어렵사리 '산가브리엘'에 도착한 포로들은 오나테가 주관하고 '산가브리엘'의 행정과 사법을 다루는 주앙구티레즈가 심리하는 재판을 받았다. 재판의 공정을 위해 포로인 피고인들은 변호사로 선임된 알론조고메즈(Alonso Gomez Montesimos)의 변호를 받았다.
1599년 2월 12일 근 500여 명에 대한 평결은 예상대로 가혹했다. 25세 이상 성인 남성은 한쪽 발목을 절단한 후 25년간 강제노역을, 그리고 12살에서 24세의 남성은 신체의 훼손은 면하는 대신 25년간 스페인 황제를 위해 강제노역에 처해졌다. 그리고 여인들도 20년간 강제노역을 해야했다. 또한 선발된 아코마의 어린 여아 60여명은 뉴스페인에 있는 수녀원에 보내졌다. 그리고 어린 아코마의 남아들도 강제로 사제양성소로 보내졌다. 그러나 실제 발목이 잘린 포로는 24명뿐이다. 아코마의 반란소식을 듣고 상황을 살피러 왔던 2명의 호피부족 전사는 한쪽 팔이 잘린 채 호피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고 스페인 병사에게 반항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보여주었다. 아코마가 외지인 스페인 병사들에게 처참하게 보복되는 것을 지켜본 인근 토착민 부족들은 이후 스페인 병사들에게 완전 복속되고 더 이상 반역은 꿈도 꾸지 못했다. 후세 사가들은 스페인 식민지 병사들과 아코마 부족간의 전투를 "아코마 대학살"이라고 이름지었다.
스페인 황실은 이 학살 책임을 물어 오나테를 총독직에서 해임했다. 뉴스페인에서 추방된 오나테는 이후 스페인으로 건너가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황제의 광산 총감독에 선임되었으나 뉴멕시코로 돌아가지 못하고 스페인에서 영면했다.
거친 황무지로 강제 이주된 아코마 부족들은 이후 하나하나 아코마로 돌아가 정상으로 오르는 통로를 정비하고 부서진 아도비를 손보았다. 그리고 짝을 이루어 자식을 낳고 다시 부락을 이루며 끈질기게 살아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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