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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 출항했으나 승선에 누락된 키노신부
23명의 사제들이 물에 빠진 생쥐의 모습으로 다시 카디즈 항에 나타나자 이들을 그간 돌보던 안내 신부는 경악했다. 현지 예수회측은 우선 23명의 사제를 예수회 대학 기숙사로 안내했다. 그리고 사제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현지 이교도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선편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행하던 총독도 선장에게 사제들을 도우라고 했다. 안내전담 신부는 카디즈 항에 정박중인 함선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부디 불쌍한 영혼들이 하루라도 빨리 목자를 맞을 수 있게 사제들을 태워달라고 애원했다.
다음 날 새벽 2시경, 안내전담 신부가 곤히 잠든 사제들을 깨웠다. 그리고 소장품도 모자도 검은 망토도 제대로 갖추지못한 사제들을 선창가로 데려갔다. 안내 신부는 다시한번 함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읊조렸다.
이렇게 해서 첫번째 함장은 갈바네스와 보르지아 신부 2명을 태웠다. 안내신부가 찾은 두번째 함장은 승선을 거부했다. 세번째 찾은 함선에는 자르고사 신부와 틸페 신부와 맹커 신부가 승선했다. 네번째 함선에는 볼란거 신부와 래트게이 신부가, 그리고 다섯번째 배에는 드 앤젤리스 신부와 항가리 귀족 출신 신부가 승선했다. 또한 여섯번째 배에는 스트로바하 신부와 노이만 신부가 탈 수 있었다. 한편 포르라디스 수사는 안내 신부의 부탁으로 바다에서 건진 사제들의 짐을 지키고 있었다. 안내 신부가 사제들을 한명 한명 나누어 배에 태우는 것을 안 수사는 사제들의 짐을 버려둔 채 배를 하나 세내어 가까운 함선으로 달려가 무조건 함장에게 태워줄 것을 부탁했다. 마침 이 배에는 보란고 신부와 수석 사제 자르고사 사제가 타고 있었다. 수사의 간청을 들은 선장은 목자 한명을 더 태워주기로 했다. 안내신부의 애원으로 11명의 사제는 우선 배를 타고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키노 신부를 비롯한 12명의 사제는 아직도 현지의  부름을 받지못한 채 기약없는 서인도행 선단을 기다려야했다.

 

승선할 배 기다리며 6개월간 학생지도
또다시 출항의 기회를 놓친 키노 신부는 레블 신부와 함께 카디즈 예수회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출항을 기다렸다. 게르스 신부와  나머지 10명의 신부는 세빌로 가서 방역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사법행정은 잔인할만큼 엄했다. 도처에서 죄인에게는 교수형이 집행되고 교수된 시체는 별다른 조치없이 아무데나 방치되었다. 자연 사체가 부패하면서 전염병은 수시로 인근 도시를 휩쓸었다.
한편 카디즈의 대학에서 강의중인 키노 신부는 행성을 관찰했다. 12월 과 2월사이에 나타나는 행성을 연구한 후 이 행성은 2256년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학계에 발표했다. 마침 키노 신부는 동양지역 선교에 관심이 많은 마드리드에 사는 마리아 과다루프 드 랜카스터 공작 부인과 서신을 주고받게 되었다. 키노 신부는 공작부인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동양지역으로 파송할 기회를 모색했으나 실패했다. (* 키노 신부와 공작 부인 간에 오간 서신은 1930년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1페이지당 235달러에 구입했다.)
좀처럼 서인도제도로 출항할 상선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8월경 서인도 제도를 순시하는 아르마다 드 발로벤토 호가 혼드라스 방향으로 출항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인근 지역을 횡행하던 해적들이 푸에르또 벨로를 약탈했다는 소식이 돌면서 이 계획은 취소되었다. 출항의 기회에 부풀었던 사제들은 또한번 좌절했다. 마침 키노 신부는 로마의 예수회 본부로부터 선편이 허락되는 대로 파라과이나 뉴 그라나다 어느 곳이던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파라과이 행 배는 이미 떠난 후였다. 마침 카디즈 항에는 파나마로 떠나는 갤리 선이 출항 준비중이었다. 이 선단에는 베라 크루즈로 향하는 특급 우편선이 있었다. 카디즈 예수회는 남아있는 사제들을 이 우편선에 태우기로 했다. 이 배를 타기위해 세빌에서 방역업무를 돕던 사제들이 1681년 1월 18일 돌아왔다. 돌아온 사제들은 카디즈 항 외곽에 숙소를 정하고 출항날만 기다렸다. 그간 서인도행 사제는 6명이 늘어나 모두 18명이 되었다.
1월 27일 드디어 키노 신부를 비롯한 사제들은 인고의 시간끝에 대서양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 일부 사료에는 1월29일 출항했다고 기록했다)

 

카디즈 항  출항 96일 후 베라 크루즈 도착
키노 신부는 특급 우편선이 카타리나 제도를 지날 무렵 공작부인에게 출발을 알리는 간단한 출발 인사를 띄웠다. 갤리선과 함께 대서양을 가로지른 특별우편선은 푸에르토리코를 지나 파나마로 직행했다. 8명의 사제가 뉴 그라나다에서 하선했다. 키노 신부를 비롯한 10명의 사제는 96일간의 긴 항해 끝에 드디어 1681년 5월 3일 뉴 스페인의 남동부 베라 크루즈 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  함께 상륙한 게스틀은 96일의 긴 항해끝에 5월 1일 도착했다고 스페인 고향의 부모에게 편지로 알렸다. 그러나 키노 신부와 레벨 신부는  연안선을 기다리느라 5월 3일 상륙했다고 기록했다)
3년전 제노아를 떠난 키노 신부를 비롯한 사제들은 드디어 목표로 했던 멀고 먼 신세계에 발을 디딘 후 운명처럼 낯선 이방인의 땅으로 제각각 발길을 돌렸다. 보란고와 틸페 스트로바하 그리고 드 안젤리스와 쿠쿠리누스는 마리아나스에, 맹커와 크라인은 필립핀으로 갔다. 게르스틀은 중국으로 향했고 노이만과 래트케이는 치와와로 향했다. 얼마 후 래트케이는  치와와에서 사망했다. 토착민의 영혼을 구한다고 마리아나스에서 사역하던 보란고와 스트로바하 그리고 드 안젤리스는 현지인들에 의해 순교했다.
키노 신부가 이처럼 낯설고 물설은 이방인의 땅 뉴 스페인의 베라 크루즈에 발을 디딘 후 키노 신부는 말잔등에 올라 토착민 마을에게 "말을 타고 찾아오는 신부"라고 불리웠다. 그는 평생 낯선 이방인 마을에서 말 안장에 기댄 채 마른 풀을 덮고 잠을 잤다. 그리고 토착민과 함께 찬이슬을 맞으며 옥수수로 빚은 토틸라와 나무뿌리를 씹으며 살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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