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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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씨실과 날실이 없다 라우센버그의 만화경 같은 켐퍼스 위엔 무용수 케닝헴의 움직임이 미디움이다.* 복잡하게 어울린 무늬는 고대 상형 문자처럼 의미는 몰라도 분명 의미가 있는 듯 하다 퀼트 이불은 인간의 오랜 역사가 낱낱이 적혀 있다 이불을 누비는 방법과 짜깁기하는 방법, 물에 젖지 않게 하는 방법이 쓰여 있다 이 조각 천을 수집하기 위하여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까 못 가져서 평온 했던 할머니의 모시 적삼, 가져서 괴롭던 복부인의 치맛단, 앉은 자리 풀 안 난다는 비단 장수의 두루마기, 신식 애기씨들이 뒤집어 입던 청바지, 이제는 낡을 대로 낡아 엿 장수도 마다하는 온갖 잡다한 헌 옷 쪼가리, 온갖 것 이어 만든 쪽 천 이불은 성당 창문의 쪽 예수 같다. 

2. 퀼트의 창이 부검당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루터, 스코틀렌드에서는 존 낙스가 검시관이다 검시원들은 온세계로 퍼져나갔다 카타콤에서 천여 성상을 송장처럼 지내던 파리한 성도들은 밖으로 튀어나와 부검꾼들과 합류하였다 

3.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1000년후의 대원군을 모른다 천 갈래 만 갈레 깨진 퀼트유리알은 수많은 순교자들을 쳐내는 칼날이 되었다 바다를 건너와 억새의 물결을 타고 서울에 도착한 그들은 황금 빛 보리밭에서 대원군을 만나 초개처럼 쓰러졌다 병인박해로 깨져버린 이만조각의 퀼트 유리알이 어지럽게 얽혀 피를 토한다 피 냄새를 맡으려다 핥아먹으니 독소가 온 몸을 적신다 

4. 신문지에 싸서 버릴 수 없는 평온한 공간에 부끄러운 어둠, 검시결과의 우울한 소식이 서투른 피아노 소리와 함께 들린다 퀼트의 반격으로 검시관들은 화형을 당하고 죽어갔다 죽은 자들이 살고 있는 지하도를 들어서니 진격하듯 밀려오는 저 푸르름 썩은 밀알이 꿈틀거리고 진격해온다 

5. 퀼트는 본래 차갑고 날카로운 유리창의 언어이다 그러나 그들은 찬 것을 키질하여 포월 적으로 치환하여 코드를 바꾸어 놓았다 아님(不)을 안(內)으로 바꾸웠다 그들은 읽기의 혁명을 이르켰다 그들의 눈 속에 이글대는 전율의 마그마가 계속되는 혼절의 시간을 마다하지 않았다 말 속에 이름이 나오면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때는 찬 것을 따뜻하다고 바꾸어 읽기도 하였다 이러한 읽기의 혁명은 문자의 생성과 의미의 생성이다. 바르트, 야우스, 이저등의 심미적 언어가 퀼트 이불에까지 르네상스 천년 역사의 박물관을 저공비행하고 있다 


* 그의 추상화는 세계적인 무용수가 춤추는 것 같다.

미디움은 켄퍼스에 그린 그림의 재료를 말함. 유화물감, 아크릴 등 특히 전위 미술가들은 쐬조각 종이 쓰레기의 폐품도 미디움으로 쓰고 있다 

** 대원군은 불란서로부터 선교사로온 신부등 신도들을 만명에서 이만명정도 학살하였다.


해설 


퀼트에 대하여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15세기 16세기 유럽에서는 퀼트 문양으로 된 반지가 유행이 되었는데 이런 경우 약혼기간에는 신랑과 신부가 하나씩 끼고 있다가 결혼을 하면 신부가 두개의 링을 합쳐서 낀다고 합니다. 이런 패턴이 미국에 전해진 것은 17세기경 독일 사람들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지방에 정착을 하면서부터 였습니다. 1930년 대공황시기에 퀼트가 무척 유행이었는데 어렵던 시절 집에 있는 각종 원단들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몇몇 신문과 잡지에서 이 퀼트에 관한 출판을 할 정도였고 프리컷 키트들도 많이 팔렸고 각종 퀼트 쑈가 열리기도 하였습니다. 초기에는 Rainbow, Endless Chain, Around the world, King Tut 등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기원전 4500년경 고대 이집트 파라오 상에서 정교한 퀼트를 볼 수 있었고 르네상스 당시부터 퀼트형식의 그림을 성당의 유리창에 그려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퀼트하면 쪽 누비이불이나 예술품보다는 성당의 창문 전용물 같은 인상이 더 깊습니다. 이번 주의 시제는 퀼트이지만 퀼트가 말하고 있는 이미징을 넘어서서 관념적 세계로 시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저의 시는 거위 전형적인 관념의 시들뿐인듯 합니다. platonic peotry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관념시말입니다. 이러한 시는 이데아의 세계로 눈이 가있습니다. 관찰과 함께 포착된 질료(質料)의 저편 노장 적으로 말하자면 무(無)라고 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짙은 향을 깔아놓고 있습니다. 서기 530년 말기 이후 1700년대 말기까지 철권 역할을 했던 로마 교황은 기독교 말살 운동을 펴 기독교인 수십만을 죽였고 그나마 살아있는 기독교도들은 지하로 다 숨어 버렸습니다. 그중 일부는 카타콤이라는 지하 무덤으로 들어갔는데 이곳에서 시체의 부패해가는 냄새와 더불어 1000여 성상을 지하에서 출생하여 지하에서 죽었습니다. 1700년대 말기 나포레옹의 철권으로 로마교황청이 몰락하자 죽순처럼 지하에서 올라온 기독교인들이 온 지구상을 덮고 있습니다. 그러나 퀼트의 다양한 문양이 말해주듯 분열, 분열, 분열, 퀼트처럼 분열된 크리스천들이 이 지상을 알록 달록 꽃피우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 중국 등 강국들의 위협속에 근근 면목을 유지하던 한국의 대원군이 20000여명의 천주교도들을 죽였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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