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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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은 우리의 일생사에서 늘 겪는 일이다. 기쁨이 있는가 하면 노여움이 따르고 슬픔이 있는가 하면 즐거움이 생기니 인생이 늘 기쁨만 있을 수 없고 또 늘 슬픔만 생기는 법은 없는가 보다.  


오래되었지만 "내 이름은 김 삼순" 이라는 드라마가 기억난다. 김선아라는 여배우가 상대방 남자배우 현빈에게서 당하는 것이 너무 분하고 서러워서 화장실에 들어가 울다가 마스카라가 지워져 까만 눈물이 흐르던 그 얼굴. 김선아가 배워서 보여 주던 불란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통적인 과자 마들렌 (madeleine)이 한참 인기를 끌었었다.  


오랫동안 아껴오는 젊은 후배가 새 집으로 옮겼다고 해서 한동안을 벼르다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남편과 예쁜 딸을 데리고 알콩달콩하게 예쁘게 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이런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흐뭇하고 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후배는 우리에게 매콤한 국수를 만들어 주고 후식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마들렌 과자와 커피를 내어 준다. "아니, 이거 그 과자네!! 오래전 드라마에서나 보던 과자를 여기서 먹게 되네.?!"  드라마에서 선 보였던 마들렌 과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랫만에 맛있는 커피와 마들렌의 조화가 절묘하게도 후배와 마음놓고 떠드는 시간까지 한꺼번에 어울리고 있었다.  


처음 먹게된 마들렌 과자가 맛있어서 샘플을 사오려고 후배가 가르쳐 준대로 15마일 정도를 달려 가서 사왔다. 값도 비싸지 않고 조그만 상자 안에 들어있어 집에서 먹어 보기에는 아주 좋았다.  우리는 집에 오자마자 각자의 컴퓨터 앞에 앉아 좀 쉬기도 할겸 따끈하게 새로 만든 커피와 마들렌을 놓고 음미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만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 가신 지 오래 되었지만 갑자기 아버지 생각에 눈물젖은 마들렌을 먹고 있었다.  술을 못 드시는 아버지는 맛있는 간식종류를 좋아하셨다.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고 아들 며느리 집에 계시던 아버지가 맛있는 것을 때에 따라 드셨을까? 우리처럼 먼 거리도 마다않고 과자하나 사기위해 달려 갔다 오시는 형편도 아니고 아들 며느리에게 잡숫고 싶은 것을 말씀이나 하실 수 있으셨을까? 온갖 생각에 흐느끼던 눈물은 점점 더 거세게 몸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존재로 나를 늘 지켜주셨다. 우리시대의 딸들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늘 어렵고 엄하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인자하신 얼굴에 자상하시고 엄마가 아버지 진지상을 따로 준비해 드리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시지 않으셨다. 주위의 젊은이들로부터 결혼식 주례를 맡아 하시던 아버지. 학교에서도 학부형 대표일을 맡아 하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학교에 자주 오시면 나는 늘 자랑스러웠다. 가족들이 다 모여있는 임종자리에서도 유독 미국에 혼자 나와 있는 이 딸자식을 찾으셨다는 아버지. 혼자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이 딸 자식은 오늘 겨우 마들렌 과자를 먹으면서 흐느끼고 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마들렌 과자 때문에 아버지 생각으로 몸부림 친다. 눈물이 이렇게도 많았던가!


아버지와 관련된 얘기는 아니지만, 얼마 전에 전화상으로 집에서 법정통역 일을 맡아 한 적이 있었다. 나성에 사는 어느 60대의 한인남성이 심장병으로 의사한테 가야 하는데 자신의 교통편은 보험회사에서 제공되지만 전동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아내는 해당이 안된다. 문제는 아내 때문에 전동의자를 자동으로 올리는 큰 차를 대절해야하니 경비가 더 든다는 이유다. 야박한 보험회사도 한 남자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 했던가 동의를 해 주었다. 한인 남성은 일이 끝나고 나니 울먹이는음성으로 몇 번씩이나 감사를 표시했다. 일을 끝내고 나서 내 방에 들어가 "이 사람 너무 불쌍해"를 외치며 외국에서 사는 한인이민자들의 애환어린 삶이 서러워서 또 흐느껴야 했다.   


눈물젖은 마들렌 때문에 이래저래

눈물을 휘날리는 날인가 보다.

아버지 생각 때문에 눈물을 부르는 마들렌 과자는 이만 끝을 내야겠다.


03. 31.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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