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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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들어섰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도 화씨 100도 내외를 오르락하지만 그래도 8월은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금년 추석은 윤달 때문에 너무 일찍 왔지만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수퍼 문(super moon)이라고 불리우는 추석 보름달을 마침 보게 되었으니 더더욱 좋은 일이다. 평소 습관대로 새벽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점점 요란해진다. 번개도 시끄럽고 웬일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힘차게 내리는 비가 얼마만인가. 추석날이라는 모양새는 갖추지 못했어도 추석 기분은 좀 내 보려는데 일세기 만에 온 홍수 이변이라니!!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 여러 명절 중에서도 추석을 가장 좋아했다. 나의 생일이 9월에 들어 있어서인가 추석에 나오는 가을 과일들, 배, 밤, 감들은 물리치는 일이 없다.  워낙 밤을 좋아하는 이 동생을 위해 충청도 온양으로 시집간 언니는 뒷마당에서 따 온 뾰족한 가시에 덮여있는 밤송이를 가져다 주었다. 어디하나 빠질데 없는 아름다운 언니는 시어머님 두 분을 모시고 사는 시집의 4대 독자인 아들을 만나 결혼을 했다. 당시 그 시집에는 거두어 먹여 살리는 50여명의 가족들이 있는 시댁이었다. 힘든 것이 당연했지만 친정에 와서 힘들다는 말 한마디, 얼굴에 고생하는 기색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언니가 너무 자랑스러워 옆으로 한마디 빠졌다.



추석명절이면 식구들이 모여 앉아 송편을 빚고 한쪽에서는 빈대떡, 고기전, 생선전, 잡채, 갈비찜 그리고 색갈 맞추어 만들어 내는 시금치, 도라지, 고사리, 무나물 등 온 식구들의 손이 모두 모여 각자 맡은 일들을 하면서도 말들을 많이 하니 시끌벅적하다. 

오빠와 새언니는 퇴근 후에 함께 와서 새언니는 음식 만드는 일에 함께 어울렸다.   

추석날 아침 가족들이 큰 상을 물리고 나면 인사차 들리는 손님들, 자주 보지 못했던 친척들, 그래서 가족들의 끈끈한 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누리는 행복이다. 이렇게 좋은 우리의 추석명절을 미국에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준비도 없이 잊고 지내는 것이 너무 당연시 되다보니 씁쓸해 진다. 옛날의 그리운 추석의 정겨웠던 모습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송편을 만들기 위해 쌀가루를 방앗간에서 빻아 오려면 커다란 양은통에다 쌀을 담아서 가지고 가면 방앗간 앞에는 집집마다 가지고 온 통들이 주욱 줄을 서 있다. 사람이 선 줄이 아니라 통들 만 놓고 자기 차례가 될 즈음이면 신통하게도 사람이 나타난다.  그 쌀가루로 만든 송편. 엄마는 솔잎을 넣고 정성스럽게 찧어낸 후 찬물에 씻어서 참기름을 약간 넣고 버무린 송편은 맛의 극치를 이룬다. 어린시절, 혼나면서도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집어 먹던 고기전이며 빈대떡이 어찌 그리도 맛있었던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즐거운 날이었지만 엄마는 늘 새로 들어 온 며느리 때문에 마음을 많이 쓰시는 것을 놓지지 않고 보았다. 한 번은 학교에서 돌아 오는데 집에 계셔야 할 엄마는 부지런히 어디를 가시는 모습이었다. 국민학교 교사였던 새언니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언니의 생일선물을 들고 가시는 중이었다. 딸은 출가외인이 될 사람이지만 새애기는 우리집에 들어 온 자식이라고 정성을 기울이시던 엄마. 자식들 키우느라 노심초사 하시던 엄마는 이제 새 며느리를 들여 놓고 또 노심초사. 며느리가 시집에 불평하기 시작하면 그 피해가 아들에게 간다는 것이 엄마의 공식이었다. 그때의 엄마를 생각하니 왜 이리도 눈물이 나는지. 옛 회상에 젖어 무슨 세월이 이렇게도 많이 흘렀을까 돌아보니 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금년의 추석은 왜 그런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그리움이 마음 한구석을 아련하게 물들여 준다.  



컴퓨터 방에 있던 남편이 잠이 온다고 먼저 침실로 들어갔다. 혹시나 아직 잠 안 들었으면 달 구경하러 밖에 나가자고 하려는데 이미 잠이 들었다. 대상포진으로 얼마동안 힘들어서였나 얼굴이 수척해진 것 같다. 잠들기 전에 못 본 것이 미안해서 남편의 얼굴에 나의 한쪽 뺨을 대 보았더니 그의 마음만큼이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래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저도 이렇게 당신께 부탁할게요.'

아침의 물난리치던 때와는 다르게 맑은 하늘에 눈부시도록 환한 한가위 보름달이 높이 떠 있다.   



09. 08.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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