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booked.net

booked.net

booked.net

michelle.jpg


어머니, 일년에 한 번씩 돌아 오는 어머니 날이건만 어찌 이리도 항상 드릴 말씀이 많은지 생각의 끝이 닫히지를 않습니다. 살아 생전에도 말씀이 많지 않으셨던 어머니께 효도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시고 급하게 떠나신 것이 너무도 서운해서인가 봅니다.  매일 어머니 얼굴을 맞대면서 어머니의 맛 솜씨로 지어주신 밥을 먹고 살다가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키워 준 공도 모르고 24살의 나이에 부모님 곁을 떠났습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철이 없었을까 늘 생각하며 지나 온 날들이 지난 달에 벌써 47년이라는 세월을 헤어 보았습니다.  



큼직하고 선량한 눈과 마음을 가졌고 앞으로 큰 사람이 되겠다고 좋아하시던 그 김 서방과의 세월이 모르는 사이에 4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김 서방은 옛날에 어머니가 보셨던 그대로 입니다. 반 세기에 가까운 이 세월을 아무리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메어도 어머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깔끔하신 어머니의 평소 모습대로 뒤를 돌아 보지 말고 앞 만을 보고 살라는 어머니의 생각이지만 때로는 허망하기도 합니다. 제가 집에 있는 날이면 책상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읽고 또 원고지에 끄적거리는 저를 보시고 "너는 뭐를 그렇게 맨날 읽고, 뭘 그리도 쓸 게 많으냐"며 제 책상을 눈여겨 보시던 어머니. 지금은 똑 같은 말을 김 서방이 제게 합니다. 그 버릇은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시간만 나면 책 들고, 원고지 대신에 컴퓨터로 탁탁 두들기며 써 내려 갑니다. 지금도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버릇은 평생을 갈 것 같습니다.  



  

어머니, 혹독한 일본의 제국주의 치하 에서 소리없이 숨죽이며 사셔야했고, 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지던 해방의 기쁨도 잠깐, 다시 6.25 전쟁을 겪으며 살아 오신 그  세월들을 생각하면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힘들다는 말을 감히 꺼낼 수가 없습니다.  피난을 떠나 살던 시절에도 노래의 가사처럼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신 어머니의 은혜를 알고 기억하며 사는 자식들이 어디 그리 많이 있을까요? 자식 다 키워 놓으니 저 혼자 큰 것처럼 부모님 몰라라 합니다.

보릿고개 넘기지 못해 배고파 죽는 사람이 있어도 가난을 면치 못하던 그 나라가 지금은 좀 잘 살게 되었다고 안하무인격인 군상들. 도덕과 인성은 다 어디로 살아지고 피폐하고 '나'만 잘 살면된다는 모진 인간으로 변한 무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부모형제들과 함께 살던 그 모습대로 시집식구들과 살면 되는줄로 만 알았었지요. 그래서 자신이 만만했던가 봅니다. 유난히 입맛이 까다로운 시어머님이 몸이 약하시니 음식 드시기를 싫어 하셔서 이 모자라는 새 며느리는 항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진지를 잘 드시게 할 수 있을까. 녹두죽과 빈대떡을 좋아하신다니 만들어 드려야지요.

지금처럼 통녹두를 물에 불린 후 가는 기계가 있던 시절도 아니니 불린 녹두를 껍질 다 벗겨 맷돌에 갈아서 녹두 죽도 쑤어 드리고 빈대떡도 제법 골고루 재료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제 손으로 쑤어 만든 녹두죽과 빈대떡을 시어머님이 잘 드셨다고 했더니 칭찬해 주시면서도 제가 고생하나 싶어 머리를 돌리시던 어머니.  자랑하느라고 드린 말씀인데 어머니의 아픈 마음을 보고는 그 후로는 제가 살림얘기는 안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어머니, 어려움을 겪을 때, 나이들어 가면서 고독함을 느낄 때, 하던 일이 잘 풀려지지 않을 때, 늘 나를 위로해 주고 다시 용기를 갖게 해 주는 말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위로받고 즐겨쓰는 유대인의 지혜서라는 <미드라시>에 나오는 이 한마디가 그 어떤 말 보다도 나의 마음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인간들은 내면으로 외로움에 시달리고, 괴로움이 커도 들어 줄 사람 없고, 고독에 몸부림쳐도 관심을 가져 주는 사회가 아닙니다.  



다행히도 작은 교통사고였지만 치료 받으러 다니려니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찔끔거려 보았습니다. 다정하신 엄마, 아버지 생각하면서 꿈나라로 들까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립습니다.


05. 04.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745 [미셸김 원장 칼럼] 애 국 심. 존 경 심.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23
744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임신과 불임증(Sterility) 2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23
743 [미셸김 원장 칼럼] 가을은 깊어가는데...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16
742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임신과 불임증(Sterility) 1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16
741 [미셸김 원장 칼럼] 한글의 세계화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09
740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여드름과 월경(Relationship of acne with menstruation)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09
739 [미셸김 원장 칼럼] 파도여^^ 파도여^^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02
738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성불감증(性不感症:Sexual Frigidity)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10-02
737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질건조증(膣乾燥症: colpoxerosis)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9-25
736 [미셸김 원장 칼럼] 순리대로 가는 인생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9-18
735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자궁 하수증(子宮 下垂症:Uterine prolapse)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9-18
734 [미셸김 원장 칼럼] 추석 회상(秋夕 回想)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9-10
733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자궁선근증(子宮腺筋症: Adenomyosis)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9-10
732 [미셸김 원장 칼럼] 가족의 소중함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9-03
731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자궁근종 2(子宮筋腫: Uterine Myoma)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9-03
730 [미셸김 원장 칼럼] 이순신의 정신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8-28
729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자궁근종 1(子宮筋腫: Uterine Myoma)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8-28
728 [미셸김 원장 칼럼] 도전, 페스토 파스타와 곤드레밥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8-20
727 [이범용 아리조나 역사이야기] 루즈벨트 댐 '태양의 계곡'에 번영을 가져오다(12)- 솔트 강 1호댐을 루즈벨트에게 바치다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8-20
726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냉·대하증((冷·帶下症, Leukorrhea) 2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14-08-20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PC방, 학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X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