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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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2월은 아름답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크리스마스가 있어 더 아름답다.  그리고 가장 초라한 곳에서 태어나 기독교 신자들에게 겸손과 평화와 온유함을 가르쳐주니 그 뜻이 또한 아름답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들어있는 12월이 좋다.  부드러운 목소리의 빙 크로스비 (Bing Crosby)가 매번 크리스마스 카드를 쓸 때면 눈이 내려서 하얗게 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꾼다는 노래는 그의 목소리 만큼이나 부드럽고 낭만적이다.     


어제밤, 뉴욕의 센트랄 파크에서 연주하는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의 아름다운 노래로 파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모두 감동에 젖어 있는 모습을 텔레비젼을 통해서 보았다. 거대한 규모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감미로운 오페라 아리아들을 찬조 출연한 오페라 가수들이 부를 때는 관중들이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에 마땅했다.     


추위가 문제가 아니다. 담요를 두르고, 비가 뿌렸는지 우비같은 옷을 머리까지 둘러 입은 사람들, 빼곡하게 앉은 사람들이 보첼리, 셀린 디온(Celine Dion),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 등 세계적인 음악계의 스타들이 오페라 아리아부터 팝 뮤직까지 열창을 하면서 관중들의 혼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야외극장에 모인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12월에는 여러곳에서의 음악행사들이 많아 즐거운 달이기도 하다.   

  

시카고의 래비니아(Ravinia) 파크에서 우리도 저들처럼 야외극장에서 정경화,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아이잭 펄만(Itzhak Perlman), 아이잭 스턴(Isaac Stern) 등 갈때마다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러 가는 것이 한 여름의 큰 즐거움과 기다림이 있었다.  또한 유명 극장에서의 러시안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단, 메트로 오페라 등 세계의 일류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시카고 같은 큰 도시에서 사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래서 뉴욕에 갈 때면 본고장의 메트로 오페라, 브로드웨이 극장, 래디오 시티 뮤직 홀 등 빼놓지 않고 보고 오는 것은 그들만이 가진 최고를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한인사회에서도 피닉스 앙상블이 지난 금요일 크리스마스 캐롤을 가지고 매년 하는 12월 정기공연을 가졌다. 바쁜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한인 사회에 피닉스 앙상블이 있어 고갈된 우리의 마음을 음악으로 적셔 주는 단체가 있다는 것만도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공연을 위해서 단원들이 장거리임에도 시간에 쫒기면서 연습에 열중하고 무료로 선사하건만도 한인들의 반응은 항상 건조함 그 자체다.

피닉스 앙상블의 공연에 씁쓸했던 것은 한인사회의 예술, 문화에 대한 무감각 현상이다. 피닉스의 지형이 사막지대라고 해서 삭막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우리 것을 아낄 줄 모르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이 삭막할 뿐이다. 

 

어느 한인여성이 이메일을 보내 왔다. "신문에 나는 선생님의 칼럼을 빠짐없이     읽으면서 꼭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제 쉰다섯이 금방 지났어요.  50대의 중반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요. 무난하게 살아 왔으니 행복한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어요.  50으로 넘어 갈 무렵, 나머지 인생도 쉽게 살아 갈거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인생이 더 어려워져요." "선생님은 이런 고비를 어떻게 살아 오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메일은 가끔씩 있었지만 인생상담을 해달라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어떤 회답을 해야할까 망설이다 선뜻 떠오른 말이 있었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남정욱 교수의 글이다.  "청춘들아 너희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프니까 중년이다, 했더니 옆에서 노모가 '얘야, 나도 아프다. 마음이 아프단다.  잊혀지는 것 같아 야속하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서럽고.' 그렇다. 아프니까 노년이다.  통합하면, 아프니까 인생이다. 아령을 매달고 고해(苦海)를 건너는 게 인생이다." 이것보다 더 좋은 표현으로 회답해 줄 길이 없다고 보았다. 이것이 인생이라는 요물의 정체라고 단정지었다. 그 여인에게 조금은 수긍이 갔으면 더 좋을텐데…. 

 

이렇게 삶의 진솔한 대화를 이메일이지만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 속의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절, 12월은 또 거대한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라 좋다. 잘했던 못했던 지나온 발자취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까지 몸과 마음 건강하게 살아 온 것이 큰 고마움이다.  열두달 동안의 무거운 짐을 다 내려 놓는 것 같은, 그래서 12월을 감사하면서 보낼 수 있는 것만도 아름답다.   

 

거창한 약속을 수없이 생각해야 하는 새해 첫 달보다 나쁜 기억보다는 고마운 사람들과 일들을 모두 열거하면서 따뜻하고 고맙고 훈훈한 마음으로 보내는 달, 그래서 12월은 역시 아름답게 느껴진다. 


12. 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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