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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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새벽시간, 오랜동안의 습관이 몸에 배어서인지 새벽시간을 그냥 넘어 가지를 못하고 있다.  시간이 1시30분을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창밖에서 짜르륵 짜르륵 거리는 소리가 나기에  커튼을 젖혀보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빗줄기가 시멘트 바닥을 적시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그렇지않아도 너무 조용한 새벽인데 빗줄기 소리라도 들으니 이런 시간을 함께 할 동무가 있어서 좋다.  어젯밤 비 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직까지도 비가 오고 있으니 메마른 땅이 흠뻑 물을 마셔서 좋다고 하겠구나.  


이상스럽게도 새벽에 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들을 때면 항상 생각나는 글귀가 떠 오른다.  월든 호숫가 오두막 집에서 지내던 미국의 철학자, 시인, 수필가로서 자연의 아름다움, 인생의 참의미를 보여주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1817-1862) 의 삶을 표현한 "Walden"에 나오는 말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그대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 가 되도록 하지 말라.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비로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게 된다. 그대의 삶을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전도유망한 청년, 소로우가 고향 매사추세츠 콩코드로 돌아와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자연속의 삶을 시작한 나이는 겨우 그의 나이 27세였다. 수필집 "월든(Walden)" 은 모든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지내며 사색에 빠진 한 해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로, 월든호수에서 홀로 살아 가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그의 말 가운데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 의 삶은 가장 빈곤하게 보인다"는 말이 큰 의미를 심어준다.  


150여년 전 소로우가 살았던 오두막의 터 곁의 널빤지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즉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인생이 가르치 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 보고자 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소로우

  

작년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소로우가 삶을 보낸 월든의 호수를 방문한 것도, 법정의 수필집 "무소유"도 감정이 맑고 욕심없이 자연을 사랑했던 유사한 점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래서 더 "월든" 이나 "무소유"나 우리에게 더 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법정스님을 생각 하면서 유언으로 남겨진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를 즐겨 읽는다.  전문(全文)은 아니지만 즐겨 마음에 새기고 있는 몇가지만 옮겨 본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 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감사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 순간 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선택한다. 맑은 가난과 간소함 으로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비좁은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춘다.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 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 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지금은 새벽을 넘어 아침이 되었다.   


이 아침까지도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은 온통 시커먼 구름으로 덮여있으니 마음 까지도 검은 구름으로 덮여진 듯 무거워 진다. 금년을 마감하는 12월도 이번 주말이 지나고 나면 겨우 남는 2주일.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했으니 보낼것은 과감하게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새로움을 준비해야겠다.  


소로우의 월든 호수가 아니라도, 법정스님의 오두막이 아니라도, 내가 살고있는 초가삼간 집에서 오늘 하루, 한달, 그리고 또 일년이 다 지나간다 해도 후회는 없어야겠다.  지금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다.


12.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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