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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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들이 어디 그리 간단하게 되지를 않습니다. 다 끝났다 싶어 그만 버리고 정리하면 된다 하다가도 혹시나 또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그것도 같은 자리에 쌓아 둡니다. 그러니 하고 있는 일들 그것도 모자라서 오래 전부터 모아 놓은 옷가지들, 물건들이 자꾸만 쌓여 갑니다. 해마다 한 번씩은 안쓰는 물건들, 옷들 정돈해서 필요한 곳에 기부하지만 이미 치운 줄 알았던 물건들 옷들이 다시 보입니다. 후회할까 싶어서 또 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간소한 살림, 조금은 비어 있는 마음, 참으로 힘든가 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모습인가 봅니다. 미련이 많은 인생, 아까워서 쉽게 버리지 못하고 보고 또 보고서야 버리는 인생, 참으로 끈질긴 인생입니다. 



작은 것으로 행복해 하고, 조그만 것도 아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평화롭게 사는 마음이 요즘에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가지고도 가볍게 사는 방법, 거창한 것을 가지지 않고도 평화롭게 사랑하며 사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고 욕심이 많아지면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따스함이 들어 올 자리가 없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이 더 커 보이고 넓어 보이니 평화가 들어오고 사랑이 들어오고 따뜻한 가정이 모르는 사이에 자리를 잡게 되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겨울철의 횡포라고 할까, 눈이 올 때면 삽시간에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폭설이 내리는 시카고. 너무 추운 겨울을 나의 건강이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추운 곳을 피하다가 피닉스에 오기 전에 살았던 중남부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뉴얼리언즈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늘 도시가 물에 잠기는 듯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까이 지냈던 좋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한 추억이 서려있는 곳입니다.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선배 한 분이 넓은 터가 달린 시골집으로 이사하였습니다.  



미국에 와서 부부가 모두 학업에 매진 하다 평생 직장생활 끝내고 모든것 다 털어 버리고 홀가분하게 텃밭이나 가꾸면서 마음을 비우고 살고 싶어 큰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갈아 입을 옷 만 가지고 와서 그곳에서 함께 지내자고 했습니다. 생각하면 그 때 우리도 다 비우고 떠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겸손하고 검소하게 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최소한으로 줄이며 살고 있다는 선배의 말인데도 도리어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맑은 공기와 산뜻한 바람결이 함께 어울리는 진솔한 인간의 순수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는 건강식으로 대체하고 별이 총총한 밤을 더 많이 보게 되니 이제까지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사 올 때 이미 다 비우고 왔으니 몸도 마음도 너무 가벼워졌다고.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마음 비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선배님이 생각나서 지금의 내 주위를 둘러보니 말이 아닙니다. 정리 정돈을 잘하는 편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이건 아닙니다. 이 구석 저 구석 혹시나 필요 할까 싶어 모아 둔 신문, 잡지 스크랩북, 십 년 이십 년 꾸준히 모아둔 자료들, 한심스러운 순간들이 그대로 보입니다. 신문기사나 잡지에서 자료들 모아 놓는 습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였습니다. 당시 중앙일보가 창간되었을 때, 창간호부터 계속 결혼 할 때까지 신문을 모아 두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떻게 한 마디 꾸중하는 말씀도 안 하시고 딸이 원하는 것을 차곡차곡 묶어서 다락방에 보관해 주셨습니다. 딸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던 아버지. 자식바보 아버지였습니다.


가볍게 산다는 것이나 마음 비우기는 모두 자신의 마음 안 쪽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무게에 눌려서 살기 보다는 가뿐하고 산뜻하게 사는 것이 역시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타계하신 안병직 교수는 "산다는 건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길을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가기 위해 서서히 정돈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03. 10.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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