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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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먼지가 꽉 들어 찬 보스크 레돈도 벌판을 달리는 페코스, 3월의 강바람은 차가웠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가리지도 못한 채 멀고 먼 300 마일 길을 끌려온 나바호들은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수로 작업에 동원되었다. 파종 시기는 이미  1개월여나 지난 상태. 어린아이는 물론  부녀자 심지어 노인까지 움직일 수 있는 나바호들은 모두 페코스 강물을  끌어들이는 수로작업에 매달렸다. 변변한 연장도 갖추지 못한 나바호들은 재촉하는 병사들의 고함소리에 신음소리를 삼켜가며 모래먼지가 가득한 황량한 벌판에서 땅을 파고 들을 고루어야 했다.


칼튼 장군은 섬너 요새에 강제 이주되는 나바호들에게 보스크 레돈도의 황무지를 개간시켜 나바호들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보호구역을 만들려고 했다. 뉴 멕시코의 3월 중순은 이미 파종할 시기가 지난 상태였다. 칼로웨이 대위는 3월11일 도착한 1,450여명의 나바호들을 지난해 9월 메스칼레오 아파치 425명과 51명의 나바호들이 파놓은 수로를  확장하고 연장하는데 동원했다.


페코스 강물을 끌여들여 황무지를 개간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나바호들은 연장한 수로를 통해 페코스 강물을 끌여들여 1500여 에이커의 땅을 개간했다. 칼튼 장군은 최소한 3000에이커의 땅을 개간하면 이곳에서 수확한 곡물로 나바호들을 자급자족 시킨다는것이 목표였다. 

관개수로 작업에  동원되었던 어느 나바호는 "요새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들은 칼을 총에 꽂은 병사들의 위협을 받으며 넓은 흙벽돌 건물로  끌려갔다. 우리들에게는 담요가 한장씩 배급되었다. 그러나 공간이 너무 좁자 일부 나바호들은 건물 밖 공터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나무가지로 하늘을 가린 채 지내다가 작업장으로 끌려왔다"고 회상했다.

병사들은 도착하는 나바호들의 무리들의 규모에 따라 10내지 25에이커의 땅을 배당했다.

나바호들은 넉넉하지 않은  연장으로 백인 병사들의 감시와 재촉을 받아가며 페코스 강에 수문을 내고 강물을 황무지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쟁기 날이 8개가 달린 거대한 쟁기가 뒤엎은 땅에 콩을 심고 옥수수를 심고 또 자신들이 먹을 호박이나 오이, 멜론의 씨를 뿌렸다. 쟁기질을 하기전 나바호들은 땔감으로 가지를 모두 베어버린 후 지천으로 널려있는 머스키트 나무의 뿌리를 거의 맨손으로 뽑아야했다. 이같은 중노동과 부실한 급식으로 건강을 잃은 나바호들이 급기야는 목숨을 잃기도했다. 


중노동과 부실한 급식으로 사망자 속출

개간작업에 동원된 나바호들은 작업량에 비해 소량의 급식을 제공받았다. 어느때는 돌처럼 굳어버린 변질된 빵이 배식되거나 오염되었거나 심지어는 생쥐가 빠졌던 음식이 배식되기도 했다. 또는 상해서 더이상  병사들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배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음식을 먹은 나바호들은 설사 등으로 고생하가나 죽어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바호들은 또한 익숙하지않은  백인 병사들의 음식과 조리법을 설명하지도 않고 배식된 병사들의 음식에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

강제노동에 동원된 나바호들은 급식뿐만 아니라 제대로 몸을 가리지 못한 채 반라의 상태로 작업장에 끌려나왔다. 백인병사들의 추격으로 거의 빈몸으로 한 겨울의 바위산으로 도망다니다 투항한 나바호들은 몸을 가릴 마땅한 옷을 걸치지 못한 채 거의가 벌거벗은 상태였다. 칼튼 장군은 국방성의 군무국장 토마스 장군에게 최소한 이들이 덮고 잘 담요나 몸을 가릴 옷가지를 지원해 달라고 긴급요청 했으나 이것도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칼튼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중인 콜린스는 내무장관 우서에게 섬너 요새 안의 긴박한 나바호들의 실정을 호소하고 연방정부가 해결해 줄 것을 탄원했다. 콜린스의 읍소작전으로 우서 장관은 1864년 4월5일 섬너 요새에 수용된 나바호들의 생계비와 개간 사업에 1백만 달러의 특별자금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법률안은 7월 말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자재구매에 능한 베이커와 레벤워드 대령은 물품별로 구매가 유리한 중서부와 동부지역에서 우선 나바호들이 몸을 가릴 수 있게 표백하지 않은 무명천 15,000 야드, 푸른 빛깔의 거친 무명천 5천야드, 두꺼운 담요 5,000벌, 2천개의 멕시칸 담요를 포함하여 도끼, 곡괭이자루 300개, 긴삽 쟁기날, 12개의 작은 쟁기, 농사용 가위 등 물품을 구매하여 섬너 요새로 보냈다. 이로써 칼튼 장군은 당분간 곤경을 면하고 나바호들은 간신이 몸을 가리게 되었다.

 

1백만달러 특별자금을 요새에 지원

비축한 양식은 거의 바닥이 났다. 그러나 요새로 이주되는 나바호는 점점 더 늘어났다. 요새 사령관 왈렌 소령은 병사들과 나바호에게 하루치 급식량을 줄여가면서 햇곡식이 나올 때까지 버텨야했다. 칼튼 장군은 나바호들에게 하루 1파운드 크기의 빵이면 개간작업 같은 중노동에 시달리는 나바호들도 그런대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나바호들에게는 실제 1파운드 보다 작은 빵이 지급되었다. 어느 나바호는 "우리들은 쥐꼬리만한 음식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좁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섞여살다보니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칼튼은 1864년 4월1일 다량의 가축을 확보했다. 이로써 중노동과 영양실조로 고생하던 나바호들은 그나마 육류를 취할 수있게 되었다. 그리고 왈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콩을 지급하는 한편 일부 나바호들에게는 커피와 설탕도 배급했다. 또한 부족 단위로 몇몇 나바호들을 선정하여 백인들의 음식조리법을 가르치면서 나바호들의 영양상태는 일부 호전되었다.


3천여 에이커에서 수확하려던 곡물 사라져

서둘러 파종한 보스크 레돈도의 3천에이커에 달하는 너른 들에는 잘자란 옥수수와 밀이 페코스 강을 지나온 7월의 강바람을 타고 물결쳤다. 싱그러운 풀냄새가 가득한 바람을 깊게 마셔가며 칼튼 장군은 바다처럼 너른 옥수수와 밀밭에   눈길을 주면서 "이제 나바호들을 자급자족시켜 하느님의 백성으로 개조시켜 문명인으로 만든다"는 자신의 꿈은 이루어졌다고 흐뭇해하며 둘러보았다.

칼튼은 줄잡아 1에이커의 옥수수 밭에서 25-30 부셀의 옥수수를 수확한다면 3천 에이커의 농장에서 무려 84,000 부셀의 옥수수를 거둘 수있다고 보았다. 더구나 10월 말경 계획대로 밀을 수확한다면 섬너 요새의 나바호들은 완전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이 칼튼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칼튼 장군의 바램이었지 하느님의 뜻은 아니었다. 옥수수에 수염이 나고 옥수수 알이 노랗게 영글무렵 보스크 레돈도의 황무지에 숨어있던 야도충이 옥수수대에 기어올라 익어가는 옥수수 알을 먹어치웠다. 또한 항상 배가 고픈 나바호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옥수수 알을 거덜냈다. 낙담한 칼튼 장군은 얼마 후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예년에는 볼 수 없던 폭풍우가 10월말 경 보스크 레돈도 일대를 며칠간 계속해서 강타하면서 수확을 앞둔 밀밭을 호수로 만들었다. 누렇게 익어가던 밀은 모두 물에 잠기거나 폭풍우에 쓸려 모두 주저앉아버렸다. 더구나 칼튼이 수확을 망쳐 곡물을 구매하려던 섬너 요새 인근 타오, 모라 리오 아리바 일대에는 때아닌 서리가 내려 농부들은 수확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300 마일의 머나먼 길을 끌려온 수천명 나바호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졌던 너른 농장과 칼튼의 꿈은 영영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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