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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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날씨가 뜨거우면 나가기는 싫고 큰 유리창의 커튼을 젖혀 놓고 창밖을 내다본다. 더위를 싫어하는 나에게 피닉스의 여름은 해마다 어디론가 시원한 곳으로 이사가는 꿈을 꾸게 만든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어디가 시원할까? 여기저기를 그려 보다가 '거기는 너무 모기가 많아, 아냐 거기는 너무 습해', 또 새로운 곳을 짚어 보다가 '거기는 시원은 한데 한 여름에도 너무 서늘해' 그럼 거기도 아니네. 이렇게 여러곳을 물좋고 정자좋은 곳을 마음 속에 찾으면서 하릴없는 사람처럼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사의 꿈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더위 때문에 잠못자는 사람들, 땡볕 아래에서 쏟아지는 땀을 수건으로 막으면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원한 방에 앉아서 웬 더위 타령이냐"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 로마시대 개선장군이 시가 행진할 때, 행렬 뒤에서 노예들이 외치게 했다는 라틴어. '자신이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잊지마라'라는 의미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진지하고 겸손하게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금년초 시작하면서부터 남편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무엇인지 몰라 당황하다가 응급실로 어젠트케어(Urgent Care)로 쫒아 다니면서 헤메다가 전문의를 만나 안정을 찾았다. 4개월 동안에 28파운드의 몸무게가 빠져 수척한 몰골을 보면서 나의 마음을 울렸던 남편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어 웃음꽃이 피는 것도 잠시. 캘리포니아에 사는 잘 나가고 있던 아끼는 남동생이 최근 위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은 다시금 나를 걱정의 우물속으로 밀어 넣는 것 같은 시련을 준다.  


특수한 분야의 엔지니어로 시카고의 100년이 넘는 큰 회사에서 튼튼히 자리잡고 부사장의 위치까지 올라간 동생이 자랑스러웠다. 연세대학교 건축과에 재학중인 학창시절에도 유수의 대형 건축물들의 디자인 공모전에도 우승한 경력을 가진 동생의 총명함과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미국에서도 회사의 신뢰를 받았던 것이다.

은퇴를 할 즈음 출장을 자주 다니던 캘리포니아의 기업에서 스카웃하겠다는 연락이 오니 마지막 직장을 캘리포니아에서 해 보자는 마음으로 이사를 했다. 캘리포니아의 희뿌연 날씨에 사계절이 없는 날씨를 탓하는 막내 올케에게 위로할 말이 떠 오르지 않는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가슴속으로 뇌어 본다. 살아있음의 소중함이 이런 것인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교회봉사 외에 직장과 가정밖에 모르는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동생에게, 한 번도 아파서 누워 본 일이 없던 동생에게 이 무슨 형벌인가고 하나님께 원망하며 동생이 이 고난을 피하게 해 달라고 애원해 보았다. 인생이, 성공이 별건가.  살아남는 게 결국은 성공이라는 말이 어찌 이리도 가슴을 파고 흔드는지. 젊은 시절에는 좋은 일만이 내게 펼쳐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창창한 하늘을 바라보면 밝은 태양이 눈부시게 우리를 내려다 보듯이 그것이 곧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만큼 살고보니 불행도, 슬픔도, 행복도, 즐거움도, 우리의 인생에는 늘 따라다니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겨나가는 지혜와 극복할 줄 아는 면역성을 몸에 넣어주는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하면서 나이먹어 가는 느긋함을 깨우치게 된다.



바쁘게만 살아오느라 언제 마음을 내려 놓을 생각이나 했을까 싶어 조용히 동생에게 타일러 본다. 이제는 서서히 마음을 내려놓자, 그리고 인생의 가지치기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 나는 이미 조금씩 시작해 왔지만 해 보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더구나.

높게 세워놓은 너의 마음도 별것 아니네 하고 털어서 내려놓고, 복잡한 인간 관계도 조금씩 정돈하고 진정으로 내 주위에서 함께 인생길을 같이 걸어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생각하고 정돈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인생이 짧다는 사람, 인생이 길다는 사람, 그래도 역시 인생은 짧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인생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100세 시대는 무엇이 즐겁겠느냐. 동생아,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제자리를 지키지 않더냐. 네가 그래 온 것처럼 부디 이겨내서 웃음으로 맞이할 그 날을 고대한다.  


어느 날 너도 느끼는 날이 올거야. 인생도 성공도 별거 아니란 것을.



오늘 밤에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Rinaldo)중에서 사라브라이트맨(Sarah Brightman)이 부른 '나를 울게 하소서'를 들으면서 잠을 청해 본다.



6월27일 2016년

미셸 김/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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