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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 길을 따라 11명의 사제들 뉴 멕시코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이 '참 십자가'라는 이름의 베라 크루즈 항구를 드나든지 근 15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흐르는 세월만큼 항구는 세련되었다. 인파로 소란스런 부두에는 비릿한 바다냄새가 났다. 5월의 싱그러운 훈풍은 바람을 타고 항구 주변을 감돌았다. 항구 저편에는 십자가 아래 붉은 벽돌의 성당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줄 지어선 선박사이로 부두는 어지럽게 오가는 현지인들로 부산했다. 여윈 강아지 한마리가 아이들과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키노 신부를 포함하여 11명의 사제는 대형 라자레노 호에서 승객들을 부두까지 나르는 작은 배를 타고 베라 크루즈 항구의 땅을 밟았다. 스페인 카디즈 항구를 떠난지 근 100여일만에 밟는 육지였다. 현지 예수회에서 나온 사제가 일행을 맞았다. 근처에 마련한 숙소에서 11명의 사제는 일주일간 길고 긴 바닷길 여독을 풀었다. 그리고 노새의 등에 짐을 실은 11명의 검은 망또 차림의 사제들은 170여 마일 거리 뉴스페인 제국의 옛 수도로 지금은 뉴멕시코가 된 치노치티틀란을 향해 길을 나섰다.
옛날, 근 160여년 전 뱃사람 그리얄바가 처음 발을 디딘 후 수많은 탐욕스러운 정복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토착민들의 피가 흥건히 적셔진 땅을 11명의 사제들은 묵묵히 걸었다. 먼 옛날처럼 먼지가 이는 황토길에는 들풀이 피어있고 산새는 그때처럼 발소리, 말소리에 놀라 요란스레 울었다.

 

화려한 식사후 언제나 저녁기도 모임
키노 신부보다 8개월전 베라 크루즈를 떠나 테노치티틀란을 가기위해 이길을 걸은 래트케이 신부는 오스트리아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라자레노 호의 선상 생활을 다음과 같이 썼다.
"보통 아침식사 테이블에는 닭다리나 닭날개가 나왔다. 또 어느날은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덩어리채 나왔다. 또한 절임 야채는 빠지지않고 식탁을 차지했다. 후식으로는 캔디도 있었다. 저녁식탁은 절임 배추와 양고기, 고기국, 쌀밥 그리고 과일파이나 치즈, 올리브가 나왔다. 금육일인 금요일에는 고기대신 훈제했거나 소금에 절인 생선과 레모네이드, 와인도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선상 식사는 화려했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기도모임을 가졌다"라고 했다.
래트케이 신부는 또한 베라 크루즈에서 테노치티틀란까지 가는 노정도 소상히 알렸다. 그는 편지에서 "우리는 두 신부의 안내를 받으며 노새를 타고 옛날 코르테스와 그의 부하들이 말을 타고 달리던 길을 따라 테노치티틀란으로 가고있습니다. 특히 프에르바 로스안제레스의 예수회 대학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대학에는 8만 마리의 돼지, 2만 마리의 양, 수만 마리의 소 등 많은 가축을 기른다고 했습니다. 누가 스페인 제국은 신대륙에서 금과 은만 밝힌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래트케이 신부는 이후 계속 보낸 편지에서 테노치티틀란은 비엔나보다 약간 작으나 길은 곧게 사방으로 뻗어있고 지진의 여파인지 가옥은 높지않고 납작하나 성당은 금과 은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도시에는 현지인 학생 18,000명이 다니는 대학도 있다고했다. 현지인들은 한번 본 것은 그대로 따를만큼 영리하다고했다. 그리고 시중의 물가는 배추나 야채는 귀족들도 불평할 만큼 비싼 대신 고기는 파운드 당 1크로이체 (* 옛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화폐단위), 또한 살찐 황소는  4라이크스 (* 옛독일의 마르크 화).
이곳 현지인들은 초코레이트를 즐겨 마실 정도로 생활에 여유가 있다고 했다. 래트케이 신부를 비롯한 사제들도 매월  3파운드의 초코레이트를 배급받았다고했다. 그는 이곳 경제사정이 좋아서인지 유럽에서 온 사제들은 살집이 모두 좋다고 부모에게 알렸다.
키노 신부를 비롯한 11명의 사제들은 낯선 이국땅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살피면서 강과 산고개를 넘어 6월1일 근 20여일만에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했다. 그리고 키노 신부는 자신을 위해 항상 기도를 바치는 스페인 공작부인에게 무사 안착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7월4일 자 편지에서  "비록 몸은 뉴스페인 땅에 있지만 자신은 아직도 중국 대륙에서의 선교를 꿈꾼다"라고 쓰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키노 신부와 뉴스페인에서 선교하게 될 사제는 뉴스페인 총독 아라공 3세(Tomas Antonio Manuel Lorento de la  Cerda y Aragon) 후작에게 귀임 인사를 했다. 아라공 후작은 키노 신부보다 6개월전인 1681년 11월 7일 뉴스페인 총독에 부임했다. 그리고 약 5년 반 총독직에 재임했다.
키노 신부가 도착했을 무렵  뉴스페인은 아직도 혼미상태였다. 헤르난도 코르테스가 부유한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지 근 150여년이 흘렀지만 주변 강력한 부족들의 저항은 여전했다. 신생 뉴스페인 제국은 서쪽으로 태평양 연안 우하쿠(wuhhakuh: Oaxaca)와  듀랑고와 누에보 갈리시아 그리고 치와아 일대만 평정했지 나머지 지역은 아직도 사나운 토착민들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었다. 양측간의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불모의 땅 바하반도를 선교지역으로 정해
키노 신부의 학문적 명성은 이미 뉴스페인에도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그가 도착했다는 소문에 여러 대학에서 그를  연사로 초빙했다. 그가 카디즈에서 선편을 기다리는 동안 발견한 행성에 관한 연구는 이미 뉴스페인에도 알려져 있었다. 키노 신부는 여러곳에 초빙되어 행성에 관해 토론했다. 그리고 총독직속 천체 연구소의 회원에 임명되었다.
이 무렵 키노 신부는 우연히 제작된 지 얼마되지 않은 '바하(Baja) 캘리포니아'의 지도를 구했다. 바하 캘리포니아는 발견된 지 근 10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느님의 말씀이 전해지지 않은 채 버려진 불모의 땅이었다. 이 지도를 본 후 키노 신부는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하느님과 토착민을 위해 몸을 바칠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키노 신부는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바하 캘리포니아에 선교원을 세우겠다고 신임인사차 예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뜻을 밝혔다.
1681년 11월 5일 뉴스페인에 도착한지 6개월 후, 키노 신부는 부임인사겸 신임장을 제출하기위해 누에보 갈리시아의 수도 과다라하라에 있는 주교관을 찾았다. 마침 주교는 출타중이었다. 당시 바하 캘리포니아의 선교권을 두고 예수회의 과다라하라 주교 후앙 갈라비토와 프란치스코 교단 바르톨로미 드 에스카누에라 주교사이는 다툼이 있었다.
마침 드 에스카누에라 주교는 출타중이었다. 키노 신부는 주교를 대신한 페나 신부로부터 누에바 갈리시아의 교구 사제직을 받았다. 그러나 누에보 갈리시아의 지사 파드레이의 중재로 바하 캘리포니아 선교는 예수회에서 전담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동행한 고니 신부도 선교허가증을 받았다. 이후 프란치스코의 주교는 안토니오 수아레즈에게 누에보 갈리시아 교구사제로 이중으로 임명하는 등 말썽을 부렸다.
뉴스페인 당국은 1533년 정복왕 헤르난 코르테스의 부하가 우연히 발견한 바하 캘리포니아에 몇차례 정착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나운 토착민들의 저항과 경작할 수없는 불모의 땅으로 번번이  정착에 실패했다.
1539년 코르테스의 부하 우요아는 캘리포니아 만 일대를 탐험하고 섬으로 알려진 바하  캘리포니아는 섬이 아닌 캘리포니아 대륙에 달린 반도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곳을 바하 캘리포니아라고 이름지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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