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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 강 위 덕

 

꼬부랑 할머니가 한글 첫 자음 "ㄱ"자를 그리며

섬돌 고샅길에 몸을 접는다

등에는 짐짝처럼 하늘을 지고

손에 쥔 지팡이로 하늘의 무게를 가늠하는데

걸을 때마다 지팡이는

왼발과 오른발 사이에서 세월의 각도를 조정한다

기하학 박사 뺨치는 소리가

뼈마디 사이에서 함께 맞물리고 있다

 

자신마저 힘겨워하는 켄타우루스가 겨울의 야산을 넘듯

꼬부랑 할머니의 질기디 질긴 억보가

굽은 등을 넘고 있다

  


해설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습니다.

 둘이는 서로 서로 사랑했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척 하였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사랑의 비법을 아는 듯 했습니다.

사랑에 골인하려면 숨바꼭질을 잘해야 합니다.

숨바꼭질은 너무 꼭꼭 숨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술래가 적당히 찾을 수 있는 곳에 숨어야 합니다.


비오게네스는 숨을 때 옷자락이 조금은 보이게 숨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왕이 자기를 만나로 옴을 알고 몸을 살짝 햇빛이 비치는 곳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는 속살이 다 드러나는 팬티를 걸치고 녹깡 밖으로 나와 아침 햇살을 쪼이고 있었습니다.

왕은 그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원하기만 하면 궁중 옷을 입혀 왕궁에 데려가 호강을 시킬 기세였습니다.

그만치 그는 당대 유명한 사람 이였습니다.

그러나 비오게네스는 나는 지금 햇빛이 필요하니 그늘을 치워 달라고 하였습니다.

비오게네스의 깊은 뜻을 왕은 해아리지 못하였습니다.

당장이라도 끌고 가 강제로라도 옷을 입히고 싶었지만 허사였습니다.

 왕과 비오게네스는 뜻이 달랐습니다. 


몸을 숨기는 것만이 숨박꼭질이 아닙니다.

마음을 숨기는 것도 숨박꼭질입니다.

요사이 젊은 부부들도 가끔 마음과 몸을 튕기면서 가끔 숨바꼭질을 하기도 합니다.

갑돌이와 갑순이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갑돌이는 너무 꼭꼭 숨었습니다. 

갑순이는 갑돌이의 마음을 읽지못하여 시집을 갔습니다.

시집간 날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모르는 척 하였습니다.

갑돌이도 화가 나서 장가를 갔습니다. 

장가 간 날 첫날밤에 달을 보고 울었습니다.

갑돌이 마음은 갑순이 뿐이지만 겉으로는 고까짓 것 하였습니다.

먼 훗날 갑돌이와 갑순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갑돌이는 할머니가 죽고 혼자 되었습니다.

갑순이도 할아버지가 죽고 혼자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순이 할머니와 갑돌이 할아버지는 서로 사랑하여 결혼을 하였지만 그 후 얼마되지 않아 갑돌이는 나이가 많아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갑순이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여로에는 이런 황혼기가 반듯이 옵니다.

황혼은 아름답지만 그러나 잠시입니다.  

이런 시가 기억이 납니다.

 

서산 너머 무엇이 있기에 해도 가고 달도 가는데

꼬부랑 할머니는 서산너머 먼 나라에 무엇이 있는지 아르십니까?

깊은 산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피고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아르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세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비둘기를 키우면서 우리같이 살아요.

            

작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이 시인은 제2의 갑돌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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