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카
- 강위덕
채소장사의 지게 위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탈출을 시도한다
장바구니 든 아낙네들이 시장 바닥을 비명처럼 서성이는데, 오래된 적막이 쓴 물을 뱉어내듯 쩍쩍 갈라지는 사람들 틈바구니로 청개구리가 뛰어내린다
순간 200파운드는 족히 될 몸무게를 잔뜩 실어 올린 엽전만 한 뾰족구두 뒤축에 청개구리의 머리 부분이 정통으로 내리 밟힌다
그러나 이 엄청난 압사사고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농사꾼의 등 지게에 얹혀 10리 길을 오는 동안 그의 눈에는 무엇이 보였을까
산자락 굽이치는 능선을 탈 때는 그런대로 휘어청 흔들의자에 걸터앉아 포근함과 스릴을 동시에 감지하며 아직도 살 얼음서린 강가의 여윈 갈대며 바람에 팔락이는 억세도 주마등처럼 청개구리의 눈에는 새로운 세계로 펼쳐지고 있었겠지
아직도 하악골을 받친 오랜 습관들, 공기주머니를 펄럭이며 무수한 불온 별들은 헐떡이며 과속으로 절정에 도달할 때 결국 속도의 끝이 유도탄처럼 정지라는 쪽으로 당겨지고 수직의 청개구리와 수평의 시장바닥이, 낯선 나와 아득한 풍경이 서로 마음을 뒤섞고 있는데바닥의 평면이 주는 균형 위에 중심을 잃어가는 인간이 파장을 흘려보낼 때 술래가 된 신은 그 사이 시간의 밑줄 속으로 숨바꼭질을 건다
'아예카 아예카 아예카' *
신은 술래가 되어 인간을 찾아 나서지만 손바닥 사이에서 미끄러지는 비누처럼 사람들의 언어는 詩 쪽으로 미끄러지고 엽전 뒤축에 짓눌린 돌된 가슴을 깐 나는 인사불성의 혼수에 빠져든다
나의 눈은 두 개 이면서 외롭다
눈동자 없이 눈을 떠 보지만 시각은 완성되고 진한 알칼리성 사연들이 빠져나간 공간에 samsara **의 청개구리가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닌다.
언어의 오염을 씻어내어 태초의 시간을 복원하려는 꿈을 숨긴 채 상아색 비누덩이는 언제나 인간을 휘어 감고 신의 눈길 이전의 순정한 풍경을 쓸쓸하게 기다리고 사라지도록 태어나는 목숨같이 나는 표표히 신의 시야에서 멀어져만 간다
해설
* '아예카'는 히브리 언어로서 인류 최초로 아담 하와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이다.
따라서 인류역사에서 인간과 신과의 숨바꼭질에서 인간을 찾아나서는 하나님의 울부짖음이다.
아예카의 본래의 뜻은 '네가 어디 있느냐?'이다.
** 수업의 결과 해탈할 때 얻어지는 중생의 無始無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