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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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너무 시끄럽게 호도하고 있다.

노령인구하면 단연 일본이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왔는데 이제 한국은 노령인구의 증가도 그렇다지만 너무 급속하게 늘어나는 노인 인구로 정부 대책이 미비한 상태로 드러나고 있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의 변화속도는 너무도 빨라 몇십년 후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개인이나 정부나 새로운 변화에 미리 대처하지 못하면 100세 수명을 산다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가난과 고통이라는 커다란 재앙을 불러 오지는 않을지 오히려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50세 청년, 70세 중년, 90세 노년이라는 말이 이제는 사실로 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 어느덧 우리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래도 100세 시대는 누구에게나 오는 축복은 아닌가 보다. 노령인구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나, 아니면 인생은 그저 이렇게 너, 나 없이 속절없이 늙어가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었나. 괜스리 마음이 착잡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창가를 바라보면서 별일은 없는데 왜 그럴까?  


청명한 날씨는 아니지만 늘 앉아서 책도 읽고, 신문도 읽고 하는 창가의 의자에 앉아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었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창밖에는 새들이 더 많이 다녀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비 조금 뿌렸다고 보기 싫은 잡초들이 벌써 군데군데 밉상을 하고 돋아나 있다.  아이구, 저 보기 싫은 잡초들! 하고 돌아서는데 전화가 울린다.  


"하이, 스캇 오랜만이네.  못 본지가 좀 됐네. 별일은 없구?"하면서 무심히 전화를 받았다.  "미셸, 다 괜찮아. 그런데 나쁜 소식이 있어. 놀라지 마. 너도 좋아하는 대니엘이 어제밤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어" "아니, 이게 왠 일이야? 바로 며칠 전에 통화했는데 아무 탈 없었어. 이 일을 어쩌면 좋아?"하며 당황하는 나를 달래면서 상세한 장례일정을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고 스캇은 전화를 끊었다.

한참동안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대니엘,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 가면 어떻게 해. 지난번 통화 때 곧 만나기로 했잖아!"하면서 앉은 채로 눈을 감고 독백을 하고 있었다.  


스캇과 대니엘은 원래 오래된 친구, 거기에 비즈니스로 서로 알게 되면서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 왔다.  스캇의 말이 "대니엘 같은 친구 없어요. 내가 재산이 많다면 모든 것을 대니엘 게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친구지." 하면서 늘 둘의 우정을 자랑해왔다.  스캇은 좀 덜렁대는 성격이지만 대니엘은 항상 봐도 차분하고, 지적이고, 흐트러진 말을 하는 법이 없다.  

대니엘은 항상 동부지역으로 일이 있어서 오게 되면 전화를 미리 해주고는 했다. 함께 만나 점심도 먹고 지나간 일도 얘기하고. 착하고 순수하고, 시간이 없어도 옆집 혼자 사는 노인집에 가서 잔디도 깎아 주고. "대니엘, 정말 보내기 싫다."


또 하나 슬픈 소식은 한국에서의 박완서 소설가가 담낭암으로 고생하다 유명을 달리 했다는 소식이다.  오래전이지만, 처음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를 않았다. 너무 상세한 설명에 빼곡 빼곡 채워있는 문장들이 조금은 지루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다음에 다른 책을 보아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런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누가 먹었을까?"하는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너무 무식하게 그의 책을 읽었구나. 치밀한 표현을 그냥 넘어가고, 이 책에 나오는 환경이나 가족사, 마음 묘사, 심지어 동네 풍경까지도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반성하고 그리고 읽고, 그러고 나니 그의 소설에 빠져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개성의 외곽 지역인 개풍에서 자라면서 겪은 시골생활, 서울에서 꼭 공부를 시키겠다는 엄마의 고집으로 서울로 이사와서의 낯선 생활, 그리고 6.25 전쟁,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 등 그때 그 모습이 그대로 떠오르는 쉽게 놓을 수 없는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다.  


60을 갓 넘은 대니엘이나 아직도 좋은 문장 남기고 싶은 욕심 끝이 없다고 하던 박완서 소설가도 80을 못 넘기고 세상을 하직했다. 100세 수명도 누구나 다 누리는 수명은 아닌가 보다. 70세가 중년이라는데 아직 중년이 안 되었으니 더 팔팔하게 살아 보겠다면 흉이 되려나.

1.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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