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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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년 레이크에 바람 쏘이러 다녀 왔더니 마음이 상쾌해졌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아! 정말 봄이 왔었구나 했다. 봄이 온 것도 잠깐 여름이 다가왔다. 계절의 특정상 따뜻한 겨울을 가지고 있는 피닉스는 겨울과 봄의 선이 분명치 않으니 조국의 뚜렷한 사계절이 새삼 부러워진다.   


조국에서는 아스라한 봄기운이 사방에 퍼지고, 두꺼운 겨울 코트를 벗을 준비가 되어야 으례 봄맞을 준비가 되겠지만 이곳의 봄은 자칫하면 잊혀지고 지내기가 십상이다. 곧 긴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아직은 봄 날씨를 즐길만 하니 가까운 곳을 찾아 시원한 호수바람도 쏘이고 들꽃 구경이라도 하고 와서야 여름을 맞이 할까 싶다. 

 

계절의 바뀌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페이슨 가는 고속도로 변에 조그맣게 피어있는 들꽃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난히도 한 곳에 넓게 퍼져있는 노란색을 가진 들꽃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한들한들 눈길을 끈다.    또 가을이 되면 페이슨을 지나 더 깊숙이 들어가면 여러 가지 빛깔로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다가 조용히 모든 잎들을 떨쳐 버리고 겨울 준비를 위해 나목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보노라면 아무리 보고 배웠어도 자연의 섭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고속도로를 한바탕 달리고 나면 가슴도 시원해지지만, 길가에서 누가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제철만 되면 소리없이 피어오르는 들꽃들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피어오르는 저 가냘픈 꽃들은 어떻게 저렇게 자기 할 일들을 말없이 실천해 나갈까?    


누가 봐 주지 않아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질 때가 되면 소리없이 살아지고, 봄이 되면 스스로 피어나 오고 가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니 우리의 인생도 저 들꽃들처럼 흔들림 없이 자기 할 일들을 하면서 남을 기쁘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저 보잘 것 없는 들꽃이라고 하겠지. 그래서 들꽃들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페이슨 산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 늘 그 자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끝내고 산 속을 좀 걷다가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런데 이 커피 하우스겸 음식점은 우리가 피닉스에 온 지 얼마 안되어서 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니까 우리가 다닌 것만도 20년도 더 된 이 집의 나무바닥은 아직도 걸을 때마다 삐끄덕 삐끄덕 소리가 나서 마치 가라 앉을 것만 같은 걱정을 만들어 준다. 그래도 그 집을 고쳐서 반지르르한 집으로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주인이 더 고맙게 생각이 든다. 

 

사실은 이 허름한 집이 좋아 더 찾아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반짝반짝한 것 보다는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손님들의 발자국과 손때가 묻은 식탁이 더 정이 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인간다움의 향수를 불러 오기 때문이다. 반지레한 사람들의 말씨에 식상한 사람들에게는 늘 보고 싶었던 고향을 찾아온 것 같은 안식처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창밖에서 놀고 있는 다람쥐가 나와 눈을 맞춘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본 들꽃들이 노래를 불러 주는 듯 내 마음에서도 저절로 시(詩) 구절이 흘러 나온다. 


들꽃을  닮고 싶은 인생     -미셸 김- 

고속도로 양 옆으로 

노랗게 피어있는 들꽃들

오늘은 무슨 이야기로 

바람결에 하루를 속삭였느냐

인간들의 삶이 우리만 못하다 

하였더냐 


수없이 지나가는

자동차의 물결을 보고

어찌 저리도 뜻 없이

인생을 달려 갈까 하였느냐

우리처럼 웃으며 살면 안되겠느냐 

하였더냐 


너희들의 속삭임이

천만번 맞는 말인 줄 알면서도

덧없이 지나가는 인생길

새삼스레 돌아보게 하니

우리의 하루가 이렇게 가는 것을

너희들은 진정 모른단 말이더냐


  *****************  


소박하고 겸손하면서 제 할일을 조용히 하는 들꽃들의 모습은 오늘 하루의 배움을 선물해 주기에 충분했다.   

5. 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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