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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

-강위덕

 

은빛 구,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 마음처럼


모양이 동그랗다

 

바람은 고통의 순간을 수제비 구름처럼 몰려다니고

 

기포 속 은빛 바람은

 

깊은 바다에서 별이 되어 반짝인다

 

하늘과 땅 아래서 바람을 옷 입은

 

은빛 구,

 

그 속에 시를 생각하면 생은 얼마나 뜨거운 것인가

 

땀방울로 바다를 채워도

 

공허한 진실은 시를 보듬고 헤엄쳐 오른다

 

덩달아 하늘도 낮게 낮게 내려온다


 

해설

 

홍역앓이에서 한고비 넘겼다 싶으면 붉은 반점이 솟는데 이 반점을 꽃이라고 부릅니다. 

신열이 분출하는 화산과 같은 원리입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바로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이라고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이 꽃이 용암이 되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씻지 못할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신열 끝에 시를 써서 혼자서만 읽는다면 자기의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전달된 다음에는 그때부터는 이미 자기 것이 아닙니다. 

시는 은빛 구처럼 공허한 진실이 되어 누구에게든지 다가갈 수 있습니다.

나는 깊은 바다 속에 물고기를 생각해 봅니다. 

아마 이 물고기는 물체가 아래쪽으로 낙하하는 것을 항상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배의 갑판에서 던지는 쓰레기일 수도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침몰해가는 배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이 물고기는 아리스토델레스의 주장에 따라 모든 물체는 아래로 가라앉는 중력의 개념을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드물기는 하지만 대양을 운항하는 배가 침몰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안에 공기가 얼마간 남아 있다가 해저에 닿을 무렵 담겨진 공기가 새어 나갔다면 이 영리한 고기는 한 개의 은빛구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보고 고기는 이들이 중력의 방향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랄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보통의 물체와는 부호가 정반대인 질량을 갖는 물체일 것이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심해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다방이나 문화 주택의 응접실 좁은 어항 속에 인공으로 주입되는 수많은 기포, 인간의 공통된 언어로 물방울이라는 것이 한없이 올라가는 한 장면을 보고 영리한 물고기의 마음은 온통 감격으로 소용돌이 칠 것입니다. 

기포 속에는 진실한 바람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무거운 것 다 내려놓고 모양도 없는 것이, 무게도 없는 것이, 콧대도 없는 것이, 두둥실 수제비 구름처럼 몰려다닙니다. 

기포를 보고 흉을 보기로 들자면 밤이 맞도록 흉을 봐도 지루할 줄 모릅니다. 

남의 이야기 잘만 하면 스트레스 풀기로는 여행효과보다 낫다고들 합니다. 

대통령도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 개구리 퇴기치듯 내 동대기 쳐도 말할 사람 없습니다. 

한국 국민들 남의 이야기 하는데는 전문가입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정확한 관찰과 익살맞은 표현으로 남의 흠을 잡아냅니다. 

그러나 기포는 짓밟고 짓누르고 뒤흔들어도 살인극을 교묘히 피해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속을 비웠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잡아 퇴기치기라도 할 기세가 보이면 멀리 구름처럼 날아가 산등성을 넘어버립니다. 

기포는 벽 스크린에 속세를 담으면서 멀리 멀리 달아나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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