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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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란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병마에 걸린 사람처럼 잊을 수 없어 그 당시를 생각하면서 마음에 담고 항상 생활하게 된다. 4년전이었던가, 1월의 첫주를 맞아  선 라이즈 스키장에 눈 구경도 할겸 젊은 시절 시카고에서 가끔씩 가던 스키장 추억에 잠겨 보고 싶었다. 스키를 탈만한 젊음은 지나갔지만 젊은이들의 스키타는 모습도 보고, 커다란 불난로 앞에서 따끈한 핫 초콜렛도 마시던 기억. 실컷 눈이 덮인 주위를 둘러보고 오는 길에 파인탑-래이크사이드 (Pinetop-Lakeside)에 들렸다.  


바로 이 파인탑의 모습에 빠져 병든 사람처럼 해마다 겨울만 되면 파인탑의 추억에 가슴을 앓는다. 여름에 보면 훌쭉훌쭉한 전나무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멋을 보여 주던 곳이 겨울이 되면 앙상한 가지에 홀벗은 모습을 보여 주다가도 눈옷을 입고 나면 다른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겨울의 모습에 반해서 파인탑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눈이 많이 온 날에는 그 눈의 무게에 못 이겨서 툭툭 덩어리로 다 떨어지고 난후 마치 매화꽃이라도 핀 듯 소복하게 가지가지 마다에 남아 있는 눈은 그대로 꽃이 핀 모습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휘리릭 바람에 불려 눈바람을 뿌리며 날라 가기도 하고, 그 눈바람이 뺨을 살짝 때리는 것조차 사랑하고 싶어졌다. 어떤 가지는 마치 새색시 모습으로 얌전하게 앉아 있기도 한다. 이 풍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있을까. 차가운 눈바람을 뺨에 맞아도 남편의 코트 주머니 속에 손을 담아 함께 손을 잡은 채로 눈이 피어있는 나무들 사이로 일부러 걸었다.  


별로 문자 메시지를 쓰지 않는 남편이 밖에서 느닷없이 파인탑에 가자고 문자를 보내왔다. 우리가 처음으로 갔던 바로 그 1월의 첫주간. 그렇지 않아도 개인적인 일은 아니지만 신년초를 전후로 머리 아픈 일들이 있어 찌뿌듯한 매일이 계속 되고 있던 나날인지라 신이 나서 즉각 "Yes, no problem"(네, 문제 없습니다)하고 문자를 날렸다. 한글 문자로 보내면 얼마나 더 신날까. 

60번 고속도로를 달리고 글로브(Glove)를 지나 이제부터 지도에 표시된대로 한참을 달리다보면 쇼오로우(Show Low)가 나오고 조금만 더 가면 파인탑이 나온다. 1880년에 몰몬교의 개척자들이 만들어 낸 이 도시는 인접한 래이크 사이드와 함께 1984년에 한 타운을 만들어 등록이 되었다. 7200 피트(ft)의 고산지대인데도 고산지대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스키장은 갈 필요가 없고 눈꽃에 덮힌 전나무 사이를 마냥 걸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별빛을 친구삼아 마치 몇 년 동안 그리워했던 이 길을 언제 또다시 오려나 싶어 눈꽃나무 사잇길을 다시 걷고 또 걸었다. 별들과 남편과 나, 이렇게 셋이서 대화를 나누는 듯 하염없이 걸었다. 여전히 내 손은 남편의 주머니 속에 함께 겹쳐진 채로. 옛날에 즐겨 부르던 현미의 노래가 생각난다. "그날밤 그자리에 둘이서/ 만났을 때/ 똑같은 그 순간에 똑같은 마음이/달빛에 젖은 채 밤새도록 즐거웠죠/"-중략-


이렇게 자연속에 몸을 담고 있으면 우리 인간사회도 자연의 섭리를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억지를 쓰는 것이 아니고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자연의 섭리. 봄이 되면 새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그동안 입고 있던 모든 잎들을 훨훨 떨어 뜨린다.  그런데 이 순리를 벗어나서 봄에 잎이 다 떨어지고, 가을에 새 잎이 나고 꽃을 피운다는 억지를 부린다면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진다.  

그래서 우리는 순리를 따르는 것이 모든 것이 순서대로 되고, 꼬이는 일없이 순탄하게 일이 풀리는 것이 아닌가 자연의 섭리와 인간사의 순리를 자연을 배우면서 많이 생각해 보았다.  순리대로 가면 편안하다는 것을 철들어서 배웠다. 억지를 써서 무엇을 만들어 냈다고 하자. 언젠가는 그것이 무너질 때 다가오는 그 실망감은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순간에는 마치 다 이루어 놓은 것처럼 좋아할 지 모르지만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은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인간의 세가지 기본 번뇌가 분노, 탐욕, 어리석음이라는데 이 세가지 번뇌를 버린지는 이미 오래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그렇다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 일본의 젊은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 "생각 버리기 연습"을 열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잠시나마 가까웠다고 생각 한 어느 여성이 남의 도움이 조금은 필요한 것 같아서 제딴에는 진솔한 생각을 담아 보내 주었더니 "내 일에 상관마세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하고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다.  혹시나 한 것이 역시나의 반응이었다.  


나의 주위를 정리하고, 이 책을 빨리 사서 생각 버리기부터 연습해야겠다.

파인탑의 추억이 나를 변화시키려나. 


1. 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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