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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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미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각종 예술분야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위덕 작가의 문학세계를 이번호부터 연재합니다. 강위덕 작가는 자신의 시를 소개한 뒤 이에 대한 해설까지 곁들여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도울 것 입니다.

여러분에게 마음의 양식이 될 강위덕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함께 문학여행을 즐겨 보십시요. -편집자 주>


똥은 잘 누능감유


수술대 위에 누워 전신마취 당했던 한 여자를 알고 있다. 일레오스토미(ileostomy) 장착으로 인공 항문을 사용하던 오랜 기간동안 어둠 속을 번쩍이며 내려왔을 구근의 암 뿌리들, 그 뿌리를 움켜쥐고 어둠을 훌쩍 뛰어 넘을 때, 용천혈*의 대침같은 거대한 유전인자가 바코드(Barcode)에 찍혔고 위험의 독 안으로 잠입한 창조자는 오늘까지의 기적과 기적 사이의 고리를 바쁘게 연결하고 있었다.


영원히 폐쇄될 뻔 했던 항문! 복벽 개구부(腹壁開口部)를 봉쇄하고 천여 개의 항문 괄약근이 일제히 작동하던 날 그 여자는 한없이 울었다


"똥은 잘 누능감유"

"오늘 두 번 똥을 눴슈. 똥을 눈다는게 이렇게 좋은 건줄 예전에 미쳐 몰랐씨유"


똥을 누면서 생각하면 슬픈 운명의 원형이 몸에서 움직인다. 씨잘 것 없이 생각했던 삶의 찌꺼기들, 널브러진 생각, 헛됨과 고뇌의 잔해가 앙상한 침묵 위에 무겁게 쌓이고, 그는 지금 항문으로 체온을 재고 있다. 그의 체온은 일생 중 가장 붉다. 그건 차라리 감격의 울음 온도이다.

 

* 용천혈이란 생명의 기운이 솟구치는 곳으로서 가운데 발가락에서 뒤꿈치쪽으로 3분의 1 쯤 내려간 움푹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용천혈은 생기가 떨어진 사람을 기사회생 시킬 때 침을 놓는 곳이다. 죽은 송장도 이곳에 대침을 박으면 발가락이 꿈틀거린다는 유명혈이다.

 

해설

똥이란 말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똥이란 말을 잘 사용하면 행운의 상징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쓸 때는 가치 절하를 하기도 한다. 

"똥 값이다/얼굴에 똥칠한다/똥꿈을 꾸다" 등 똥은 다양한 뉘앙스를 풍긴다. 

적당한 힘주기 끝에 냄새를 풍기며 만천하에 형체를 드러내는 비리들도 있지만 미련 없이 떠날 때를 아는 똥의 정신은 생명의 지엄함을 지속시키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요사이는 자신의 배설물을 너무도 깨끗하게 소리 없이 처리해서 그것과 관련해 생겼던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질 판이다. 

생명의 끝자락을 간신히 지탱하는 똥과 힘의 콘트라스트가 인생의 삶 자체를 지엄하게 일깨워준다. 

똥 눌 힘이 빠지고 나면 생명을 연장시킬 힘도 함께 빠져나간다. 

유기적인 연결이 미흡하지만 똥에 대한 접근은 직설적이고 작위적인 표현보다 더욱 더 신선함을 제시한다.

로젠 크란츠에 따르면 윤리학에서 악이 선의 부정이듯 미학에서는 똥은 미의 부정이다. 

미학이 완전성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똥은 미의 총체성에 참여해야 하듯 똥은 생명을 부정하면서 생명을 포괄하고 있다. 

성 바울은 인생의 향락을 똥처럼 버려야 한다고 했지만 똥 속에서 묻어나온 수박씨처럼 똥을 통하여 진초록의 생명력을 창출하고픈 심정이고 싶다. 

"진지 드셨는감유" 보다는 "똥은 잘 누능감유"가 오히려 생활 속에 진실일 것이다. 

굶어 본 사람이 된통(된똥) 경험으로 최소한 이 시집의 제목으로 아침 인사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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