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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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귀거래사

시골집 담장밑에서 가느다란 몸매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이 나란히 줄서서 반기는 사람없어도 맵시를 뽐내며 웃는 얼굴로 서 있다. 그 밑에 노란 야생화들이 자기들도 질세라 나름대로 자랑을 하면서 얌전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그 곁을 지나가노라면 퀴퀴하지만 구수한 담북장 냄새가 지나가는 과객에게도 "아, 이 냄새, 그리운 냄새, 이 맛있는 냄새를 왜 사람들은 냄새를 탓할까?" 중얼거리며 지나가 본다. 엉성하게 얽혀 만들어 놓은 싸릿문은 주인이 있거나 없거나 늘 열려있어 아무나 들어와도 다 반겨주는 인심 좋은 시절을 보여준다.  

누런 강아지 한 마리는 아이들의 친구감도 되고 집을 지키는 몫을 톡톡히 하지만 또한 가족들의 먹다 남은 밥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먹어주는 오염물 처리에도 한 몫 하겠지? 환경운동의 시초는 정작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앞 냇가에 나가면 10살 미만의 개구장이들이 옷 벗고 물장구 치다가 멀리서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각자의 집으로 줄달음 쳐 날아간다. 

모두가 달려가는 그 집에는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연기들이 구름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엄마는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풋고추에 살짝 쪄 내놓는 호박잎으로 구수한 담북장과 함께 가족들이 저녁을 먹는다.

가난해도 사랑이 가득담긴 소찬으로 웃음소리가 퍼져나가는 집. 지나가는 나그네도 "바로 즐거운 나의 집이네" 하면서 입가에 웃음담고 지나가는 집.


도연명의 귀거래사

귀거래사(歸去來辭)하면 학교에서 배웠던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 도연명의 시가 단연 으뜸으로 떠오른다. 벼슬을 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동경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중국 진나라의 도연명(陶淵明, 이름 잠, 연명은 자)이 지은 사부(辭賦). 

도연명이 귀거래사를 쓴 동기는 감독관의 순시를 영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오두미(5말의 쌀, 즉 적은 봉급)를 위해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며, 그날로 사직하였다고 전한다. 


나에게도 시골이

나에게는 왜 시골의 모습이 하나의 낭만으로 자꾸만 머리에서 맴도는 것일까?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경기도 안성을 언니와 남동생과 함께 찾아가 보았다. 증조할아버지가 안성군수를 지내셨다는 아버지의 고향. 아버지는 우리가 조금 컸으니까 시골 어르신들께 인사도 시킬 겸 우리를 데리고 내려가신 것 같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열어 주셨다.  떡뫼에 떡을 치는 모습, 빈대떡을 갈아서 노랗게 부친 다음 소쿠리에 담아 놓고, 여러 가지 떡이며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주시는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때 우리가 신세대였다구

조금 더 크고나서는 지들 다 잘났다고 부모님 말씀을 제대로 듣기나 했을까?  학교공부만은 누구에게도 질 수 없을만큼 열심히 했지만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60년대에 서울에서 학창생활을 하였다면 명동의 청자다방, 명동 뒷골목에 있던 유명한 칼국수집,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가화다방, 국립극장을 필두로, 아폴로, 돌체, 르네쌍스 음악감상실, 광화문 지역의 크라운제과, 충무로의 태극당 등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었던 조선호텔 앞의 경남극장, 그옆에 있던 따끈한 냄비우동집.

그때 처음으로 서울에 생긴 소공동과 명동의 경양식집에서 선보인 함박 스텍 (이 함박스텍이 지금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겨우 지금의 햄버거 고기를 모양있게 만들어서 계란후라이를 얹어 내주고는 음악이 흐르는 고급 분위기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비싼 돈을 주고 품위있게 먹은 격이다. 


나의 귀거래사는 언제?

언제인가 나에게도 귀거래사를 쓰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도연명처럼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땅매고, 밭갈고, 별과 달을 바라보면서 시도 읊어보고, 땀 흘리면서 소중한 흙을 가꾸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없는 말도 잘도 만들어 꾸며대는 사람들에 지치고, 모사꾼들에 질리니, 나무나 흙처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곳, 순수한 사람과 땅을 찾아 나서볼까?


지리산 한 모퉁이, 무주구천동의 한뙤기 땅이 있어 초가삼간을 지어도 좋고, 흙과 나무와 사랑을 얘기하는 귀거래사를 읊을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신천지가 아닐까 한다.


2.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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