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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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즐거움을 맛 본 사람은 대화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머릿 속이 산뜻해 지고 마음도 즐거워지고 하루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에게도 바이러스 퍼지듯 퍼져 나간다. 대화의 중요성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환경을 어느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찼으니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구태어 따져 물어 보지 않아도 언행을 보면 다 알게 되어 있단다." 지금도 일복이 많아서인지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 오면 타주 출장도 한 달에 3-4번은 다녀오게 된다. 아리조나에 오기전부터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타주에 있는 대형 로펌에서 한국인 케이스가 들어 오면 끊임없는 요청을 해 온다.   



 지난 주간에는 비행기 안에서의 즐거운 대화가 아직도 나의 귓가를 맴돌면서 진한 여운을 남겨 준다. 시애틀행 비행기에 앉아서 늘 하던대로 가지고 간 유홍준 작가의 '문화유산기'를 읽고 있었다. 옆자리에 누가 앉는가에 따라서 긴 여행이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그날의 운이라고 할까. 책을 읽고 있는데 "한국사람입니까"하고 말을 부친다. 대개 말을 부칠 때에는 특히 동양여성이 옆에 앉아 있으면 말을 부쳐도 될까 말까 주저하는 것이 예사인데 이 사람은 책을 슬쩍 보고는 한국사람임을 알고 선뜻 주저없이 말을 부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대화는 시애틀 도착까지도 시간이 모자랄정도로 계속 이어지다가 아쉬운 듯 헤어져야 만 했다. 



자신이 재빨리 한국책을 알아 본 것이 재미있는 대화를 끝까지 해 올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면 연락하자고 연락처를 서로 나누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다가 자신은 5년전에 미국 국무성 동남아지역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은퇴했고 지금은 워싱턴 디씨(Washington D.C.)에서 미주 각 지역을 다니며 컨설턴트로서 일을 하고 있다고 상세하게도 소개를 한다. 나는 간만에 대화할 만한 사람좀 만났구나 싶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내 소개를 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서 한국에서 학교다닌 얘기, 서울의 중앙정부에서 일한 경험, 그리고 좀 늦었지만 남편이 꼭 미국가서 공부할 것이 있다고 해서 1968년 시카고로 유학길에 올랐었다는 얘기부터 시작의 물꼬를 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6.25 한국전쟁을 치르고 가난을 면치 못하던 시절, 1960년대의 국민총생산이 $69이던 시절이었으니 한국정부가 워낙 가난하고 달러가 없어서 해외로 유학가는 학생들에게 겨우 $300만 가지고 나가도록 했던 시절이었다고 하면서 함께 웃었다. 지금은 국민총생산 3만불을 눈앞에 두고 세계경제대국12위에 올라선 기적을 만들어 낸 나라입니다 하고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국민들은 모두 박정희 대통령의 위업으로 가난을 면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부부의 미국에서의 학교생활 이야기 등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고 있었다. 그리고 피닉스에 와서는 주류사회에 한국문화를 심어주기 위해 비영리 단체로 한국문화원을 지난 18년간 유지해 오고 있지만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는 얘기까지 끝을 모르고 이어갔다. 역시 대화가 이렇게 재미나게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런 사람과 여행하면서 만났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지난 번에 한국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돌아간 성 김 주한미대사도 잘 알고, 한국문화원 창립행사 때 국무성의 이북통인 찰스 키노네스 박사를 초대했었는데 미국인 참석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도 해 주었다. 한국정세는 너무 잘 알고 있어 고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꼭 한가지 더 묻고 싶었다.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한.일 관계에 대해서 무엇이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을 그렇게 최우방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늘 궁금합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일본은 비록 미국을 향해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미 너무 오래전부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무대를 향해서 뿌리를 내렸지요. 일본이 세계경제2위의 대국으로서 막강한 경제위력을 뿌린 것입니다. 미국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로비활동으로 일본의 손이 닿지않은 곳이 없지요. 한국도 이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세계를 향한 로비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짠해졌다.

본국에서는 하루도 쉴 날이 없이 저질국회의 난항,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다가오는 총선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언제 로비활동? 나라를 생각하기나 하는건가.


주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도와 주소서.!!!  


11. 09. 2015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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