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booked.net

booked.net

booked.net
new1.jpg



붉은 바위산이 모두 하얗게 눈으로 덮였다. 붉은 모래벌판도 그리고 세이 협곡의 자랑인 줄줄이 늘어선 복숭아 나무 빈 가지에도 눈이 하얗게 쌓였다. 칼튼 장군은 한자 깊이로 쌓인 눈 때문에 나바호들이 행동이 굼뜨고 양식이 거의 바닥이 날 때 쯤 이들의 은신처를 들이치기로했다. 칼튼은 1864년 1월6일 한때 유타 족 대리인을 지내고 지금은 뉴멕시코 지역사령부  H중대장이  된 파이퍼(A.W.Pheiffer) 대위에게 뉴멕시코 제1기병대의 E 중대원 33명과 함께 오늘의 캐논 델 무에토인 세이 협곡 동쪽 입구에서부터 치고들어가라고 명령했다.


칼슨 대령도 같은 날 병사 375명을 이끌고 캔비요새를 출발하여 친리 근방 서쪽입구에서부터 세이협곡으로 밀고들어갔다.칼바람과 함께 날리는 눈발 속에서 병사들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한발한발 전진해나갔다. 부대 후미에는 부식을 실은 노새들이 허연 입김을 뿜어대며 묵묵히 병사들의 뒤를 따랐다.


동서 양편에서 세이협곡을 공격

파이퍼 대위의 병사들은 깊게 쌓인 눈길을 헤치며 첫날은 고작 9마일을 전진했다. 다음 날은 눈길 속에 지친 병사들은 고작 7마일을 나갔다. 1월8일 병사들은 간신히 추스카 산 근방에 이르렀다. 파이퍼 대위는 병사들을 3개그룹으로 나누었다. 삽과 곡괭이를 든 선두 그릅 15명은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깨어 길을 내었다. 그 뒤를 본대가 따르고 후미에는 짐을 실은 노새와 경계병들이 따랐다.

1월11일 파이퍼의 부대는 드디어 세이 협곡 동쪽 입구에 이르러 칼슨 대령과 합류하기로 한 약속지점을 향해 눈길을 헤치며 서쪽으로 나아갔다. 선두 그릅은 라플린 중위가 그리고 후미 그릅은 푸벨중위가 지휘하며 병사들은 눈길을 뚫고 계속 서쪽으로 향했다. 행진 도중 병사들은 눈에 띄는 후간은 불태우고 미쳐 끌고가지 못한 가축은 도륙하는가하면 샘물은 나바호들이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오물을 집어넣었다.


샘물에 오물을 넣어 마시지 못하게 

파이퍼 대위의 병사들이 캐논 델 무에토를 지날 무렵 멀리서 나바호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산고양이처럼 찬바람이 맴도는 바위 틈에 모습을 들어낸 나바호들은 괴성을 질러가며 병사들을 향해 바위를 굴리거나 나무토막을 던지면서 뉴 멕시칸 말과 서툰 스페인말로 저주하고 복수를 다짐했다. 바위 틈에 있는 나바호들과는 사정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병사들은 나바호 전사 2명과 맹렬하게 저주하고 나뭇가지를 던지던 여인네 1명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근처 초막에서 미쳐 피하지 못한 나바호 6명을 생포했다.  날이 어둡자 파이퍼 대위는 비교적 안전하다싶은 지점을 골라 야영장을 만들고 나바호들이 부지런히 모아놓은 넉넉한 땔감으로 추운 밤을 편안하게 보냈다.

한편 칼슨도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쳐가며 세이협곡 서쪽 입구에 다다랐다. 1월12일 파이퍼 대위가 캐논 델 무에토를 지날무렵 칼슨은 다음날 파이퍼 대위와 펼칠 대대적인 작전을 앞두고 협곡의 서쪽 끝자락까지 정찰을 벌였다. 그리고 칼슨 대령은 부대를 둘로 나누어 B와  G 중대는 케이리 대위가 인솔하여 세이 협곡안 수백척 하늘 끝까지 높이 솟은  바위가 절벽처럼 늘어선 서쪽 지역으로 정찰을 내보냈다. 그리고 배리 대위에게는 C와 D 중대를 지휘하여 북쪽 지역에 늘어선 바위 끝자락까지 진격시키고 약속된 장소에서 파이퍼 대위와 그의 병사들을 기다렸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칼슨은 행방불명이 된 파이퍼 대위와 그의 병사들을 찾아 이후 케이리 대위와 행동을 함께했다.

거의 이틀 동안 칼슨과 케이리는 조심스레 세이협곡의 동쪽을 살핀 후 이어 서쪽까지 살폈으나 파이퍼 대위 일행의 흔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대신 칼슨은 세이 협곡 서쪽 바위절벽을 우회하여 나바호 은신처를 발견하고 나바호 전사 13명을 사살하고 촌락은 모두 불태워버렸다.


협곡을 정복하고  은신처를 공격

칼슨은 본대가 있는 친리로 돌아오는 길에 절벽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파이퍼 대위와 그의 병사들을 만났다. 칼슨과 파이퍼는 서로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병사들과 함께 기쁨의 환성을 올렸다. 실제 세이 협곡은 세이 협곡과 캐논 델 무에토라는 두개의 거대한 골짜기로 형성되었다. 파이퍼는 칼슨과 약속한 대로 세이 협곡 안의 캐논 델 무에토로 행진해 나가고 칼슨은 세이 협곡의 서쪽 바위 절벽을 따라 행진하여 두 사람은 만날 수가 없었다.

한밤중 나바호 전사 3명이 백기를 들고 칼슨을 찾아왔다. 부족들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죽기보다는 항복하겠다고 했다. 칼슨은 통역을 통해 내일 아침 10시까지 투항하라고 말하고 "만약 10시가 지나도 투항하지 않는 나바호는 무조건  사살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10시가 못되어 추위와 굶주림으로 초췌한 나바호 60여 명이 넝마같은 옷을 걸친 채 짐승처럼 어기적거리며 항복해왔다. 칼슨 대령의 표현에 의하면 "이들은 자진해서 보스크 레돈도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바호들은 "백인들은 이번 작전에서 자신들을 전부 죽이려는 것으로 알고 항복을 포기했다"고했다.

1월15일 성공적으로 세이 협곡을 정복한 칼슨은 병사들을 이끌고 요새로향했다. 칼슨의 명령에 따라 파이퍼와 케이리가 이끄는 75명의 병사들은 세이 협곡 안에 있는 나바호들의 촌락을 초토화시키고 나바호들이 조상 대대로 자랑하던 5천여 그루의 복숭아 나무를 모두 잘라버렸다. 


굶주림에 지쳐 투항을 시작

난공불락의 천연의 요새로 여겼던 세이협곡이 어이없게도 백인들에게 점령 당하자 들짐승처럼 바위 틈에 틀어박혀   목숨을 부지하던 나바호들은 더이상 버티지못하고 손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나바호들은 지난해 칼슨 대령이 보니토 협곡의 곡물을 모두 불태우고 가축을 무차별 도살하는가 하면 심지어 복숭아 나무 1,200 그루를 잘라버리자 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족장 델가디토는 부족 5백여명과 함께 은신처에 숨어있다 더이상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동생 엘솔도를 윈게이트에 보내 투항의사를 밝혔다.

1월31일 델가디토의 설득으로 680명의 나바호가 윈게이트 요새를 찾았는가하면 2월1일에는 캔비요새와 윈게이트 요새에 800여 명의 굶주린 나바호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2월21일에는 에레로 그란데가 그의 부족들을 이끌고 투항했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나바호들의 투항은 점차 늘어나 2월 하순경에는  2,500여 명이, 그리고 3월초에는 3천명이 넘는 나바호들이 캔비와 윈게이트 요새에 수용되어 보스크 레돈도로 끌려가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되었다.

 

투항을 거부하는 마뉴엘리토 

그러나 나바호족의 전투대장이며 많은 가축을 거느린 마뉴엘리토는 자신의 부족과 함께 투항을 거부했다. 바르본시토와 아르미호 등 부족장들도 끈질기게 투항을 거부하고 점점 산속 깊이 숨어들었다. 마뉴엘리토는 칼튼 장군에게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존재였다. 1865년 2월 윈게이트 요새에서 영향력있는 부족장들이 마뉴엘리토를 찾아가 투항을 권유하고 "봄이 오기전 투항하지않으면 추적해서 몰살시키겠다"는 칼튼 장군의 최후 통첩을 전했다. 그러나 마뉴엘리토는 "나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잘못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나의 땅에서 자유롭게 살다 자유롭게 죽겠다"고 말하고 항복을 거부하고 부족들을 이끌고 다시 깊은 산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산타 페 가제트' 신문은 "요새 내 5백야드 못미쳐에 있는 보니토 협곡 언덕에는 밤새 모닥불이 불탔다. 매일같이 투항해온 나바호들이 몸을 녹히려 지핀 모닥불은 언덕 전체를 붉게 비추었다…. 현재 이곳 요새에는 약 1600여 명의 나바호들이 도착했으나 아마도 지금 그만한 수의 나바호들이 요새로 향하고 있어 몇주내 투항한 나바호는 5천명이 넘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많은 나바호들이 투항해오자 칼튼 장군은 겨울 내내 굶주리고 헐벗었던 나바호들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 큰 문제였다. 요새 내에는 이미 양식이 동이나고 몸을 가릴 만한 담요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투항해 온 나바호 중 126명이 추위와 부실한 식사 등으로 사망했다. 

칼튼은 처음 보스크 레돈도의 섬너 요새에 수용할 나바호를 최대 5천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당장 윈게이트와 캔비 요새에 나바호들이 넘쳐나자 이들을 보급이 비교적 용이한 리오 그란디 방면으로 일단  분산하기로했다. <계속>


new3.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741 [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태산같은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 38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9
1740 [바쿨라 변호사의 법률 칼럼] 교통사고 궁금증 2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9
1739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과민성 장(腸)증후군1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9
1738 [정선심 요리사의 건강요리] 볶지않는 감자채 요리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9
1737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검은 물이 흐르는 땅 '투박' 수비대장 독화살에 전사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2
1736 [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태산같은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 37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2
1735 [바쿨라 변호사의 법률 칼럼] 교통사고 궁금증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2
1734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갑상선(甲狀腺: Thyroid) 질환 2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2
1733 [정선심 요리사의 건강요리] 가지 샐러드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12
1732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검은 물이 흐르는 땅 '투박' 수비대장 독화살에 전사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05
1731 [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태산같은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 36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05
1730 [바쿨라 변호사의 법률 칼럼] 몬순(Monsoon)의 계절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05
1729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갑상선(甲狀腺: Thyroid) 질환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05
1728 [정선심 요리사의 건강요리] 깻잎두부전 2가지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7-05
1727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검은 물이 흐르는 땅 '투박' 수비대장 독화살에 전사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6-28
1726 [정기원 목사 알수록 재미있는 성경 나눔] 태산같은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 35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6-28
1725 [바쿨라 변호사의 법률 칼럼] 미국의 생일을 안전하게 축하합시다!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6-28
1724 [송종찬 원장 한방칼럼] 여름철의 건강 3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6-28
1723 [정선심 요리사의 건강요리] 메밀 막국수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6-28
1722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투박 마을에 수비대 들어서다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file 아리조나타임즈 2023-06-21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PC방, 학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X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