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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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늘 마음 속에 고향을 간직하고 산다. 그 고향이 한국의 어느 고장에 있건 그곳이 내 고향이라고 평생을 고향생각에 잠겨 보는 것이 하나의 그리움의 상징으로 표현되고는 한다. 이은상 시인의 "내 고향 남쪽 바다"라는 시에, 김동진 작곡가의 이 노래는 고향을 노래하는 데에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마치 고향 하면 이 시(詩)에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내 고향, 파란물, 바다, 물새들, 뛰놀던 고향동무, 가고파… 아아, 그립다. 잔잔하면서도 청아하고 강한 감동을 주었던 이인범 테너의 노래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들린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동무

오늘은 다 무얼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어디 그뿐인가 전쟁이 끝난지가60년도 넘었는데 북한땅 고향에 살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헤어진 부모님, 형제들, 친척들을 잊지못해 이산가족 상봉의 날이라고 손꼽아 기다리다  금강산에서 만난다. 그 눈물의 재회의 장면들을 보노라면 이산가족의 아픔이 저렇게 서럽다는 것을 누가 감히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늘 고향을 등지고 가슴아픈 한(恨)을 품고 사는 민족이 되었는가 보다.  



왜 나에게는 가슴아픈 사연이 서려있고 꿈에라도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는가. 방학이 오면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고향집에 기차 타고 간다는 말 만 들어도부러웠다. 기차에서 호두빵도 사먹고, 삶은 계란에 사이다에 군밤도 사먹고 그런 주점부리들 먹으면서 창 밖을 바라보면 와, 정말 좋겠다 하고. 어렸을 때는 왜 그리 부러운 것도 많았을까? 안경낀 아이들도 부러웠고, 심지어는 눈병이 생겨서 안대(眼帶)를 두르고 온 아이를 봐도 부러웠다. 나는 못해 보았는데 그들은 뭔가 색다른 것을 했다는 것이 신기해서였다.  



정녕 부러웠던 것은 기차의 차창 밖으로 한없이 펼쳐진 논밭 평야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가. 어떤 때는 벌겋게 민낯을 들어내 놓고 있는 민둥산을 보기도 했겠지. 당시에는 하도 가난해서 가족들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려고 나무들을 땔감으로 모두 베어 갔다고 한다. 가난을 보여 주었던 그 민둥산들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치산치수(治山治水)산업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산야가 모두 진한 초록색의 숲으로 변했다니 한 지도자의 무서운 결단력이 나라를 살려내는 데에 큰 씨앗을 심어 주었다.  



조국을 방문할 때면 어린시절의 부러웠던 기차여행이 아니더라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창밖에 비쳐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무들로 빼곡하게 덮여있는 산야를 보니 옛적의 그 벌건 산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감동의 울컥함이 가슴에서 솟아 오른다. 다시 방문할 기회가 되면 그 감동의 숲속길을 꼭 걸어 보고 싶다. 오랜 세월을 거쳐 이렇게 아름다운 산천이 되었는데 그곳의 흙도 만져보고 아픈 역사로 변화된 흙냄새도 맡아보고 그리고 그곳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산내음도 마음껒 마셔보리라.



아무래도 나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무척 좋아하는가 보다. 자연을 노래한 사람, 시인, 철학가, 사상가 누구이던 자연을 자연답게 일깨워 주는 사람들이라면 다 좋아한다. 자연의 숲속에 자그마한 오두막이라도 내것이 있다면 그곳을 내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싶다. 생각해 보니 왜 법정스님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도 모든 것을 마다하고 숲속으로 들어가 단촐하게 사는 법, 버릴 줄 아는 지혜, 인간관계를 가지치기 하는 방법, 그리고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책을 벗삼아 인생을 배웠던 그들의 삶을 다시 우러러 배우게 된다.  



법정스님의 간편하게 살기 무소유의 삶이나 소로우의 단촐하게 사는 법을 보면 서로 상통하는 삶의 모습이 보인다. 소로우의 명언 가운데 우리의 삶에 파고드는 평시에 좋아하는 몇 가지를 다시 읊어 본다.


1) 축복받은 사람이란 세상이 어지러워도 서쪽 하늘의 노을처럼 순수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는 사람이다.


2) 비록 좁고 구부러진 길이라도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면 계속 나아가라.


3) 화근은 애초부터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오늘 밤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Violin concerto)이 나를 위로해 주려나.



7월12일 2016년

미셸 김/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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