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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강물에 손을 담그고 다시 탐험길 
어느새 여름이 지면서 소노라 일대를 달구던 작열하던 태양도 시들해지고 촉촉한 가을비가 거친 황무지를 적셨다.  
1700년 9월 24일 키노 신부는 또다시 힐라 강물이 콜로라도 강으로 빠져드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몇차례 탐험에서 키노 신부는 두 강물이 합류하는 곳을 아직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돌로레스를 출발한 키노 신부는 곧장 파파궤리아를 지나 힐라강의 빅 벤드 (Big Bend)에 이르는 노선을 지났다. 60여 마리의 말과 노새에 일용품과 토착민에게 나누어 줄 선물을 가득 실었다. 말과 노새를 몰고 키노 신부의 시중을 들어줄 토착민 10명이 동행했다. 
키노 신부 일행은 레메디오스, 시보다 (Siboda), 부사닉(Busanic)과 투쿠바비아 (Tucubavia)를 지났다. 
9월 30일 일행은 누에스트라 세뇨라 디 메르세데드 델 바티큐이(Nuestra  Senora de Merced el Batiqui)라고 부르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서 키노 신부는 일행을 둘로 나누었다. 짐 실은 말과 노새는 소노이타로 가서 '악마의 길'을 지나 도착할 키노 신부와 일행을 기다리도록 했다. 그리고 키노 신부는  말과 노새를 모 는 몰이꾼 이외의 동행한 보조원들과 함께 형형색색의 바위가 늘어선 힐라 벤드 (Gila Bend)의 아름다운 산을 지나 북서쪽을 향해 전진한 후 엘 투토 (El Tutto)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는 몇명의 편지 배달꾼들이 모여 약탈을 일삼던 아파치들에게 대승을 거둔 이야기로 열을 내고 있었다. 무사히 '악마의 길'을 넘어온 키노 신부는 동행했던 시종들을 소노이타로 보내고 몇 명의 보조원만 데리고 두 눈으로 도도히 흐르는 콜로라도 강물을 확인하기 위해 거대한 강 콜로라도 강으로 발길을 돌렸다. 
벌써 10월 7일. 돌로레스를 떠난 지가 10일이 지났지만 키노 신부는 아직도 콜로라도 강물에 눈길도 주지못했고 흐르는 강물에 두 손을 담가보지 못했다. 그리고 콜로라도 강물이 캘리포니아 만으로 빠져들면서 바다에 자연스레 생긴 거대한 곶(* 곶은 갑이라고도 하나 해변에서 바다쪽으로 강물이 흐르면서 모래같은 것이 쌓여 자연스레 형성된 3면이 바다물에 둘러쌓인 뾰족한 육지) 삼각지도 보지 못했다.
어렵사리 콜로라도 강변의 마을에 도착한 키노 신부는  동행한 시중꾼과 함께 근처 산에 올랐다. 망원경을 눈에 대고 키노 신부는 지그시 눈 앞에 펼쳐진 대해처럼 너른 황무지를 바라보았다. 망원경을 통해 넘실대는 바닷물은 보이지 않았다. 망원경을 저멀리 반대편으로 돌리자 황무지 끝자락에 굽이쳐 흐르는 두 줄기 강물이 희미하게 다가왔다. 키노 신부는 이제 망원경을 통해서라도 캘리포니아 만으로 빠져드는 콜로라도 강을 보았다고 자신에게 위로했다. 
키노 신부와 함께 산에 오른 피마 부족 보조원들은 먼 길을 오면서 날뛰는 말들과 실갱이를 해서인지 지쳐 널부러져 있었다. 키노 신부는 이들에게 더 이상 탐험에 동행해 달라고 부탁할 수가 없었다. 

 

마을 방문을 강요하는 유마인들
그러나 강변의 유마인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키노 신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한사코 키노 신부에게 자신들의 마을을 방문해 달라고 떼를 썼다. 
만약 "다음번에"라고 거절하면 무슨  위해라도 끼칠 것같은 공포스런 분위기였다. 
키노 신부는 짐짓 웃음으로 가장하고 콜로라도 강변에 자리잡은 유마 부족 마을을 찾았다. 수백명의 훤칠한 모습의 유마인들이 처음 방문하는 키노 신부를 환영했다. 
키노 신부는 모여있는 부족들을 축복하고 함께 미사를 올린 후 하느님의 축복을 전했다. 
10월 8일 이른 아침 키노 신부는 새벽 미사를 바친 후 강변을 따라 말을 몰았다. 이른 새벽임에도 마을로 향하는 길은 온통 키노 신부를 만나기 위해 마을로 향하는 이웃 유마 마을의 토착민들로 가득했다. 키노 신부가 가는 길을 따라 마을로 몰려오는 유마인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정오경 키노 신부는 강가에 자리한 제법 규모가 큰 유마 부족 마을에 도착했다. 1천여명의 주민들이 환호하며 검은 망토자락을 펄럭이며 말에서 내리는 키노 신부를 환영했다. 이어서 500여명의 이웃 유마인이 도착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또 500여명. 이어 콜로라도 강을 따라 동과 서쪽에 사는 유마인들이 수백 명씩 무리지어 키노 신부를 보기위해 몰려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유마인들은 골격이 크고 강인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체격이 우람한 토착민을 키노 신부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유마인들에 둘러싸여 밤을 보내면서 혹시나 이들이 자신을 납치하지나 않을까 잠시 두렵기도 했다. 키노 신부는 이들과  밤을 보내며 별빛 아래서 하느님의 교리를 설명하고 하느님 말씀도  전달했다.  
낯설고 황량한 사막이지만 키노 신부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성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음 날 아침 키노 신부는 마을의 두 노인에게 순교자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었다. 그리고 마을에 모인 주민들에게"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손을 흔들어 작별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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