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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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토착민은 보이지 않았다
20여년간 기다리던 선교의 땅에 도착했다. 그러나 하느님을 모르는 구제받아야 할 불쌍한 영혼의 소유자 토착민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착한 지 3일이 지나도 어린 양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일째 몇몇 대원들은 대형 보우트 2대에 나누어타고 라파즈 만 깊숙히 북위 24도 10분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에도 토착민의 모습은 없었다. 일행은 그곳에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잡았다.
마침 내륙 먼 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다. 아마도 토착민들이 저녁을 짓고있음이 분명했다. 다음날 키노 신부는 고니 신부와 함께 어린 양들을 찾아 내지 깊숙히 척박한 불모의 땅으로 들어섰다. 놀란 들토끼 몇마리가 시든 관목사이로 몸을 피했다. 낯선 발자욱 소리에 놀란 들새가 "푸드득" 날개짓을 하며 하늘에 올랐다. 소금기를 머금은 태평양 바닷 바람이 코깃을 스쳤다. 검은 망토의 사나이 두 사제는 거친 황무지에 발자욱을 내며 한참을 걸었다. 이쯤이면 두사람의 모습은 토착민들에게 충분히 드러냈을 거리였다. 마침 맑은 물웅덩이가 보였다. 두 사제는 손바닥 가득 파란 하늘이 잠긴 물을 시원스레 마셨다. 그래도 토착민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착 5일째 키노와 고니 두 신부는 '과달루페 우리들의 성모님' 성당을 짓기로했다. 그날 처음으로 전 대원은 텐트를 치고 배가 아닌 황무지 라파즈 땅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드디어 황제의 신민들이 정박하면서 라파즈는 정착민들의 통제하에 들어서게 되었다.

 

도착 6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토착민들
4월 6일 이른 아침부터 키노 신부는 정착민들과 어울려 '과달루페 우리들의 성모님'이라고 이름지은 임시성당을 짓기로 하고 약간 높은 지대에 터를 닦기위해 잡목을 정리했다. 그리고 성당과 요새에 쓰일 덩치가 큰 야자수를 자르고 있었다. 일부 정착민들은 불모지에 괭이질을 하며 양식으로 쓰일 옥수수를 파종 중이었다.
그때 한 떼의 토착민들이 창과 활을 흔들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온 몸에 붉고 검은 문신을 한 건장한 전사들이었다. 병사들은 작업을 멈추고 즉시 장총과 화승총을 거머쥐고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전사들은 손에 든 활을 하늘 높이 휘두르며 "오릭! 오릭!"을 외쳐댔다. '오릭<Auric>'이라는 말은 토착민들이 적에게 사용하는 "물러가라"라는 말이라는 것을 이후 알았다. 순간 전사들은 정착민을 둘러쌌다.
키노 신부는 즉시 정착민들에게  '진정'할 것을 당부하고 야외용 이동식 제단을 높이 쳐들었다. 키노 신부가 쳐든 제단위로 4월의 따스한 햇살이 영롱하게 빛났다. 그리고 소리치는 토착민들을 향해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우리들은 여러분에게 평화와 사랑을 주러 왔습니다"라고 침착하게 외쳤다. 그리고 키노 신부는 근처에 간식으로 준비해 둔 옥수수 빵과 과자를 가리키며 '집어가라'고 손짓하고 직접 집어먹는 모습을 보였다. 키노 신부의 의외의 행동을 지켜보던  토착민들은 처음에는 주춤했다.

 

'물러가라' 외치는 토착민에게  옥수수 과자선물
잠시 후 한 전사가 옥수수 과자를 집어먹었다. 이어 나머지 전사들도 소리치는 것을 멈추고 과자와 빵에 손을 댔다.
처음 유럽식 과자와 빵을 맛본 토착민들은 소리치는 것을 잊고 유순해졌다.
외지인 전교를 열망한 지 근 20년. 드디어 키노 신부는 전교대상인 이방인과 마주할 수있는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얼마후 양측은 서로 간에 적의가 없음을 알았다. 토착민들이 빵과 과자를 즐기는 사이 정착민은 간이 숙소로 가서 유리구슬, 머리띠, 의복 등을 가져왔다. 그리고 토착민들에게 유리구슬같은 선물이나 과자를 가져가라고 했다.
소리치며 달려왔던 이들은 문신 투성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간간이 보이는 관목과 잡초 사이로 사라졌다.
다음날 오전, 전날 찾았던 전사들이 다시 나타났다. 키노 신부는 이들에게 어제처럼 옥수수 빵과 과자, 그리고 유리 구슬과 색색의 머리띠, 양모로 짠 옷과 여자용 속옷을 선물했다. 그리고 토착민들에게 머리띠 사용법을 가르쳤다.
토착민이 돌아간 후 정착민들은 근처 바닷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았다. 대원들은 이날 잡은 물고기를 사흘 내내 먹었다.
대원들이 정착지 주변에 반달모양의 요새를 지을 때 토착민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야자수 자르는 것을 도우면서 즐겁게 놀다 돌아갔다. 다음날 오후 전에 방문했던 전사들은 그간 베푼 친절에 대한 감사로 구운 선인장과 곱게 짠 물고기잡이 그물을 가져왔다. 그리고 근 80여명의 처음보는 토착민을 소개했다. 키노 신부를 비롯한 정착민들은 전과같이 이들에게 음식물과 선물을 주었다. 웬만큼 낯이 익은 키노 신부와 고니 신부는 토착민들에게 십자가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린 십자고상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처음보는 성물을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토착민에게 십자가와 십자고상 소개
 키노와 고니 두 사제는 구아이쿠라스(Guaicuras)부족인 토착민에게 몸짓 발짓으로 하느님을 설명하며  토착민 언어를 배워나갔다. 그리고 토착민들에게 성호를 긋는 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두 사제의 설명에도 토착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저녁 무렵이 되자 토착민들은 성당 주변을 떠나 다시 관목 사이로 긴 그림자를 남기며 사라졌다. 기이하게도 이들은 밤을 보내기 위해 들토끼처럼 관목사이나 덤풀사이로 기어들었다.
아톤도 대장을 비롯한 정착민들은 며칠째 요새와 성당 건립에 매달렸다. 그리고 모자라는 양식에 대비해 채소와 곡물 씨앗을 파종했다. 본토 야꾸이 강까지 올라가 모자라는 양식과 탐험에 필요한 말을 싣고 올 카피타나 호를 손보았다. 또한 부활절 전 일요일인 4월11일 전대원은 야자수를 예쁘게  장식하고 계속해서 요새와 성당 건축에 매달렸다.
화요일 13일 아톤도 제독은 대원중에서 9명을 선발, 커다란 보우트 2대에 나누어 탔다. 두 척의 보우트는 라파즈 만 깊숙히 들어가 내륙 안에 혹시 강이나 호수 또는 토착민 마을이 있는 지 살폈다. 9명의 대원들은 도보로 내륙 9마일까지 들어갔지만 강이나 호수, 마을은  볼 수 없었다.
대원들이 약간 고지대에 오르자 먼데서 하늘로 오르는 연기와 호수를 볼 수 있었다. 다시 대원들은 해안 반대방향으로 깊숙히 들어가 주위를 탐험했다.
마침 근방에 토착민 마을이 있었다. 이들은 처음보는 외지인에게 적의가 없었다. 아톤도 대장을 비롯한 일행은 가져간 선물을 전달한 후 요새로 돌아왔다. 14일 전날 보았던 토착민 40여 명이 요새를 찾아왔다.

 

코라스 부족에게 성호 긋는 법 가르치다
키노 신부는 이들이 좋아하는 옥수수 과자와 빵을 선물하고 이들에게 성호긋는 법을 가르쳤다. 이틀 후 옥수수 과자를 먹은 토착민들이 많은 땔감을 답례로 가져왔다. 키노 신부는 라파즈 도착 이후 생활을 적어보낸 마르티네즈 신부에게 "라파즈의 날씨는 온화하고 배가 정박한 만은 물고기가 많습니다. 또한 해안가에는 땔감도 넉넉합니다. 내륙에는 토끼, 사슴같은 들짐승이 흔하게 눈에 보입니다. 우리는 양식에 도움이 되게 채소나 옥수수 그리고 수박같은 과일을 파종했습니다. 파종한 씨에서 몇개월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고있습니다"라고 쓰고 또한 "자신들이 전교하는 토착민들도 하느님의 어린 양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그간 정착촌 대원들은 옛날 오르테가의 탐험선에서 떨어져 나간 쇠갈고리를  수습했다. 그리고 본국 스페인 사람들이 열광하는 바위에 붙어있는 푸른 진주조개 모를 발견했다. 그러나 흔하다는 진주조개를 가진 토착민을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다.
4월 25일 해안가에 비스듬하게 누운채 손질을 보던 카피타나 호는  본토로 출항했다. 카피타나 호는 라파즈에서 근 200마일 거리의 야뀌이 강까지 거스러 올라가 양식과 탐험에 필요한 말을 실어올 예정이었다. 카피타나 호가 출발하자 키노 신부는 아톤도 제독과 함께 혹시나 토착민 어린이를 만날까하여 주위 탐험에 나섰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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