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시는...아니...아리조나에 사시는 한국 분들...
특히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 이 맘 때면 무리를 형성해 고사리를 따시러 어디론가(지명..기억도 안 난다. 이 사막에서 어찌 찾아 내셨는지..역쉬~ 한국인의 집념과 긍지.) 떠나신다.
모자와 괭이는 필수고...그 고사리들을 담아올 아주 커다란 (우리나라 쓰레기 봉지 1kg크기) 봉투는 더 필수로 손에 쥐고는 새벽녘에 그 곳....한국인들만 아는 그 곳으로 향하신단다.
금시초문인 난...물었다.
왜 새벽에 떠나세요?
이유는 두 가지...
누구 오기 전에 다 뽑아들 오시려고...
또 하나...불법이기 때문 이시란다.
불법....그런데도 가신단다.
어쩜...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단체로 몰려가...그것도 교회모임에서 따 데는 그 스릴과 써스펜스...충분히 이해 할 수 있겠다.
수업시간에 도시락 까먹는 그 느낌 일 게다.
대화는 자연스레 고사리 뽑기에 집중되었다.
다들 경험이 있었고. 다들 흥미 진진하게 모험담,
그 무용담을 쏟아놓는다.
그러려니...듣고 있는 내 마음을...
어느 분의 한마디가 휘 집어 놓는다.
불법이라는 그 말보다 내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든 그 말...
" 그게...아마...사슴 먹이라지? 야생 사슴, 주 먹이가 고사리라네?"
그 말에 아랑곳 없이 한 분이 거든다.
"작년에 가서 아주 뿌리를 뽑아왔는데....또 나더라고요.."
" 올해는 XX 장로교회한테 선수를 빼앗겼네...아휴.,.."
" 작년에 따다가 감시관한테 걸렸는데...아이들 학교숙제라 했지."
" 우와...그런 방법이 있었네.."
" 그거...아마 .... 한국 사람들만 따다 먹는 다지?"
"우리,..한국인들....정말 대단해요~~"
더위가 막 시작되는 이곳...
한국 음식다운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이곳...
가끔씩 나도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가 먹음직하게 올려져 있는 비빔밥을 떠올리고는 입맛을 다실 때가 있다.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커다란 수저로 휘저은 후 시골 농부마냥 한 입에 듬뿍 쑤셔 놓고는, 단 두 번 씹는 동안 풍겨나는 그윽한 나물 맛이란....
그게 불법이건 사슴 먹이건...그래,..... 한번 먹어보고는 싶은 건 솔직한 내 심정이다..
하지만...
교회에서 모임까지 만들어서 1kg 봉투 몇 개에 꽉 재워 돌아와서는 어쩌자는 말인가?
그것만 먹고 사는 사슴의 먹이를 뿌리 채 뽑아와서는... 과연 그 고사리는 우리 밥상에 몇 번이나 올라 올 수 있단 말인가?
새벽부터 3.3. 5. 5. 고급 차에 나눠 타서는 미국인 감시인에 눈을 피해 봉지 가득 담아온 고사리는 우리 건강과 생활에 얼마나 만족을 줄 수 있는가? 말이다.
배를 곪아 다른 먹이를 찾아 헤매야 할 야생 짐승들의 생태에, 어쩜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는 그 생명체에 대해 일말에 미안함이 나 죄책감은 없는가? 말이다....
인간에 의해 가치 없다 판단되어져 멸종되어진.... 몇 종의 동물 때문에 파괴된 생태계가 지금 인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인간의 무모한 채취와 소비로 인해 파괴된 환경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신에 의해 가장 마지막으로 창조된 인간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으며 먼저 창조되어 이 땅에 존재하고 있던 생물들과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하고 있다.
두렵지 않은가?
그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말이다.
소고기를 사 먹을 수도 있고 연어를 사 먹을 수도 사과를 따 먹을 수도 있는 인간들이....슈퍼에 가서 단돈 3000원이면 싱싱한 채소를 구할 수 있는 인간들이...
배를 곪고 먹이를 찾아 헤매고 천적과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사슴들의 단 하나.... 그 귀한 먹이에게까지 그 더러운 욕심을 부리고 있다.
새벽부터 멋스럽게 번쩍거리는 고급 차를 몰고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가 담뿍 담겨져 있는 찬송가를 부르면서 인간들은 사슴먹이를 작살내러 내일 떠난단다.
말릴 수도 있었고...
내 특유의 독설로 민망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 너무...많이 따지 마시고요.
절대 뿌리 채 따지도 마시고요....
그 걸 먹을 사슴이 어미일 수도 있잖아요, 젖을 물려야 할...."
돌아오는 길에...
정말 많이 속상했다.
그래서 많이 울었다.
저도 속이 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