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발언 수습 가능할까?>
1.
지난 포스팅에서 국민의힘 윤리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현장 욕설을 징계해야 한다고 했더니 득달같이 욕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MBC가 조작했다, 이재명의 형수 욕설을 먼저 징계하라, 공적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대통령실의 변명에 이어 김은혜 홍보수석은 대통령 발언이 우리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매번 말하지만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거나 산에서 조난을 당해도 1차 사고 때 목숨을 잃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이를 수습하는 과정의 2차 사고로 치명상을 입는다. 어떤 대형사고가 터져도 원칙만 지키면 얼마든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공개된 사회에서 홍보의 기본은 정직이고 투명이다. 적어도 윤석열 대통령은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매일 아침 기자를 만나는데 참모들은 MB와 박근혜 정부보다 나아진 게 없다.
2.
윤대통령 영상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들어보니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 팔려서..."로 들린다. 우리 민주당이 승인을 안해주는데 왜 미국 대통령의 쪽이 팔리나? 미국의 중산층은 자녀들이 대통령을 깍듯이 Mr. President라고 부르도록 가정 교육을 시킨다. 바이든 대통령 호칭이나 '쪽 팔린다'는 표현도 일국의 대통령 언어로서는 부적절하다.
외교는 초당적으로 하는 게 맞고, 언론이나 야당도 대통령의 잘못을 감싸주는 게 옳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여당과 대통령이 상대에 대한 적절한 예우를 할 때 가능하다. 외신과 인터뷰에서 전임 대통령을 깎아 내리고, 욕은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게 했는데 징계는 막상 욕먹은 사람이 받고 있으니 신군부를 떠올리는 게 당연함에도 그걸 또 징계하겠다는 여당에 누가 협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때문이었는데 윤정부는 내로남불만 보여주고 있다.
3.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윤대통령의 의도에 비해 잘못이 너무 크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윤대통령의 발언은 f로 시작하는 욕설도 아니고 영어로 번역하면 Bastards 정도가 적절할 듯 싶다. 이 용어는 공격적이기보다는 친한 사이에서 친밀감의 표현으로 쓰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대전고, 대전여고 출신의 충청도 부모 밑에서 자라봐서 안다.
충청도 사람들이 겉으로는 굉장히 점잖아 보이는데 사실 속으로는 욕을 친밀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겉으로는 양반 행세하느라 위선을 떨어서 그런지 속으로는 욕쟁이들이 많다. 우리 엄마, 아버지도 욕쟁이다. 나도 중학교까지는 충청도 부모 밑에서 자란 탓에 친한 친구 사이일수록 '지랄하네,' '이X' '저X'을 자주 사용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이 거북스러워하는 것 같아 언어습관을 고치게 되었다.
4.
바이든 대통령도 기자에게 Son of bitch라고 했다가 사과했다는 일화를 읽었다. 윤대통령도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이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필요하면 참모들이 대통령의 출신 지역인 충청도에서는 이 언어가 bastards에 가장 가깝고 친밀감의 표현일 뿐, 상대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면 좋을 것 같다.
윤대통령은 여당과 야당, 언론과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선거운동 당시에 가졌던 초심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왜 이런 난맥상이 벌어졌는지 조용히 성찰해본다면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을 원망해봐야 해답은 없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공사 구분을 잘하지 못한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덧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형수 욕설은 사생활이고, 윤통의 욕설은 외교현장에서 공직자가 공적 이슈에 대해 한 말이다. 가뜩이나 윤통이 공사구분을 못해서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는데 지지자들이라도 공사구분을 잘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