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들
박상운 바오로 신부 / 웅상성당 주임
오늘은 이 지상의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와 천국과 연옥에 있는 이들의 통공을 고백하며, 우리보다 앞서 성화의 길을 간 성인들을 본받고, 자신의 성화를 생각하는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성인들의 모습을 볼 때, 그들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인들을‘행복한 이들’이라고 합니다. 비록 세상에서 볼 때는 행복하지 않았지만, 성인들은 힘들고 어려움 삶 안에서도, 늘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참된 행복’에 대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놀랍게도 넉넉하고 넘쳐야 행복하다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부족함을 느끼는 데에‘참된 행복’이 있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은‘마음의 가난’을 행복의 조건으로 꼽으십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가난은 단순하게 마음을 비우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채우는 것일까요? 또 재물이 넘치면 저절로 행복해질까요? 엄청난 재산가이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듯이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불행한 이들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 계시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하느님의 은총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며, 이들에게 예수님의 행복선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예수님이 말씀하신 행복한 이들은‘작은 이들’의 모습이지만, 하늘에서는‘큰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결코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또한 이들은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도 작은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이들입니다. 즉, 감사하면 겸손되이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시고, 이들이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고 하십니다.
행복은 그것을 바라보는‘소유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데서 출발합니다. 행복은‘물질의 소유’가 아니라, 먼저 하느님을 찾는 마음 안에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마음의 가난은‘소유에 대한 절제’를 뜻하는 것으로, 그러한 삶을 실천할 때 행복해진다고 가르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행복을 우리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아울러 성인들의 삶을 기억하면서, 우리 역시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