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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스포츠맨이라면 누구일까.

조회 수 169 추천 수 0 2015.11.15 07:34:01
닥그네 *.176.145.3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스포츠맨이라면 누구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빠는 무하마드 알리라는 권투 선수를 꼽아. 그의 본명은 캐시어스 클레이. 1960년 로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어. 세계를 제패하고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난단다. 격노한 캐시어스 클레이는 금메달을 강물에 던져버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한 영광은 쓸모가 없다!”

이슬람교로 개종한 후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으로 활약했고, “나비같이 날아서 벌같이 쏜다”라는 명언에서 보듯 헤비급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타이밍 좋은 한 방을 자랑했던 그는 도합 세 번이나 세계 헤비급 챔피언을 따냈어. 물론 이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권투라는 경기로만 놓고 보면 알리만큼 탁월한 선수는 많아. 그런데 왜 무하마드 알리일까. 그건 무하마드 알리가 위대한 복서임과 동시에, 불의에 항거하고 부당한 대접에 분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절정의 세계 챔피언이던 시절, 그는 미국이 발을 잘못 들였던 베트남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징병을 거부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아. “내가 왜 베트콩과 싸우는가. 그들은 우리를 검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만약 내가 군대에 입대해서 베트콩과 싸워 2200만 미국 흑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다면 미국 정부는 나를 징집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일 내 발로 입대할 테니까.”

 <div align=right /><font color=blue>ⓒAP Photo</font>1960년 인종차별에 반대해 올림픽 금메달을 강에 버린 알리는 1996년 IOC로부터 새 메달을 받았다. 
ⓒAP Photo
1960년 인종차별에 반대해 올림픽 금메달을 강에 버린 알리는 1996년 IOC로부터 새 메달을 받았다.

대가는 참혹했어.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고 3년 반 동안 경기조차 참가하지 못했으니까. 프로권투 선수에게 3년 반의 공백이란 네가 3년 반 동안 글자 한 자 들여다보지 않고 대학 시험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큰 타격이야. 하지만 알리는 이를 이겨내고 서른두 살에 여덟 살이나 어린, 헤비급 역사상 최고의 강펀치 조지 포먼을 꺾고 다시 챔피언이 됐단다. 1981년 은퇴하면서 그는 이런 말을 남기지.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어. 1996년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올림픽이 열린 해란다. 미국 농구팀이 유고슬라비아와 준결승을 치르는 날이었어. 전반전 뒤 하프타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안토니오 사마란치가 나타났어. 덩치 큰 중년의 흑인과 함께였지. 바로 무하마드 알리였어. 그날 IOC는 과거 알리가 강물에 던져버린 금메달을 대신한 새로운 금메달을 선사하기 위해 알리를 초빙한 거였어. 관중들은 전원 기립 박수를 보냈고 선수 시절에 맞은 무수한 주먹의 충격 때문에 파킨슨병을 앓던 알리는 힘겹게 손을 들며 환호에 답했어. 그 장면을 보며 마음에 큰 요동이 치더구나.

그곳은 바로 애틀랜타. 걸작이긴 해도 인종차별적 표현이 적나라하게 실렸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자 미국 내전(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수도가 아니었겠니. 바로 그곳에서 한때 반역자로 불린 무하마드 알리가 다시 금메달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고 애틀랜타 시민들도 함께 울었던 거야. 스포츠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감동의 파노라마지.

그럼 네가 묻겠지.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스포츠맨은 누군가요?” 물론 답은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천 갈래 만 갈래로 다르겠다만 아빠는 이 이름을 꼽을 거야. 4년 전 세상을 떠난 프로야구 투수 최동원.

아빠는 중학교 3학년 때 맞은 코리안 시리즈(한국시리즈를 그때는 이렇게 불렀어)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는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고 상대는 삼성 라이온즈였는데, 라이온즈는 자이언츠를 응원하던 아빠와 아빠 친구들도 승리를 감히 예상하지 못할 만큼 강팀이었어. 누군가 “최동원이 하루씩 건너뛰고 나와서 1, 3, 5, 7차전을 이기면 되는 거 아이가?”라고 물었다가 “그게 말이가 방귀가” 하는 호통에 찍소리 못하고 찌그러졌던 기억이 생생하구나. 그런데 글쎄 최동원은 그걸 해냈어. 아니 1, 3, 5, 7차전을 이겼을 뿐 아니라 6차전에는 한 번 졌어. 즉 7전4승제 경기에서 다섯 차례 마운드에 선 거지.

 <div align=right /><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최동원은 2011년 9월14일 암으로 운명했다. 
ⓒ연합뉴스
최동원은 2011년 9월14일 암으로 운명했다.

음지에 빛을 나누어주려 한 슈퍼스타

위대한 기록이긴 하지만 아빠가 이것만으로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스포츠맨이라는 칭호를 붙이지는 않아. 최동원의 진가는 절정의 슈퍼스타이면서도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선수들을 잊지 않고 그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앞장서 나섰던 데에서 더 영롱하게 빛났단다. 1988년 그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구성에 나서. 선수들끼리 조직을 만들어서 그 권익을 지켜보자는 취지였지. 슈퍼스타 최동원이 협의회 결성에 앞장선 이유는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의 아픈 현실을 알게 되면서였어.

“2군 포수가 내 공을 받아준 적이 있습니다. 수고했다고 고기를 사줬는데 얼마 만에 먹는 고기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선수 연봉이 300만원(당시 2군 최저 연봉)이었습니다”(박동희 야구 전문기자 인터뷰 중). 그 돈으로 2군 선수는 자신의 장비까지 사가며 발버둥치고 있었고 구단은 이들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 최동원은 이렇게 생각하게 돼. “내가 최고 연봉을 받는 것도 뒤에서 고생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음지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내가 먼저 움직이겠다.” 참 쉬워 보여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생각 중의 하나지. 잘나가는 이가 반대쪽 걱정을 한다는 건.

최동원은 선수협의회 결성에 발 벗고 나섰어. 하지만 제멋대로 선수들을 부리지 못할 것을 우려한 프로야구 구단들의 ‘악랄한’(이 표현은 조금도 과하지 않아) 방해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 선수협의회를 주동했던 최동원은 평생 벗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어야 했고, 머지않아 은퇴해야 했단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투수를 코치로 초빙하는 구단조차 거의 없었어. “감히 구단에 반항을 시도한 자”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지. 무하마드 알리에게 병역 기피자의 딱지를 붙였던 미국 정부처럼 말이야.

몇 년 전 아빠는 TV 화면에 등장한 최동원을 보고 깜짝 놀랐어. 경남고등학교와 군산상고 동문(야구 명문들이지)들의 친선 야구 경기에서 최동원이 등장했는데 몰라볼 만큼 야위어 있었던 거야. 최동원 본인은 생식을 해서 살이 빠진 거라고 주장했다더군. 하지만 그는 이미 말기 암 환자였어. 의사와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게 그날이 마지막일 것 같다. 그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경기장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해.

그렇게 생애 마지막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 몇 달 후 최동원은 세상을 떠났어. 애틀랜타의 알리처럼 부산 사직구장에 그득한 관중의 최동원 연호와 과거를 반성한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정중한 사과를 받고 떠났으면 좋았겠는데 아빠의 영웅 최동원은 병상에서 야구공을 쥔 채 세상을 등지고 말았단다.

올해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났구나, 1984년 최동원한테 졌던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두산 베어스에 져서 한국시리즈 5연패를 놓쳤어. 그런데 삼성 선수들은 경기장에 도열해서 두산 베어스의 우승을 축하해주었지. 언뜻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해. 말은 쉽지만 막상 누구도 행하지 않았던 그 모습에서 아빠는 다시 한번 최동원을 떠올렸어. 태양같이 빛났으면서도 음지의 서러움을 이해하고 그곳에도 빛을 나누려 했던 의로운 스포츠맨의 모습을 말이야. 다시금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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