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번째 평신도 주일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의 표징들을 말씀하시며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니 깨어 있으라 말씀하신다. 깨어 기다림이 단순히 잠을 자지 않고 눈떠 있음이 아니라 시대의 징표를 잘 살피라는 말씀일진대, 깨어있으면서 오실 주님을 맞이하는 신앙인의 구체적 행동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방송 매체를 보면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니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는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여러 보험 상품에 가입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 이런 준비가 부질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확실하게 다가올 노후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종말에 하느님을 뵙고 심판을 받게 될 신앙인들은 또 다른 준비를 하나 더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진다.
하느님께 내 삶을 심판받고 구원에 이르기 위해 어떤 종교적 행위와 사랑의 실천을 해야 할까? 종말의 날이 멸망이고 징벌과 재앙이라는 사상이주류를 이루던 예수님 당시에 심판에 대해 예수님은“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 40)이라며 의인으로 인정받는 삶은 계명과 율법의 준수를 뛰어넘어 작은 이들에 대한 연민의 실천임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공생활을 통해 현재 삶의 자리에서 그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결국 그리스도인이 종말을 준비한다는 것은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는 현재(Present)가 선물(Present)이라 알고 있으면서도 과거에 얽매여 있거나 혹은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을 허비하고 흘려보내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과거는 하느님의 자비에, 현재는 당신의 사랑에,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라.’ 말씀하셨다.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철저하고 엄격한 교육을 받는 영재 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입시와 성공이라는 미래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순간에 충실하라’(Carpe Diem) 외쳤다. 평신도 주일인 오늘 깨어 기다리는 신앙인으로서 다가올 종말을 준비하며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사는지 잠시 묵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