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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선을 낮추어

조회 수 120 추천 수 0 2016.05.11 18:02:51
성당 교육부 *.69.251.40  

우리의 시선을 낮추어


 

존경하는 선배 신부님의 장례미사 때의 일입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수도자들의 경우 종신서원과 동시에 사후(死後) 시신처리 및 장례절차와 관련된 유언서를 작성 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이미 인위적 연명조치 포기, 시신 및 장기 기증 그리고 화장(火葬) 등을 요지로 한 유언서를 작성한바 있습니다.


 

그 선배 신부님께서도 장기 및 시신을 기증한 상태였기에 장례절차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장례미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의과대학병원에서 보내온 앰블런스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담당직원들의 숙련된 움직임에 의해 신부님의 관이 앰블런스의 뒷 공간에 실리고 문이 ‘탁’ 닫히니 그걸로 모든 것이 끝이었습니다. 다른 장례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따로 운구차도 버스도 대절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매장이나 화장에 필요한 비용도 필요 없었습니다. 장지에 따라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앰블런스 뒷문이 ‘탁’ 닫히고 차가 출발하니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조금은 허망했습니다. 뭔가 진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제야 살아생전 신부님의 아름답고 멋진 생애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 ‘마지막 가시는 순간까지 이렇게 쿨하게, 그리고 멋지게 떠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저뿐만이 아니었던지 장례미사에 참석했던 많은 분들이 신부님을 싣고 떠난 앰블런스의 뒤꽁무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떠오른 성경 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사도행전 1장 11절)


 

“너희는 왜 앰블런스 뒤꽁무니만 쳐다보고 있느냐?”


 

승천하신 예수님을 떠나보내고 난 제자들의 심정 역시 신부님을 떠나보낸 우리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굉장히 허망하고 무척이나 아쉬웠을 것입니다. 스승님과 함께 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나머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분께서 떠나신 하늘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셨던 예수님이셨기에 떠나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따뜻한 한 마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카복음 24장 49절)


 

오늘 우리에게도 천사들은 똑같은 말을 건넬 것입니다


 

“너희는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이제 하늘 높이 향했던 우리의 머리를 일상의 낮은 곳을 향해 내려야겠습니다. 우리의 시선을 낮추어 꼬질꼬질해 보이고 남루해 보이는 인간세상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흔적을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인간 세상 안으로, 죄투성이의 비참한 인간들 안으로 완전히 육화하신 하느님의 자취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의 발밑을 내려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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