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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한 이들의 죽음 앞에서...

조회 수 155 추천 수 0 2015.12.30 13:08:14
성당 교육부 *.101.56.111  

사람들은 누구나 꿈꿉니다. 고상하고 품위 있는 죽음. 잘 준비되고, 정리된 죽음. 이왕이면 비참하지 않고, 구차스럽지 않은 죽음. 끔찍하지 않고 큰 고통 없는 순탄한 임종. 자식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죽음, 잠들듯이 그렇게 평화스럽게 떠나는 죽음을 꿈꿉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백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죽음을 접합니다. 평화롭고 품위 있는 죽음과는 정반대의 참혹하고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말입니다. 헤로데의 손에 비참한 죽임을 당한 베틀레헴의 두 살 이하 사내 아기들이 그랬습니다. 참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죽음이었습니다. 얼마나 미안하고 안타까웠으면 교회는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어간 아기들의 기일을 전례력 안에 넣어 기억해오고 있습니다.


 

아기들의 부모나 가족들 입장에서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습니다. 하느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는 외침이 저절로 나오는 죽음이었습니다. 베틀레헴 아기들의 무고한 죽음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일은 아직도 이런 무죄한 이들의 죽음은 이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죽음은 또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무죄한 이들의 죽음은 어떤 면에서 예수 그리스도 죽음의 전조요, 징표요, 서곡입니다. 그들의 죽음은 너무나 참혹하기에 마치도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죽음, 벌을 받은 죽음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죽음 안에는 사실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인들의 죽음을 마냥 칭송만하면서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본회퍼 목사님의 말씀처럼 멀쩡한 승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미친 운전사’들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상 의인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인들의 생애는 언제나 그렇듯이 순탄치 않습니다. 의인의 삶에는 언제나 박해가 따릅니다. 의인의 나날은 언제나 배고프고 춥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일편단심과 고결한 생애를 높이 평가하실 것입니다.


 

그들을 당신 사랑의 품에 영원히 안아주실 것입니다. 그들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의인들, 무죄한 이들, 선구자들, 이 시대 또 다른 많은 순교자들은 오늘도 그 외롭고도 괴로운 예언자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지혜서 3장 2~4절)

 


하루 온 종일을 기도 속에 사신다는 노(老) 수녀님과의 통화 중에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마다 눈을 뜨면 ‘오늘이 마지막이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내가 세상과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요즘 저는 하루 온 종일 아기의 예수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을 외우고 있습니다.”


 

“저의 일생은 재빨리 저를 스쳐지나가고 사라져버리는 한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느님, 이 땅에서 제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신은 아십니다.”


 

순교를 작정하고 시작한 수도자의 길이었습니다. 양보하고 희생하는 일은 기본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사제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아주 작은 것 하나 양보하지 못하고 티격태격되는 제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 하찮은 고통 앞에서도 세상이 끝난 듯이 불평불만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제 삶이 참으로 한심하기만 합니다.


 

오늘 하루 순교자들처럼 피를 흘리며 죽어가지는 못하겠지만 좀 더 희생하고 좀 더 침묵하고 좀 더 너그러워지는 ‘백색 순교’를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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