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 주한 중국 대사가 최근 한국의 지인을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제발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가 중국에 대해 거친 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거다. 이 말을 전하는 한 원로 지인은 나에게 “중국 대사가 엄청 입장이 곤란한 가보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까지 입만 열면 중국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중국 싫어한다(윤석열 후보)”, “중국은 비합리적이다(윤석열 대통령)”, “중국과 호황시대는 끝났다(최상목 경제수석)”, “중국 경제는 꼬라박는 수준(한덕수 국무총리)”라고 거친 언사를 내뱉던 정권이다. 여기에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굴욕외교”, “사드3불 폐기” 등등 민감한 발언들이 외교부장관,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마구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이 정권은 중국 두들겨 패는 게 재미있는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가. 이런 꼴을 보니 한국에 와 있는 외국 대사 중에 싱하이밍 대사처럼 좌불안석인 대사가 또 있겠는가.
한국에 온 낸시 펠로시를 윤 대통령은 만날 수도 있고 안 만날 수도 있다. 굳이 휴가 중에 미 하원의장이 왔다고 해서 꼭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고 만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런데 이번 펠로시의 방문 시점에 대통령실은 만날 것처럼 조율 중이라고 했다가 조율한 적 없다는 등, 도무지 종을 잡을 수 없는 말을 쏟아냈고, 급기야 최영범 홍보수석은 “총체적 국익을 고려하여” 만나지 않기로 했단다. 이게 뭔 말인가. 차라리 휴가 중이라는 처음의 말을 유지했더라면 되었을 것을, 미국 하원의장 만나는 데 “총체적 국익”이란 말이 거기서 왜 나와. 꼭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면서 이리저리 눈치보고 살피다가 결국 오해 소지만 잔뜩 키우지 않나.
다 보인다. 다 보여.
이렇게 중국 눈치 볼 거라면 그동안 왜 그렇게 중국을 두들겨 팼나? 이왕 말이 나왔으니 따져보자. 낸시가 중국에 너무 강경하니까 대통령이 만나는 것 자체가 대중국 외교에 부담이 된다는 걸 “총체적 국익”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모양이다. 낸시가 중국에 너무 나간 거라면 윤 대통령이 낸시를 만나서 “차분하고 냉정해지라”고 충고하면 될 것 아닌가? 과거에 노무현 대통령은 중국에 으르렁거리던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평화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말을 면전에서 했다. 노무현과 부시는 여러 번 논쟁했다.
내가 국회의원이던 2018년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동행하여 미국에 가서 낸시 하원의장을 면담한 적이 있다. 마침 그날은 원로 전 하원의장이 사망하여 의장은 장례 참석이다, 추모 행사다하여 무척 일정에 쫓겼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문 의장이 설명을 해도 낸시는 들으려하지 않고 트럼프의 대북 접근을 못마땅하다는 걸 노골적으로 표현하고는 바쁘다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 때 문희상 의장이 낸시를 보고 “Sit Down!"이라고 황급히 소리치며 손으로 앉으라는 신호를 했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문 의장이 ”한국민에게 이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 줄 알기냐 하냐“며 다시 미국과 북한의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날 예정된 면담 시간이 30분을 더 초과해서 결국 낸시로부터 ”이해한다“는 답변을 기어코 받아냈다.
윤석열은 왜 못하나?
만나서 국익을 도모하면 될 것 아닌가. 그저 미국이라면 사ᅟᅮᆨ을 못쓷니 약간 입장 곤란하면 안 만난다고 피해버리는 이런 지도자가 과연 국익을 도모할 수 있나? 그저 피하기 급급하다 궁색한 말을 내놓는 이런 정부라면 중국은 앞으로 확실하게 한국 정부를 군기 잡으려 할 거다. 나는 그것이 더 두려운 거다.
김종대 전의원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