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홍범도고 내가 이동순이다!>
1.
존경하는 이동순 시인이 그저께 올린 시 <홍범도 장군의 절규>가 페이스북에 의한 강제 삭제와 계정제한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동순 시인은 홍범도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의 저자입니다. 시집 <개밥풀>과 <물의 노래> 등으로 한국 현대시의 한 봉우리에 오른 대 시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독립운동가였던 조부 이명균 선생의 핏줄이니, 시인이 쓴 홍범도 평전은 단순한 저작을 넘어 스스로 전생을 투여한 역사의식의 결정체일 것입니다.
아래 시는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육군사관학교가 시도 중인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분노의 절창(絕唱)입니다. 이 점에서 (삭제조치의 이유로 판단되는) 싯구 속의 "왜놈"이란 단어는 결코 비속어가 될 수 없습니다. 격정과 절규로 형상화된 '문학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9월 1일, 윤석열은 국립외교원에서 행한 공식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라는 망언을 늘어놓았습니다.
원전오염수 무단 방류를 비판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분노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을 '반일감정을 선동'하는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간 겁니다.
명색이 한국 대통령이란 자의 입에서 "반일"을 공격하는(바꾸어 말해 친일을 옹호하는) 꼴을 보는 기가 턱 막히는 오늘입니다.
지금 페이스북코리아가 행하는 "삭제행각"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자유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윤정권의 그 같은 폭정과 만행에 노골적 동조의 박수를 치는 행동임에 명백합니다.
무차별적 광고행위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한낱 외산 sns 플랫폼이, 스스로 본분을 망각하고 역사 부정과 표현자유 침탈의 선봉에 나선 겁니다.
공동체의 마지막 자존심과 얼에 감히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적 저항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
그래서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제안 드립니다. 이동순 시인의 <홍범도 장군의 절규 >를 자기 담벼락에 퍼나르는 운동을 시작하자고. 여기에서부터 저항을 시작하자고 말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몸짓이 아무리 미약해도 그것이 합쳐지면 큰 파도가 될 것이기 때문에. 윤 정권의 광적인 친일 행각에 옆구리를 치는 의미있는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 콘텐츠 자정실행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기실은 윤 정권의 퇴행과 폭압의 간접 도구 역할을 수행 중인 페이스북 코리아와 그 본사 meta에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운명 두 달 전,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던 상태에서 혼신의 힘을 짜내어 당시 mb정부에 대한 비폭력 저항을 다음과 같이 호소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이다. 싸우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고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이)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우선 저부터 (페이스북이 삭제한),이동순 시인의 시를 제 담벼락에 다시 옮깁니다. 그리고 요구합니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나에게도 계정제한과 경고를 해라. 그리고 이 시를 자기 담벼락에 옮기는 수천, 수만의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어디 한번 경고를 하고 계정제한을 해봐라.
그 때부터 온라인 강산을 활활 태우는 횃불이 올라올 것이다.
내가 홍범도고 내가 이동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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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의 절규>
이 동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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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무참히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