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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위덕 작가 문학칼럼] 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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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 *

-백파


1.

씨실과 날실이 없다 라우센버그의 만화경 같은 켐퍼스 위엔 무용수 케닝헴의 움직임이 미디움이다 ** 복잡하게 어울린 무늬는 고대 상형 문자처럼 의미는 몰라도 분명 의미가 있는 듯 하다 

퀼트 이불은 인간의 오랜 역사가 낱낱이 적혀 있다 이불을 누비는 방법과 짜깁기하는 방법, 물에 젖지 않게 하는 방법이 쓰여 있다 이 조각 천을 수집하기 위하여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까 못 가져서 평온했던 할머니의 모시 적삼, 가져서 괴롭던 복부인의 치맛단, 앉은 자리 풀 안 난다는 비단 장수의 두루마기, 신식 애기씨들이 뒤집어 입던 청바지, 이제는 낡을 대로 낡아 엿 장수도 마다하는 온갖 잡다한 헌 옷 쪼가리, 온갖 것 이어 만든 쪽 천 이불은 성당 창문의 쪽 예수 같다.


2.

퀼트의 창이 부검당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루터, 스코틀렌드에서는 존 낙스가 검시관이다 검시원들은 온세계로 퍼져나갔다 카타콤에서 천여 성상을 송장처럼 지내던 파리한 성도들은 밖으로 튀어나와 부검꾼들과 합류하였다


3.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1000년후의 대원군을 모른다 천 갈래 만 갈래 깨진 퀼트 유리알은 수많은 순교자들을 쳐내는 칼날이 되었다 바다를 건너와 억새의 물결을 타고 서울에 도착한 그들은 황금 빛 보리밭에서 대원군을 만나 초개처럼 쓰러졌다 병인박해로 깨져버린 이만조각의 퀼트 유리알이 어지럽게 얽혀 피를 토한다 피 냄새를 맡으려다 핥아먹으니 독소가 온 몸을 적신다

4.

신문지에 싸서 버릴 수 없는 평온한 공간에 부끄러운 어둠, 검시결과의 우울한 소식이 서투른 피아노 소리와 함께 들린다 퀼트의 반격으로 검시관들은 화형을 당하고 죽어갔다 죽은 자들이 살고 있는 지하도를 들어서니 진격하듯 밀려오는 저 푸르름 썩은 밀알이 꿈틀거리고 진격해온다


5.

퀼트는 본래 차갑고 날카로운 유리창의 언어이다 그러나 그들은 찬 것을 키질하여 포월 적으로 치환하여 코드를 바꾸어 놓았다 아님(不)을 안(內)으로 바꾸었다 그들은 읽기의 혁명을 일으켰다 그들의 눈 속에 이글대는 전율의 마그마가 계속되는 혼절의 시간을 마다하지 않았다 말 속에 이름이 나오면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때는 찬 것을 따뜻하다고 바꾸어 읽기도 하였다 이러한 읽기의 혁명은 문자의 생성과 의미의 생성이다. 바르트, 야우스, 이저등의 심미적 언어가 퀼트 이불에까지 르네상스 천년 역사의 박물관을 저공 비행하고 있다

  

해설

* 폐품 천 조각을 이어 만든 모자이크 이불

** 그의 추상화는 세계적인 무용수가 춤추는 것 같다.

미디움은 켄퍼스에 그린 그림의 재료를 말함. 유화물감, 아크릴 등 특히 전위 미술가들은 쇠조각, 종이 쓰레기의 폐품도 미디움으로 쓰고 있다

*** 대원군은 불란서로부터 선교사로온 신부등 신도들을 1만명에서 2만명 정도 학살하였다.

   

강위덕 (480) 323 – 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