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덕 작가 문학칼럼] 카타콤의 내비게이션

카타콤의 내비게이션 *
-백파
1. 그곳에 가야겠다
동네의 어귀
족히 2천 년도 넘었을 낡은 교회당 하나
그냥 서 있다
문은 있되 문이 없고 온몸으로 문이 되어
오랜 세월 쌓아올린 벽보다 더 든든한 피묻은 카타콤이 열려 있다
누구에게도 넉넉한 그늘
그 품에 드리워 놓고
사막의 땡볕 속 오늘도 그 자리 그냥 그렇게 서 있다
그곳에 가야겠다
기아에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갚아야 할 빚 두고도 지금은 빈손, 그러나
빈손과 빈 마음 바치려
그곳에 가야겠다
경사진 땅에 버팀목 세워 기울지 않게 집을 짓듯
비틀어진 마음 기울지 않게 집 한 채 지으러
그곳에 가야겠다
퇴적암 층층에 누적된 사연들처럼
생명을 가졌던 흔적들의 실마리가 묻어 있는
카타콤의 길, 그곳에 가는 길이
죽음의 길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곳에 가야겠다
2. 카타콤
그 물빛, 그 숨결,
섬세하게 꿈틀거리는 물고기 알처럼
시체의 실물과 함께 낯선 공기가 서성인다
인간이 되어가는 슬픔도 서성인다
그 누구인들 카타콤에 던져지고
그곳에 던져진 것을 잊는다면
카타콤과 친숙해지고
침묵을 율법처럼 지키면서 그냥 그곳에 머물렀을 것이다
모닥불 위에 떨어지는 눈처럼
불인 줄 알면서 피치 못해 내리 앉듯
그들은 그 모닥불로
그들의 차가운 눈물을 따뜻이 데워 냈을 것이다
3. 대지의 심장
폭군도 민중도 흙으로 돌아가
서로 몸 붙여 누운 밤,
늑대의 울음소리에 기온이 뚝뚝 떨어져도
저마다 마음을 다해 당도 했을 전집(全集)의 언어가
처연히 기호로 남아 되돌아온다
단 몇 줄의 행간 사이,
선득선득 비치는 저 장엄한 칼날의 —
카타콤
그들은 살짝 눈을 아래로 깔고 생을 연기한다
순결과 도발사이를 연기한다
감옥과 탈주 사이를 연기한다
체념과 반항사이를 연기한다
역사가 두고 간 흔적들과 섞기는 연기를 한다
순간, 서 있는 지점이다
부서지기 쉬운 몸은 유일한 날개,
그래서 카타콤은 언제나 뜨거운 피가 있다
그들은 문을 찾기 위하여 네비게이션을 타지 않는다
대지만한 넓은 문이 어디 있으랴
해설
* 카타콤; 로마의 굴속 무덤이다, 그 길이는 미궁이다. 이 지하 동굴은 오늘날 많은 관광객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당시 로마의 법은 죄수들이 지하무덤에 피신해도 카타콤 속에는 수색을 못하게 되어 있었다. 카타콤에는 로마교황의 무덤도 있다. 로마교황의 학정으로 피신한 곳이 성도들의 피신처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