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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봄나물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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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봄이다. 겨울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는 아리조나의 겨울도 생각해 보면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보았고 낙엽을 보았으니 겨울이 있었다. 기온이 올라 가면서 화사한 봄맛을 느끼니 아리조나에 산다고해서 어찌 봄맛을 모르고 넘어 갈 수가 있으랴.  


봄의 향기는 무엇보다도 화사한 꽃과 파릇한 새싹으로 먼저 찾아온다. 싱그러운 풀잎과 그 풀잎에 매달린 맑은 이슬을 너무도 좋아한다. 해마다 뒷마당에 피어나는 장미꽃을 보면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겨울이 오기 전에 보호막이라도 좀 씌워 주어야지 하고 생각하다 보면 벌써 꽃망울을 열어서 활짝 핀 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 세월아!! 



연애를 하는 시절도 아닌데 봄기운에 스며 들어서인가 괜스리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춥다고 움추리고 지내던 겨울이 남겨 준 부산물인가 보다. 봄내음을 찾아서 입안 가득히 봄의 맛을 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보고 싶다. 그런 곳은 바람의 맛도 더 신선할 것이고 망울망울 터지는 꽃망울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꽃들과 항상 버팀목이 되어 주는 든든한 나무들이 죽죽 뻗어있는 숲이 더 없이 보고 싶다.



봄나물을 찾으려 얕으막한 들녁을 헤메던 어린시절이 봄이 찾아 오는 길목이면 항상 그리워진다. 국민학교시절 한동네에 살던 은선이는 나와는 반대로 늘 밖으로 다니기를 좋아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은선이는 자꾸만 나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하루는 바구니에 쑥이며 달래, 냉이 등을 캔 것이라며 우리집에 놓고 갔다.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은 대부분 독특한 향과 쌉싸래한 맛이 너무 좋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달래 간장만은 참 맛 있게 먹었던 생각이 난다.  



하루는 무조건 들녁에 나가자고 집에 와서 버틴다. 은선이를 따라 한 30분 정도를 걸어 갔더니 자그마한 야산이 나왔다. 은선이는 드디어 내가 따라 나왔으니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가 보다. 파랗게 돋아 난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보는 나물들을 가리키며 “저건 달래, 저건 쑥, 그리고 이쪽에 봐, 이건 냉이야.” 엄마가 해 주시던 나물들만 알았지 눈으로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기억으로는 엄마도 나물을 어디서 캐 오셨다는 말씀은 한번도 없었다.


은선이가 말해 주는 대로 나물들을 내 바구니에 반이나 겨우 찼을까 그걸 들고 나물을 캤다고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은선이를 재촉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왔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방안에서 공부 밖에 모르던 아이가 웬일로 들에 나가 캔 나물을 다 들고 오나 싶어 엄마의 신기해 하시던 모습이 떠 오른다.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봄나물을 눈으로 보고 캐온 것의 전부였다. 은선이가 먼저 이사를 했는지 기억이 없다. 


봄이 오면 그 봄나물이 그리워 어쩌다 때 맞추어 한국식품점에 가도 달래도, 냉이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달래, 냉이 맛도 모르고 봄을 보내기 벌써 몇해인가. 우리 고유의 달래 냉이를 모르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도 큰 설움인가 보다. 그나마 쉽게 구하는 미나리, 쑥갓 등으로 봄내음이나 맡으면서 마음을 달래야 할까 보다. 특히 미나리는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하다니 쌉쌀한 맛과 살짝 데쳐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고 해독과 혈액정화에 특효라니 이정도로 봄나물을 즐겨 보자.


차라리 흔한 것으로 미나리, 좋아하는 시레기 나물로 내 멋에 맞게 만들어 먹는 봄치레를 할까한다. 미나리는 조금 다르게 궁중음식의 일종인 미나리 강회를 해야겠다. 끓는 물에 데친 미나리 줄기로 편육, 달걀지단, 고추, 버섯 등으로 한데 묶어 색다른 강회를 해야겠다. 나의 변함 없는 사랑 시래기로는 콩가루무침 나물로 달래 냉이 맛 못보는 설움을 만회할까. 

시래기 콩가루무침 나물

1. 시래기는 푹 익도록 삶아(1시간 이상) 건져 씻어서 물에 하룻밤 담가 둔다.

2. 일어나는 껍질을 벗겨내고 물기를 꼭 짜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시래기가 하얗게 덥힐 만큼 콩가루를 솔솔 뿌려 고루 섞어서 마른 솥에 넣고 뚜껑을 덮어 찌듯이 볶아낸다. 

4. 함께 콩나물과 무나물을 곁들여 낸다.

5. 양념장을 얹어 먹거나 밥에 비벼 먹기도 한다.


03. 25. 2013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