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타임즈
칼럼
KAZT 어드민
KAZT 어드민

[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바보같은 사랑

michelle.jpg


세상살이가 그리고 사람들의 순수하고 따뜻했던 마음이 점점 삭막해 지고있다. 어떻게하면 약간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훈훈하게 살면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다고 고백해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요즘 나의 삶의 새로운 고민 거리다. 급속히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 물질문명과 소비와 낭비의 도시문화, 그 속에서 뒤돌아 볼 틈 없이 바삐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뒤돌아 볼 줄 아는 지혜’ ‘알맞은 속도 유지’ 그래서 ‘느리게 살기’라는 말이 절실하게 닥아 온다.   



여름날씨가 오는 것을 예고라도 해주는 듯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요즘처럼 아까운 봄의 날씨를 그대로 우리에게 남겨주면 안될까? 아쉬운 봄의 햇살을 보내기가 아까워 어디에 간직해 놓고 여름이 왔을 때 봄을 즐길 수는 없을까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더위를 너무 싫어해서인가 피닉스의 여름이라는 낱말만 들어도 싫어 싫어 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온다.  



조금은 느슨하고 조금은 바보같기도 하고, 너무 영악스러운 것 보다는 좀더 마음의 여유도 누릴 줄 알고, 조금 미련한 것 같아도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라면 세상은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래전에 본 영화이지만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f) 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 주인공으로 나오던 톰 행크스 (Tom Hanks)의 연기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그가 연기했던 검프라는 사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요즘 같은 세상잣대로 하면 바보스러울 정도의 순박함과 올바른 정신 때문이다.



여성들만이 모인 자리가 있었다. 어느 여인이 13년 전에 돌아가신 남편 생각에 기력을 잃고 우울증도 생겨 어려운 고비를 넘기느라 힘들었다는 얘기를 했다. 함께 자리에 있던 어느 50대의 여성이 13년 전 일을 아직도 못잊어 그러신다고 거들었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할 수밖에. “아니 13년 전 일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40년이 지난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잊겠어?” 했더니 “그건 구식 사고 방식이에요.” 하더니 어느 30대 여성이 “요즘에는 남편을 딴 세상에 보내도 1년이면 다 잊어요.” “아니에요, 1년도 너무 늦어요, 6개월이면 충분해요.”한다. 아니 내 생각이 그렇게 구식은 아닐 터인데 그 자리에서 나는 완전히 구식, 낡은이 신세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때에 맞지 않으면 그냥 참고 넘어가고, 몸이 아파도 혹시 라도 출근하는 남편에게 마음을 무겁게 할까싶어 일부러 웃으면서 보낸다. 남편 역시도 밖에서 괴로운 일이 있었어도 아내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려고 밖의 일은 내색않고 가족 돌보기, 집안 일 돌보기로 살아 온 우리네의 모습이 진정 바보같은 사랑이었단 말인가.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서 열심히 살아 온 삶이 결국 이런 것 뿐이었나 뭉퉁뭉퉁 가슴이 텅 비는 느낌을 겪어 본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최선이 아니고 더 모자라는 것 뿐이다.  



부부는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왜 다툴까? 고속도로에서 너무 속도를 낸다고 투덜 대고, 한 번 쓴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아 찾으려면 방마다 돌아 다니면서 찾아야되니 종알거리고, 부엌에서 도와준다는 것이 카운터 위에 물만 흥건하게 해 놓으니 차라리 가만히 있는게 도와 주는거라고 토닥거린다. 부엌일은 손을 안대게 하려는 나의 습관으로 부엌일 돕기는 아예 틀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 했다. 토닥거리다가도 때가 되면 무엇으로 더 맛있고 건강한 밥상을 차려낼까하는  걱정으로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서로를 더 아껴주고 더 애틋하고 더 보고싶다.  우리세대의 생각은 구식이기 이전에 바보같은 사랑이었다.  



뉴저지주에 사는 어느 60대 한인남성이 아내와의 사별을 슬퍼하다 아내 사망 1주기가 되는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 뉴스를 접했다.  부부 사이가 각별했던 이들은 아내의 사별로 괴로워 하다가 아내가 떠난 일 년 전 같은 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니 그들도 분명 바보같은 사랑을 했던가 보다.



04. 01. 2013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