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김 원장 라이프칼럼] 어느 날 갑자기

부정 부패가 범람하고 도덕성은 무너져 내리고 사채를 쓴 가난한 서민들은 조폭 들의 행패에 삶의 기력을 상실하고, 성폭행 문제로 어른들이, 청소년들이 세상을 모르고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 대통령을 뽑아 놓으면 하나같이 나라를 생각하기 전에 내 가족 대대손손 잘먹고 살도록 금고를 채워 놓는다. 나라의 기간사업을 한다는 것이 모두 친인척들에게 국민의 혈세가 몰려가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고도 무감각해진 국민들의 모습이 불쌍타 못해 비탄에 빠지기도 했다.
이제 이런 비행들을 척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여성 대통령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가 싶어 내심 많이 기뻐했다. 조국의 모습은 세계의 리더십을 향해 달려 가는데 구태의연한 썩은 정치인들로 더럽고 냄새나는 풍토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많은 풍파를 겪으면서 18년을 준비해 온 여성 대통령의 당선으로 나라가 좀 깨끗해 지려나 많은 기대를 가지고 바라 보았다. 태평양 너머의 조그마 하지만 강인하고 문화예술이 뛰어난 새로운 조국의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대한민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겠다는 만반의 준비로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미국 방문이 성사되었다. 미국 상,하원에서의 박 대통령의 영어 연설은 한국 대통령의 우월한 실력과 국민들의 자존심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쌓아 놓은 실력을 기반으로 외국어 능력에다 우아함까지 겸비한 한국 여성 대통령의 모습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한국의 격상된 모습을 심어 주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성도착증(性倒錯症) 환자들로 넘쳐 나고 있음을 여실히 세계를 향해 보여 주었다. 한 남자의 추태로, 그것도 대통령 당선 후 점찍어 놓고 임명한 청와대의 윤창중 전 대변인은 어느 날 갑자기 성추행범으로 변해 있었다. 그것도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수행원으로 주미한국대사관에 인턴으로 임시 채용된 여대생을 몰상식하게 대한 것은 물론 성추행까지 저지른 행동으로 한국 대통령의 방미 기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지금은 확실하지도 않은 온갖 추측에 언론 방송은 물론 개개인의 비판까지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기분이 되었을 윤창중 전 대변인이 누구였던가. 불과 작년 대선 전 까지만 해도 예리한 시사평론과 갈팡질팡하던 안철수 후보와 좌파 후보를 향한 신랄한 비평에 국민들의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만들어 주지 않았던가. 대선 캠패인 당시, 각 방송에 출연하면서 또 윤창중의 칼럼으로 종횡무진 나라를 위한 우국충정으로 우파를 대변하기에 바빴다. 모 후보를 향해서는 “정치적 창녀”라는 독설을 날리던 윤창중이였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성추행범으로 오명을 쓰게 되었다.
잘나갈 때의 사람들이 보내 주던 박수와 환호를 즐기다가 갑자기 비판의 주인공이 된 그의 모습을 보면서 ‘군중 속의 고독’ 이라는 말이 떠 오른다. 청와대라는 곳의 바쁜 업무가 군중 속의 범인들이 느낄 수 없는 고독함과 허전함을 안겨 주었던가. 패기 발랄하고 국민들의 염원 속에 자신만만하던 모습을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번 사건으로 확인도 안된 소문 추측기사로 도배하는 언론의 횡포는 가히 도를 넘었다고 하기에 충분했다.
공자의 논어 위정편에서 “사십이불혹 (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 (五十而知天命)”이라고 했다. 나이 40이 되면 만물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50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고 따르라는 말이 되겠다. 57년을 사는 동안 언론사에서 30여년을 기자로, 마지막에는 논설위원으로 활약한 지식인이 공자의 이 간단한 삶의 이치를 몰랐을 리 없고 아니면 눈 앞에 벌어지는 자극에 모든 것을 던져 버리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 빠졌는가 보다.
그를 저 멀리 깊은 구렁텅이로 빠뜨린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들이라 생각하니 인간사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가 보다.
05. 13. 2013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