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용 아리조나 역사이야기] 그 산에는 아직도 황금이 있을까-로스트 더치 맨의 황금과 슈퍼스티션 산의 전설

그 산이 거기 있었다.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땅이 솟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거기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 빛살에 따라 그 위용을 바꾸면서 그 산은 힐라 강과 솔트 강변을 둘러싼 너른 황야를 지키는 외로운 등대처럼 거기 있었다. 그 산자락에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들은 한 때 천상의 모습에서 지옥의 모습으로 바뀌는 그 산을 보고 공포에 젖어 이름을 ‘슈퍼스티션’산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그 산을 둘러싼 갖가지 전설은 세월과 함께 오늘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전설은 ‘로스트 더치맨의 황금광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슈퍼스티션 산 어느 곳에는 그 노인이 숨겨두었다는 황금덩어리를 찾아 그 산에 오른다. 동화속의 전설처럼.
슈퍼스티션 산은 피닉스 동쪽에서 40 마일, 솔트 강에서는 남쪽으로 6마일 지점의 황야에 우뚝 솟아있는 해발 5,030 피트의 영험스런 산이다. 이 산은 영겁의 세월을 지나면서 비와 사막의 바람에 시달리면서 이 산의 현무암과 석회암은 수천개의 톱니같은 날카로운 봉우리와 협곡, 그리고 조각만한 평지로 변했다. 그리고 그 산야는 어쩌다 날라온 선인장과 머스퀴토, 온갖 잡초들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뿌리를 내려 군락을 이루어 뭇 짐승이나 멧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본래 인간을 거부하는 이 산의 정기는 무단으로 침입하는 인간들에게 이상한 기를 내려 이유도 없이 서로 적의를 느끼고 살해하는 일이 실제 자주 벌어지게했다 한다.
슈퍼스티션 산 동쪽에는 해발 4,535피트의 ‘위버스 니들 (Weaver’s Needle)’이라는 높은 바위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다. 바위 기둥만 1,000 피트에 달하는 이 ‘위버스 니들’은 ‘마인’스(광산) 니들, ‘페랄타 캐년’ 등과 함께 이 슈퍼스티션 산의 상징물이다. 실제 이 ‘위버스 니들’은 바위 기둥 하나로 보이지만 가운데가 갈라진 두 개의 기둥으로 되어있다. 오랜 세월 웅고된 화산재가 부식되면서 생겨난 바위기둥에 왜 ‘위버스 니들’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는지는 분명하지않다. 그러나 옛날 페랄타라는 스페인 사람이 바위 기둥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으나 어떤 노다지꾼이 이를 지우고 대신 ‘위버스’라는 이름을 새긴 것이 유래가되었다고도한다.
슈퍼스티션 산의 상징물 은 바위기둥 ‘위버스 니들’
본래 포울린 위버 (Pauline Weaver 1797-6.21.1867)는 테네시 주의 화이트 카운티에서 백인 아버지와 체로키계 인디안 어머니를 부모로 태어났다. 젊운 시절 캐나다의 허드슨 베이 모피 회사의 사냥꾼으로 일한 위버는 처음으로 로키 산맥을 넘는 사냥꾼 일행에 포함되어 뉴 멕시코에 도착한다. 이후 그는 아리조나를 거쳐 캘리포니아에 이르렀고 1846년에는 몰몬 교도의 이주대대 마차를 투산까지 안내한 전설적인 사냥꾼겸 안내인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그의 이같은 용기를 기려 사방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바위기둥에 불멸의 서부개척자 “위버”라는 이름을 헌사하고 기렸을 것이다.
슈퍼스티 션 산을 차지하려고 토착 원주민인 피마 인디안과 그후 흘러들어온 아파치 간에는 피튀기는 싸움이 세월을 두고 벌어졌다. 피마 인디안들은 독수리 발등처럼 험한 슈퍼스티션 산을 조상 대대로 선조들의 유해를 모시는 성지로 여겼다.그러나 뒤늦게 나타난 아파치들도 피마 인디안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성지로 삼으려했다. 두 종족간에는 양보없는 싸움이 계속되었다.
‘주술사의 저주’에서 연유된 슈퍼스티션
옛날 옛날 한 옛날 한무리의 피마 인디안들은 아파치들에게 빼앗긴 슈퍼스티션 산을 다시 차지하려고 이 산으로 몰래 다가왔다. 모두 전투용 몽둥이를 움켜쥐고 전신에는 상대를 압도하려는 문신을 하고 활과 화살을 든 피마 인디안 전사들은 살금살금 산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아파치들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산 정상에서 사방을 감시하던 아파치 보초는 개미처럼 꼬물거리며 몰려오는 적들을 발견했다. 놀란 보초가 ‘둥, 둥’ 하고 북을 치자 아파치들은 각자 창과 몽둥이를 들고 바위투성이인 산자락을 치닫고 달려 내려왔다. 피마 인디안은 적을 향해 침착하게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빗살처럼 날아간 화살은 적을 피해 근처 바위를 맞추고 힘없이 튕겨나갔다. 아파치들은 피마 인디안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승전고를 울리며 다시 슈퍼스티션 산에 둥지를 틀었다. 무참히 패한 피마 인디안들은 그날 전투의 패인이 된 ‘빗나간 화살’의 이유를 밝혀냈다. 그것은 전투가 벌어질때 산에 있는 나쁜 주술사가 오후의 햇살을 받은 산이 괴기한 색깔로 변하는등 자신들을 저주하고 주술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부터 피마 인디안들은 이 산을 영험이 깃든 산 이라고 부르고 두려워했다. 이 근방에 정착한 백인들은 피마 인디안들의 전설에 따라 슈퍼스티션이라고 불렀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산을 ‘거품이 굳어 생긴 봉우리’라고 부른다. 옛날 인디안 전설에 따르면 험준한 산 봉우리는 산 정상에까지 차올랐던 홍수의 물거품이 굳어서 날카로운 산봉우리가 되었다고 했다. 옛날 슈퍼스티션 산에서 금광을 개발하고 금을 많이 캤다는 전설 속의 스페인 귀족 페랄타는 이 산이 멕시코의 테가 둥근 모자 ‘솜브레로’를 닮았다고 해서 ‘솜브레로’산 이라고 불렀다.
신의 저주로 바위가 되었다는 원주민의 전설
슈퍼스티션 산에는 서있는 사람 형상을 한 바위가 많다. 이런 모습의 바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엄청난 비가 슈퍼스티션을 둘러싼 황야에 몇날 며칠 계속되었다. 맨 처음 산자락 주변을 맴돌던 물은 황야를 가득 덮은 키작은 선인장, 머스퀴토 관목, 덤풀을 덮치면서 점점 높이를 더해갔다. 물을 피해 들짐승들이 산으로 오르자 겁에 질린 원주민 인디안들도 산으로 기어올랐다. 그러나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물은 산허리를 돌아 차오르자 원주민들도 계속 산정상으로 몸을 피해 목숨을 부지했다.
이때 산을 다스리는 ‘천둥의 신’은 인간들의 소음에 심기가 불편했다. 드디어 ‘천둥의 신’은 인간들에게 ‘산 정상부근까지 찬 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머물지만 머무는 동안 침묵을 지켜라. 만약 이를 어기면 엄한 벌로 다스리겠다.’고 경고했다. 날이 가고 달이 가면서 정상까지 차 올랐던 물은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물이 빠지는 것을 본 불쌍한 인간들은 죽음에서 살아났다는 기쁨에 ‘천둥의 신’의 경고을 잊은 채 모두들 요란스레 환성을 지르고 기뻐 날뛰었다. 그러나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채 경거망동스레 날뛰는 인간들에게 불쾌해진 ‘천둥의 신’은 그들을 모두 돌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도 산 정상에는 금방 움직일 것 같은 모습을 한 바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보는 이들을 움추려들게한다. 또한 근처의 협곡에서 이는 바람은 어느 때는 신음소리 같고 어느 때는 조용히 흐느끼는 울음소리처럼 주위를 감돈다. 산 정상 바위 벽에는 아직도 홍수 때 물에 오랜시간 잠겼던 부분이 하얗게 변색되어 이들의 전설이 사실임을 실감하게한다.
황금을 찾아 산에 올랐다가 죽임을 당한 탐험대
시간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괴기스런 모습의 슈퍼스티션 산은 오랜 세월 근방에 사는 원주민들에게는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성지이면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산에 맨 처음 눈길을 돌린 서구인은 스페인의 탐험가 ‘프란시스코 바스퀘즈 드 코로나도.’ 1540년 전설로 떠도는 ‘7개의 황금도시’를 찾아 헤매던 코로나도는 원주민들로부터 슈퍼스티션 산에는 황금이 지천으로 깔려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황금밭으로 안내해 달라는 코로나도의 부탁을 완강하게 거절했다. 심지어 코로나도의 강요에 ‘성지로 외지인을 안내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표정으로 겁에 질려 거절했다. 코로나도는 원주민의 안내없이 부하 여러 명을 산에 올려보냈다. 그러나 산에 오른 부하들은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올 줄 몰랐다. 드디어 해가 서산에 머물면서 저녁 햇살을 온몸에 받은 슈퍼스티션 산은 고기비늘 처럼 푸른 빛깔을 드러내면서 괴기스럽게 빛을 냈다. 겁에 질린 코로나도 일행은 그날 구조대를 산에 보내지 못하고 다음날 올려 보냈다. 산에 오른 일행은 현지의 처참한 광경에 경악했다. 먼저 오른 탐험대는 사지가 찢긴 채 이곳 저곳에 널러져있었다. 잘린 머리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딩굴고 있었다. 구조대원들도 현지에 이르자 이상한 정기에 씌워 가까운 거리에 동료를 두고서도 길를 잃고 헤맬 지경이었다. 넋이 나간 채 구조대가 돌아오자 코로나도는 혼비백산한 채로 말갈귀를 휘날리며 달아났다.
백인에 저항하던 아파치 최후의 보루
아파치들은 슈퍼스티션 산 정상에는 지하세계로 통하는 커다란 구멍이 있다고 믿었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지하세계는 지옥과 연결되어 있고 이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너른 광야에 모래바람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1860년대 후반 백인들은 이 일대의 원주민인 인디안들을 보호구역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일부 아파치들은 험준한 슈퍼스티션 산에 틀어박혀 미 연방군에게 거칠게 저항했다. 아파치들은 깊은 계곡에 매복하거나 톱니같은 바위를 은신처로 삼아 근 20여년을 버틴 후 드디어 손을 들고 내려왔다. 지금도 이 산 곳곳에서는 옛사람들의 유해나 유품이 종종 발견된다고 한다.
이 슈퍼스티션 산을 둘러싸고 갖가지 황금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세월이 가면서 어떤 사건에 그간 떠돌던 전설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전설이 탄생하고 또 전해내려오게 되었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로스트 더치맨의 황금광산.’ 피닉스에 거주하던 늙은 독일계 이주민 ‘제이컵 왈츠’ 가 임종시 그를 간호하던 이웃인 백인과 멕시칸의 4대째 혼혈 여인인 쥴리아 에레나 토마스에게 그려주었다는 슈퍼스티션의 황금지도는 오늘도 갖가지 전설을 생산하면서 보물을 찾아헤매는 이들을 위버스 니들이 우뚝 선 영험스러운 산 슈퍼스티션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위버스 니들의 그림자를 중심으로 황금이 묻혀 있다 하여 이 바위기둥은 이 산을 둘러싼 황금소동의 상징물이 되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