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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김 원장 칼럼] 웬수같은 영어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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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대해서 말하라면 몇날 몇밤을 지새면서 쉬지않고 얘기해도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다 쏟아 낼 수는 없을 것만 같다. 한마디로 한이 맺혔다고 해야 할까. 영어가 좀 되는구나 싶으면 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나 하면 다시 실망을 주고 영어가 이렇게 나의 미국생활을 어렵게 만드는지 실망 투성이다. 공부라면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던 나에게 특히 영어과목은 선생님의 신뢰는 물론 학급 아이들 조차도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가 아니었던가. 미국에 오더라도 어느 정도는 영어가 나에게 그리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내게 미국에 첫 도착 후부터의 영어사용은 나의 자존심을 온통 구겨 놓고야 말았다.  


미국의 교육제도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대학을 진학할 때 첫 입학부터 자기가 전공할 과목을 결정하고 입학신청을 해야 했다. 다른 아이들은 어느 과(科) 를 신청해야 할지 몰라 많이들 방황하는 모습도 있고, 심지어는 어느 유명학과에는 신청자들이 많이 몰리니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신청자가 적게 몰리는 곳으로 신청을 하는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영문학과 외에는 단 1초의 망서림 없이 결정할 수 있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걱정을 덜어 주었다.  


영어 웅변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하고, 영어연극에서 주인공을 맡아 무슨 뜻인지도 다 알지도 모른 채 줄줄 외우면서 연극을 하는 모습을 보시던 아버지도 아마 저 녀석은 영문학과를 진학하리라고 미리 짐작을 하셨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나름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다고 자부했는데, 그런데 이 웬수같은 영어가 평생 나를 괴롭히다니 보통 실망이 아니다.  


우리가 배운 영어가 미국인들에게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우리는 영작문을 완벽하게 해서 말로 옮기려고 하지만 이들은 이미 한 두 마디로 우리가 하려는 말을 간단하게 다 끝내 버리는 쉬운 영어를 쓰고 있었다. 우리가 배운 영국식의 딱딱한 발음에다 한국식 억양까지 누가 우리말을 들어주랴!! 한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는 자부심 만 내 세울 일이 아니고 눈 앞에 다가 온 현실을 헤치고 나가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평소 좋아하던 언론통신학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식 영어를 빨리 습득하려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작문과 생활회화반을 겹으로 들으면서 영어와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다 이해를 못해도 무조건 신문도 읽었다.  텔리비젼 뉴스도 열심히 들었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항상 ‘웬수같은 영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미 몸도 마음도 굳어진 나이에 대기업의 해외지사장으로 발령 난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온 친구는 앞날이 감감했다. 시간이 많은 전업주부라 낮 시간을 이용해서 영어공부를 하라고 권했다. 며칠 다니고 오더니 하는 말이;


친구  호호호, 김 여사(나를 부르는호칭), 나 공부 그만둘까봐. 머리에 안들어가. 


필자  벌써 그만두려고? 어려운 걸 이겨야 돼. 영어 그럼 포기하겠어?


친구  자존심 상해. 우린 이미 대학공부 다 하고 왔잖아. 히스패닉 애들하고 못하겠어. 숙제를 해도 모르겠고 내가 왜 이걸 해야할까 싶어. 정말 영어가 웬수같아.


필자  그래도 해야돼. 자존심 걸고 해 봐. 미국와서 영어 안쓰고 한국어만 쓸테야?   

답답한 것도 있겠지만 숙제 열심히 하고 그 다음 날 발표도 해 보면 재미날텐데.


친구  호호호 나, 김 여사 말듣고 몇 번만 더 해 보겠지만 자신이 없어. 점심살게 이따 봐.


필자  점심만 살게 아니네요. 나중에 영어 입이 확 터지면. 점심만 가지고 되겠어?


친구  맞아. 영어만 터지면 점심이 문제야? 호호호, 내가 김 여사 은혜 잊지않을게.



지금은 나성에 살고 있는 이 친구, 남편보다 돈도 더 많이 번다고 자랑이다. “호호호, 김 여사 덕분이야. 잊지 않고 있어.” 친구는 “생각 나? 내가 미국 온지 얼마 안돼서 첵크북을 못 쓴다니까 김 여사가 하나하나 다 가르쳐 주었잖아? 지금은 살림 내가 다 휘잡고 있어.!!” 친구가 웃을 때마다 ‘호호호’하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래 웬수같은 영어하고 이제는 같이 놀자.


05. 25.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