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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김 원장 칼럼] 장미꽃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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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삶이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 느낄 때, 그리고 인생이 뭐 이렇게 시시하게 흘러가나 싶어 혼자 우울하다 싶을 때면 남편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관이 참 좋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대형 스크린을 바라 보며 가지고 들어 온 팝콘과 음료수를 마시면서 영화에 열중 할 수 있어서 좋다. 인터넷에서 무슨 영화가 있는지 훑어 보면서 내용들을 검사해 본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나오면 점찍어 두었다가 영화관에 가는 날은 기분이 좋다.  


최근에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노아의 방주(Noah’s Ark)”, 그전에 본 영화는 “블루 재스민 (Blue Jasmine)”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노아의 방주는 우리가 다 아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약간의 스토리를 넣어가면서 만들었지만 그래도 대형 화면에서 보여주는 영화라 대홍수장면이나 방주를 짓는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져 나름대로 흥미있게 볼 수 있었다. 성경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즐겨 보면서 그 방대한 장면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벤허, 쿼바디스, 기적, 성의 등 흘러간 좋은 영화들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블루 재스민(Blue Jasmine)’은 완전 현대판으로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 주는 듯 물질문명에 휩싸여 자신의 인생을 헛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돈많은 남편과 결혼한 여자주인공 재스민은 사교계의 꽃으로 인생을 즐기지 만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들뜬 생활뿐이다. 어느 날, 남편의 불륜이 들통나면서 할 수 없이 입양 여동생이 사는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자기와는 너무 다른 생활을 살고 있는 동생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하류생활을 살까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우연히 파티에 초대 받아 갔다가 능력있는 외교관을 만나 다시 재스민은 꿈에 부풀었다. 뉴욕에서와 같은 상류층의 생활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피어 올랐다. 자기신분을 포장하고 새로운 남자에게 가까이 가지만 그것이 모두 거짓으로 들통나 그 꿈도 다 허물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장미꽃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는 삶을 깨닫게 된 재스민의 연기가 절망적이면서도 너무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 준다. 지난 3월에 오스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재스민 역할은 연기파 배우 케이트 블란체트 (Cate Blanchett)가 열연했다.  


행복과 비극, 불안, 실망, 고독, 물질 욕심, 상류층과 하류층의 생활상을 비참한 모습까지 그대로 보여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회상이다. 그녀의 첫번째 남편 역에는 잘 알려진 알렉 볼드윈 (Alec Baldwin)이 맡았다. 그리고 영화를 만든 사람은  한때 한국의 입양아 ‘순이’라는 딸과 결혼해 한동안 비난을 받았던 우디 알렌(Woody Allen)이다. 결국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장미꽃 인생은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누구에게나 그랬듯이 나에게도 젊은 시절 한 때는 인생이 온통 장미꽃 인생인 줄 알았다.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사는 것이 그렇게 큰 행복인 줄 몰랐다. 미국생활 이겨내기 위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에 찌들었다. 여기서 힘들다고 모든 것을 포기 한다면 나는 아마도 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남들이 부러워한 직장생활의 이면에는 처음보는 유일한 동양여성으로, 그것도 전쟁을 겪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한국여자가 미국인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스트레스와 매일을 씨름하면서 살아야 했던 시절. 남편이 공부만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 가겠다고 약속 했으니 큰 인심(?) 쓰고 따라 오기는 했지만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하는 시간들도 많았다. 그야말로 장미꽃 인생은 다 끝났다. 삶과의 전쟁 뿐이었다.  


생각나는 것은 옛날 음악다방에서나 듣던 이브 몽땅(Yves Montand)이나 에디뜨 피아프(Edith Piaf)가 달콤하게 불러 주었던 샹송 “La vie en Rose, 장미꽃 인생” (우리말로 번역된)만 머릿 속에서 들려 온다. “장미꽃 인생은 가시덤블, 장미꽃 인생은 허무한 인생” 이라는 노랫말로 번역된 것으로 기억된다. 어찌 아니겠는가.  


인생이란 자기가 가꾸기 나름인 것. 주위를 둘러 보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아! 이것이 바로 행복이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 장미꽃 인생은 가시덤블도 아니고, 허무한 인생도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 숨겨진 감사하는 마음, 바로 이것이 장미꽃 인생인 것을 알게 되었다.  


06. 01. 2014

아리조나 한국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