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리조나] 선교원이 불타고 있다 디 안자, 폭동으로 탐험 일정 지체되다 -이범용(시인, 전 여성지 '여원' 기자)

2월 12일 월요일부터 2월 13일 수요일까지 (호르… 출발 137일부터 138일까지)
디 안자 사령관이 산가브리엘 선교원에 들어서자 선교원 내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벌써 이곳은 식량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한 움큼의 옥수수 알이나 콩을 구하려 대원들 간에 도둑질이 횡행했고, 항상 배고픈 이들은 한 움큼의 양식을 찾아 눈을 번뜩였다.
디 안자 사령관이 자리를 비운 6주 동안 산 가브리엘 선교원은 지옥처럼 처참한 곳으로 변했다. 양식이 바닥난 상태에서 외부 정보를 취할 수 없는 이들은 별다른 조처를 할 수 없었다. 디 안자가 양식을 실은 30여 마리의 노새를 이끌고 선교원에 들어섰다 해도 배고픈 대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끔찍한 기아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대원들은 디 안자 면전에서 “사령관에게 기만을 당했다”고 불만을 표했다.그리고 이들은 “사령관이 진심으로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에 정착촌을 건설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쏘아댔다. 병사와 그 가족들은 봉급 365페소와 일정량의 하루치 식량을 지급하라고 소리쳤다. 대원들은 정착민 모집 때 가족당 1마리씩 주기로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주지 않은 젖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365페소 현금 대신 150%를 가산한 물품으로 대체하여 지급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지급하지 못한 물품을 달라고 주장했다.
디 안자 사령관이 대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 병사 1명과 노새몰이꾼 3명, 그리고 시종 1명이 건강하고 힘센 말 25마리를 몰고 달아났다. 이들은 말 이외에 양식과 유리구슬, 담배, 초콜릿, 총 2자루, 말안장 1개, 기타 사소한 물품을 갖고 달아났다. 이 같은 집단 탈영 사실은 한밤중 모라가 중위가 발견했다. 모라가 중위는 즉시 수색대를 조직하고 탈영자를 추격했다. 그러나 5명의 탈영자는 말 중에서 가장 힘이 센 말들만 갈아타면서 수색대보다 몇 시간 먼저 달아났다. 디 안자 사령관은 “이처럼 험한 오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다”고, 오지 생활의 외롭고 따분함을 토로했었다. 탈영자들 중 탈영을 선동한 병사는 디 안자를 따라 산디에이고 수비대로 지원갔던 병사로 밝혀졌다. 또 다른 탈영자는 바하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일찍이 갈대로 만든 뗏목을 타고 탈영한 적이 있는 노새몰이꾼이었다. 모라가 중위가 수색대를 꾸려 탈영범을 추적하자 디 안자는 다시 한번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계속 쏟아진 장대비로 선교원 주위 냇물이나 강의 물살은 엄청 거칠고 수심은 깊었다. 그리고 대원들이 지나야 할 길은 온통 진흙밭이 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부녀자나 어린이가 포함된 병사들의 가족은 남편인 병사들의 도움 없이 길을 나서기는 어려웠다. 자연히 탈영자 추적에 나선 병사들이 귀대한 이후 출발해야 했다.
그러나 탈영병 추적에 나섰다 임시 귀대한 모라가 중위와 대원 10명은 별다른 소득 없는 빈손이었다. 그러나 산가브리엘 선교원의 식량 사정은 산디에이고 수비대에서 노새 30마리분의 옥수수와 콩이 지원되었다 해도, 근 300여 명의 탐험대와 기존 선교원 및 수비대원들이 버티기에는 너무나 약소했다. 디 안자 사령관은 더 이상 산 가브리엘 선교원에서 머물 수가 없었다.
2월 14일 수요일부터 2월 20일 화요일까지 (호르… 출발 139일부터 145일까지)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선교원의 분위기는 칙칙하고 무거웠다. 식량 부족으로 누구나 우울한데, 설상가상으로 탈영자 사고까지 겹쳤다. 축축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폰트 사제는 선교원의 수석 사제를 따라 빈 들판에 밀의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폰트 신부는 최근 영세한 원주민들에게 쟁기질을 가르치며 성가를 함께 불렀다.
14일 밤, 수색에 나섰던 병사 2명이 지친 말을 타고 선교원으로 돌아왔다. 며칠째 탈영자를 추적하던 말은 탈진 상태로 더 이상 수색조와 보조를 함께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모라가의 수색조는 탈영자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추격을 계속했다. 그러나 탈영자들은 말을 갈아타는 시간 이외에는 정지하는 일 없이 건강한 말을 몰고 달렸다.
노련한 모라가 중위조차 언제 탈영자를 체포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구름 낀 우중충한 날씨가 어느 때부터인가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고심하던 디 안자 사령관이 몸져누웠다. 디 안자 사령관은 전혀 음식물을 취할 수 없었다. 심한 몸살로 입맛은 달아나고, 아주 게으르고 불결한 요리사는 비위생적으로 조리했다.
조리사의 음식 조리 과정을 보면 누구나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식탁이라고는 주워 온 문짝을 뒤집은 상태에서 식탁보도 없고, 굳은 기름이 식탁보를 대신했다. 포크와 나이프도 기름 범벅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비위가 상한 디 안자는 며칠째 물 한 방울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자연히 그의 몸살은 깊어졌다.

